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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1, 2015

전작권 없는 한국, 미 요청땐 ‘자위대 한반도 파병’ 막기 어려워

미군 후방 병참지원 명목
부산 등 비전투지역 파병가능
한국군 직접 지원 가능하도록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압력 커질듯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사태란 일본과 밀접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이를 배제(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타국의 영역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오가와 도시오 민주당 참의원)
“예를 들어 주변국(북한을 지칭)이 미국을 공격한다. 그러면 A국(북한)과 미국은 전쟁 상태가 된다. 이후, A국의 미사일 공격을 경계하는 미국의 함선이 공격받을 경우 이는 신3요건(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 함선에 대한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저지할 것이다. 그러나 A국으로 자위대가 나가 미국과 함께 싸우는 일은 없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지난 19일 새벽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를 통과시키면서, 일본 자위대가 앞으로 한반도 사태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8월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등에서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이 이번에 행사하기로 한 것은 한국이 1960~70년대에 베트남에 대규모의 군대를 파병한 것과 같은 완전한 형태의 집단적 자위권이 아니기 때문에 자위대 전투부대를 해외로 파병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의 이지스함 등을 공격하는 상황만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은 1997년 제정된 주변사태법을 이번에 중요영향사태법으로 개정해 애초 미군으로 한정했던 후방지원(병참)의 범위를 ‘미국 등 타국군’으로 확대했고, 미국의 무력행사와 일체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지해온 탄약 보급과 발진 준비중인 전투기 등에 대한 급유도 허용했다. 또 ‘비전투지역’이란 개념을 크게 확대해 ‘현재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지역’이면 자위대의 병참부대가 후방지원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과 미군이 앞서 나가 싸우고, 자위대의 병참부대가 ‘현재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부산 등에 상륙해 후방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 경우 자위대가 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미·일 3각동맹을 강화하자는 미·일의 압력이 한층 강해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은 후방지원은 “외국의 동의가 있을 때 한정해 시행하는 것으로 한다”(중요영향사태법의 2조4)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21일 이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전작권은 연합사령관이 한·미 양국 대통령의 통수 지침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으면 (자위대의 진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원칙론을 확인한 것일 뿐, 한국이 “작전상 자위대의 상륙이 필요하다”는 미군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론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한-일간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다. 현재 한-일간의 가장 큰 쟁점은 아베 총리가 제시한 예처럼 일본이 미국 함선을 지키기 위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독립국가’(전직 방위상)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경우 우발적인 충돌로 끝날 수 있는 해프닝이 동아시아를 뒤흔드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아베 총리는 “자위대 전투부대의 해외 파병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약속이 계속 지켜질지도 알 수 없다. 오가와 의원도 지난 19일 질의에서 “총리는 해외 파병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법률엔 ‘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씌여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자민당은 평화헌법을 뒤집으려는 개헌까지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법률 해석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중국과 미·일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한국엔 큰 고민을 던지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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