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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19, 2017

'안경환 결정문' 또 다른 버전 의혹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이른바 ‘안경환 판결’ 출처를 두고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확정판결문’을 공개하고 후보자직 사퇴를 요구했다. 주 의원은 이 판결문을 적법한 절차를 통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을 중심으로 판결문 취득 경위를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정작 문제는 주 의원이 공개한 판결문이 아니다. 또 다른 버전의 안 전 후보자에 대한 ‘혼인무효확정판결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자의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제3부가 1976년 3월11일을 선고했고 같은 달 18일 안 전 후보 측에 송달된 뒤 14일 뒤인 4월2일 확정됐다. 이 사건은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심판사건으로, 정확히 말하면 판결문이 아니라 결정문이다.
주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공개한 시간은 지난 16일 오전 9시이다. 그러나 두 언론사는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5일 오후 7시39분과 같은 날 오후 8시50분에 안 전 후보자의 판결문 존재 사실을 보도했다. 이 중 먼저 보도한 언론사는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그 후에 보도한 언론사는 사건번호와 당사자 인적사항이 적힌 결정문 맨 앞장을 그림파일로 처리해 공개했다.
공개된 결정문 맨 앞장에 기록된 청구인은 검은 띠로 가려져 있지만 안 전 후보자의 생년월일과 본적, 주소 등이 노출돼 있다. 또 주문에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1975.12.21.자 경남 밀양군 부북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적혀 있다. 이 언론사는 이후 결정문 사진파일을 기사에서 삭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이 언론사가 확보해 노출시킨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이 주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결정문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두 결정문의 문서 형태가 다르다. (언론사가 공개한 결정문은)국회에 제출했다는 표시가 없다”며 “언론사가 어디서 결정문을 입수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회가 언론사를 상대로 결정문 출처를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보도한 안 전 후보자에 대한 결정문은 주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절차와 다른 루트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안 전 후보자와 관련한 판결문 내지 결정문이 제공된 건수는 주 의원이 요청한 한 건 뿐이다. 이날 주 의원실과 법원행정처에 확인한 결과 양측에 오간 절차는 적법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의원의 결정문 공개행위는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위원이고, 위원은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국가기관 등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주 의원이 비공개 사안인 가사결정문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이는 국회에서 이뤄진 일로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한 행위로 면책특권을 갖게 된다.
또 가사소송법 10조(보도 금지)는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성명·연령·직업 및 용모 등을 볼 때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지만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행위에 의해 사실이 보도된 것이기 때문에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범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는 게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사에 제공한 결정문이 누군가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입수된 것이라면 설령 현직 국회의원이더라도 가사소송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가사 결정문을 입수해 언론에 제공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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