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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31, 2016

[사설] 유엔으로부터 집회·결사의 자유 후진국 평가받은 한국

[경향신문] 한국은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이다. 돌아가며 맡는 자리이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의장국 선출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 및 인권 신장 성과와 세계 인권 증진에 기여한 것을 평가받은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유엔은 늘 한국에 인권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명예훼손죄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사형제 등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US뉴스&월드리포트>의 2016년 ‘최고의 나라’ 전체 순위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19위였다. 인권·환경 등 ‘시민의식’ 부문은 스웨덴이 100점으로 1위였는데, 한국은 15점에 그쳤다. 인권 선진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평가는 열악한 한국의 인권 현실을 드러낸다. 그는 한국에서 조사를 마친 뒤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사회적 충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여서 국제사회가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집회와 관련한 모든 단계에 부당한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대포와 차벽은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켜 또 다른 공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자유로운 집회를 허용할 때 시위의 폭력성도 줄어든다. 정부의 과도한 대응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변질시킨다는 뜻이다.
정부가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한 세월호 참사 집회에 대해서도 유가족의 우려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으니 집회가 당연하다고 봤다. 키아이 보고관은 “집회의 자유권은 반대의견을 표출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분쟁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해고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전교조 노조 자체를 불법화한 것은 국제인권법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조문 해석 시 인권을 우선시해야 할 법원이 거꾸로 인권을 제약하는 판결을 내린다고도 했다. 법률이 보장한 파업권 등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의 현실도 언급했다.
키아이 보고관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한국의 후진적 인권 현실을 낱낱이 들춰냈다. 보고서는 오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독재 회귀와 인권 탄압에 대한 ‘강력한 권고’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이 된 한국이 과거처럼 권고를 무시한다면, 국제적 망신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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