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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2, 2017

진중권 "盧 탄핵때 김기춘 주장대로라면 朴대통령 탄핵 당연" "대리인단 코미디 보면 '내가 이러려고 이 나라 국민 됐나' 자괴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논리를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대구 <매일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행상심판으로서 대통령 탄핵의 요건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이미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나라당 소추위원장이었던 김기춘 의원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며 13년전 김기춘 전 실장 주장을 상기시켰다.

김 전 실장은 2004년 당시 “제헌국회 속기록을 보면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뿐 아니라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과 국정을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경우 모두 헌법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소개한 뒤 "이 기준을 적용시켜 보자. 먼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김종덕-조윤선-김종-정관주 등 전-현직 장-차관 4명이 구속됐다.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안종범 수석-정호성 비서관-신동철 비서관이 구속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범죄사실이 소명됐음을 의미한다. 그뿐인가? 우병우 수석에게도 영장이 청구됐고, 안봉근 비서관은 곧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기춘 씨에 따르면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만으로도 이미 대통령 탄핵의 사유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박 대통령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호성, 안종범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병우 수석마저 자기들이 한 일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은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 아예 ‘주범’으로서 그들의 범죄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더 나아가 김 전 실장이 2004년에 “탄핵 사유는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일 필요는 없고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부패 행위를 한 경우, 공중의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도 탄핵 사유가 된다”며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한 대목도 상기시켰다.

진 교수는 그러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허용하여 공중의 신뢰를 깨뜨렸고, 관저에서 출근도 안 하는 태만함을 보였으며, 기소장에 뇌물죄의 공범으로 적시되기까지 했다"고 힐난했다.

진 교수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줄곧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기초한 탄핵심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 주장해온 데 대해서도, 2004년 김 전 실장이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권이 정지되지 않는 데 반해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한 주장으로 맞받았다. 

진 교수는 결론적으로 "대통령 대리인단이라고 이를 모르겠는가? 하긴, ‘사법적’ 대응으로는 어차피 탄핵을 막기 어려우니, 차라리 논점을 회피하고 재판을 지연시켜 법정 밖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기동이나 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다"라면서 "최순실-고영태의 치정극으로 출발하여, 이 막장 드라마를 태극기 휘날리는 반공물로 각색하고는 급기야 당(糖) 떨어졌으니 밥 먹고 하자는 스탠딩 코미디로 변론을 마감하는 대리인단의 기행. 준엄해야 할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이런 코미디를 봐야 하니, ‘내가 이러려고 이 나라의 국민이 됐나’ 하는,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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