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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5, 2016

사설] 탄핵론이 나올 만큼 충격적인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문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인사 내용 등을 사전에 받아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도 충격적인 일이라 시민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최씨가 쓰던 태블릿PC를 JTBC가 확보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 200여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으며 최씨는 이들 문건을 연설이나 회의 전에 미리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중 일부 구절은 빨간 줄로 표시돼 수정한 흔적이 있었다. 일개 시민인 최씨가 이런 중요한 국가 문서를 미리 받아보고 고치기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박 대통령이 어제 오후 춘추관에 들러 최씨의 조언을 들었다고 시인하면서 대국민 사과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박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지경에 이를 만큼 분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해명과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일반 정책은 물론 인사 등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드레스덴 선언문이나 남북군사 접촉 등 중요한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까지 받아보고 조언한 흔적이 나왔다. 대통령의 국정 행위는 공식 연설을 통해 표명된다. 국가 주요 정책을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게 대통령의 연설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주요 문건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씨가 미리 보고받고 수정까지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가 받아본 것은 연설문만이 아니다. 2013년 8월에는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대거 교체를 담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말씀’ 자료가 하루 전 최씨에게 넘어갔다. 최씨가 청와대 인사 결정을 하루 전에 미리 알았던 셈이다.
취임한 후 1년이 지난 2014년 3월 문건이 들어 있었다는 점도 납득이 안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보좌진이 다 꾸려진 상태에서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최씨의 조언을 취임 후까지 들어야 할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올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과 최씨 행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었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믿기 어려운 것은 일개 보좌진이 해도 놀랄 일탈 행위를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최씨의 조언을 구한 것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일을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단순한 실수인 양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공사 구분을 못한 부적절한 행위다. 개인 회사의 일 처리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국기문란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재단에 대한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최씨를 향한 비판을 ‘과도한 인신공격’이라고 역공세를 취한 바 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실책을 숨기고, 최씨를 비호했음이 드러났다.
최씨의 국정농단이 확인되자 시민들은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국가냐며 분노하고 있다. 거짓말한 박 대통령을 수사하고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깨졌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그제 개헌을 제안했다. 100년 앞을 내다보며 시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개헌 논의를 중단하고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의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개헌은 어차피 최씨 게이트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기문란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52114005&code=990101&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2#csidx0e295a068fb2b33a189a01a683b6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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