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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3, 2016

최순실 귀국 설득할 사람은 '절친' 박 대통령 수사 대상 거반 사라져... '엄정처벌' 진심이라면 대통령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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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차은택, 안종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다.
ⓒ 오마이뉴스

전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미르-K스포츠 두 재단 관련 의혹. 침묵을 지키던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에야 입을 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고조되고, 시민단체가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4주 만이었다.  

수사대상 사라진 뒤에 '엄정처벌' 주문

박 대통령은 말했다. 미르-K스포츠 두 재단과 관련된 의혹에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 받을 것"이라고. 이는 전 국민을 향한 공식적인 약속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엄정처벌'을 주문하면,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상한 판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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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대한 '오더'는 떨어졌는데 수사 대상들이 거반 사라지고 없다. 이번 게이트의 핵심인물들은 잠적한 상태이어서 행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또 비리 행위가 모의된 곳으로 추정되는 사무실은 이미 사라졌다. 말끔히 치워져 텅 비어 있다. 최순실씨의 독일 회사(비덱)의 주소지로 알려진 비덱타우누스호텔도 이미 간판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두 재단이 8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모으는데 관여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재단들의 해체를 선언한 상태다. 

대통령이 '엄정처벌'을 주문했던 그날, 검찰은 이 지시를 당장 수행하기 어렵다는 투의 멘트를 날렸다. 대통령의 오더가 떨어진 직후 '최순실씨가 독일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더니, 그 다음 날(지난 21일)에는 "의혹 당사자인 최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내까지 언론에 흘렸다. 

잔가지 몇 개 건드리는 검찰

다수의 언론이 '수사대상'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력을 동원했다. 현재까지 비공식 확인된 바로는 미르재단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중국에,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가족 병간호를 위해 미국에, 최순실씨 1인 회사인 더블루K의 최철 대표이사는 중국에 각각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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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의혹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국내에 없다.
ⓒ 육근성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독일로 출국해 행방을 감춘 지 2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검찰에 '수사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수사 대상자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무실이 텅 비워진 뒤에야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전경련이 두 재단 해체를 선언한 이후 재단 관련 문건이 대량으로 파기된다는 의혹이 제기돼도 검찰은 꿈적하지 않았다. 수사에 착수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검찰 수사는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핵심 수사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오른 지 한 달 만인 지난 2월말 이사장직을 사임한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미르재단 실무자 2명,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 등을 소환해 조사했을 뿐이다. 엄정 처벌하겠다고 호언하더니 정작 수사는 몸통이 아닌 잔가지 몇 개만을 건드리는 수준이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번 게이트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박 대통령이 이번 게이트와 무관하다고 해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최순실씨가 단순히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벌인 의혹이라고 치자. 그래도 박 대통령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맞다. 최씨같은 사람을 지인으로 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큰 걱정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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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절친 최순실 '엄정처벌' 말뿐인가?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엄정처벌' 진심이면 대통령이 나서라

청와대가 "절친 관계는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이젠 국민 모두가 '박근혜-최순실' 관계를 잘 알고 있다. 37년 전 새마음봉사단부터 출발해 육영재단을 거치는 동안 최씨는 박 대통령 옆을 지켰다. 그 뒤에도 그랬다. 오랫동안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현재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씨의 옛 부하직원들이 박 대통령을 지키고 있다. 최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증거는 수두룩하다. 

정말 '엄정처벌'이 대통령의 진심이라면 직접 나서야 한다. 해외에서 행방을 감춘 최순실 씨를 자진 귀국하도록 종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40년 지기 아닌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대통령의 말은 들을 것이다. 최씨를 설득해서 검찰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도 부담을 내려놓고 '엄정 수사'를 할 수 있다. 

'귀국해서 조사에 임하고 죄가 있으면 달게 받아라.' 박 대통령이 이렇게 최씨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천명한 '엄정처벌'은 허언이 되고 말뿐더러, '최순실 게이트'에 대통령 자신도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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