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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4, 2017

박근혜! '대통령 권한 도용'하지 말라 ‘횡설수설, 문법 파괴 간담회’ 또 하겠다고

박근혜가 닭띠 해인 정유년 새해 첫날 뜬금없이 벌인 ‘기자 간담회’는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를 당한 그가 홍보수석을 시켜 갑자기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은 뒤 비서실장 한광옥과 수석비서관들을 배석시킨 채 실질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것이었다. 


법률가인 이재명(성남시장)은 그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위헌행위인지를 아주 간명하게 지적했다. 그는 1월 2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홍보수석을 통해 기자들을 모으고 예산으로 기자간담회 오찬을 한 것은 위헌 직무행위입니다.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 의결이 되면 탄핵심판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됩니다. (···) 그런데 어제 기자간담회는 대리인(변호사)을 통한 해명이 아니라 국가조직을 활용한 것으로 단순한 탄핵 대응 차원을 넘는 것입니다. 도둑질하다 잡힌 도둑이 구치소에서 또 도둑질을 한 격입니다.”

2004년에 대통령 노무현이 탄핵소추를 당했던 때 헌재는 5월 14일자 ‘결정’에서 “대통령의 직무행위(국정수행행위)는 법령상 행위뿐만 아니라 ‘대통령 지위’에서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각종 단체·산업현장 등 방문행위, 준공식·공식만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대통령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정책을 설명하는 행위,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박근혜는 이번에 실질적으로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대통령 직무행위’를 서슴없이 해버린 셈이다. 직무정지 당했던 노무현이 ‘자연인’으로서 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에 오른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박근혜가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제공’한 다과는 청와대 예산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그가 급여에서 떼어낸 돈으로 마련한 것인가? 그 액수가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청와대의 업무추진비에서 돈을 썼다면 명백한 위법행위가 된다. 박근혜는 이름만의 ‘대통령’으로서도 급여를 받고 차량을 이용하고 관저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청와대의 공적 시설을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는 재임 4년 가까이 한 번도 쓰지 않던 상춘재에 기자들을 불러들였다.

박근혜의 ‘대통령 권한 도용(盜用)’은 기자간담회 보도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자들이 노트북이나 카메라를 들고 오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발언 내용을 철저히 ‘녹화편집’해서 언론매체들에 전달하도록 했다. 그런 작업을 박근혜가 직접 했을 리 없지만 청와대 직원들이 그 일을 해냈을 테니 대통령 권한을 위법적으로 도용한 셈이다. ‘도용’은 ‘훔쳐 쓴다’는 뜻이므로, 현재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은 마땅히 박근혜를 향해 ‘왜 내 권한을 도둑질 하느냐’고 항의해야 마땅한데 박근혜의 ‘아바타’라는 조롱을 받는 그가 그렇게 ‘과감한’ 행동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기자간담회가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나름으로는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JTBC 말고 거의 모든 방송매체들이 그의 ‘횡설수설’을 두고 ‘박비어천가’를 불렀으니 말이다. JTBC가 기자간담회에 관해 적극적 비판과 반박을 한 데 반해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는 박근혜의 궤변과 억설을 받아 적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최근 뉴스 내용이 혁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영방송 SBS조차 별로 다르지 않았다. 특히 종편 TV조선은 박근혜의 ‘답답한 심정’을 생생하게 전하려는 듯, 아버지 박정희가 대통령이던 시절 청와대 정원에서 그가 뛰어놀던 장면을 뉴스에 삽입하기도 했다. 그런 뉴스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박근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리라.

박근혜는 3일(화요일)에 열린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에 나가지 않았다. 탄핵 사유가 모두 ‘거짓이자 왜곡’이라고 당당히 주장하려면 기자간담회 녹취록을 가지고 재판정에 나가서 공개했어야 옳지 않은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렇게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필요하다면 진실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타이밍을 봐서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할 것이다, 앞으로 소통의 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새해 첫날 같은 기자간담회를 되풀이하면 대통령 권한 도용이라는 비난이 다시 나올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방송 시청자들은 모국어의 문법을 수시로 파괴하는 박근혜의 ‘횡설수설’을 듣는 고통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까? 해결책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속한 탄핵 인용뿐이다.

이성, 지성, 양심, 예의, 염치, 정직, 겸손, 배려, 논리적 사고, 진보적 정치의식과 역사관 같은 말들은 박근혜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촉발시킨 ‘촛불혁명’에 열심히 참여하는 시민들은 광장에서 그런 말들의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깨달아가고 있다. 위대한 주권자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박근혜여, 진정한 민주평화체제 수립을 간절히 바라는 그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얼마 남지 않은 ‘유폐 기간’을 소리 없이 보내기 바란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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