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북한에 얼마를 지원했느냐, 대선후보 토론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입니다. 보통 우파 정당의 후보가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들고나옵니다. 이번에는 홍준표 후보가 지난 19일과 23일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저희 '사실은' 취재팀은 20일 통일부에서 공식 자료를 받아 진위를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홍 후보가 주장한 금액은 19일엔 맞았고, 23일엔 틀렸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북한에 현금, 현물 넘어간 게 44억 달러" → 거의 사실
![](http://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25/sbsi/20170425143503875ucqj.jpg)
홍준표 후보가 4.19 토론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정확한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현금하고 달러, 현물하고 넘어간 게 통일부 자료를 보면 44억 달러가 나옵니다" 이겁니다. 문재인 후보는 "그 금액은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죠"라고 답했습니다.
![정부별 대북 송금 및 현물제공 내역(2017년 2월 기준, 출처: 통일부)](http://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25/sbsi/20170425141505049xeto.jpg)
통일부가 장관 결재까지 받고 저희 취재팀에게 보낸 자료입니다. 보시면 항목들이 많긴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된 현금과 현물, 총계는 43억 5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홍 후보는 "현금과 현물이 북한에 넘어간 게 44억 달러"라고 발언했으니까, 사실에 가까운 발언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고 했는데, 통일부 자료를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북한에 넘어간 금액의 총계는 23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두 정부를 합쳐도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넘어간 금액의 절반가량 됩니다. 통일부 자료로 봤을 때, 문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 "DJ,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에 70억 달러 돈을 줬다" →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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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후보는 4.23 토론회에서도 이 얘기를 꺼냈습니다. 정확한 발언은 "DJ(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70억 달러를 북한에 돈을 줬기 때문에 그 돈이 핵이 돼서 돌아온 겁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 발언은 '돈 70억 달러'를 줬다고 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릅니다. 아래는 위와 같은 표인데, 저희가 보기 쉽게 편집한 것입니다. 출처는 물론 통일부입니다.
![](http://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25/sbsi/20170425141505234ecpm.jpg)
DJ,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에 지원된 금액의 총계는 68억 달러입니다. 이것은 현금과 현물을 모두 합친 금액입니다. 홍 후보는 "돈을 줬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려면 현물 금액은 빼야 합니다. 현금만 계산하면 정부와 민간 차원을 합쳐서 DJ, 노무현 정부 때 39억 달러가 지원된 것이 맞습니다. 39억 달러를 70억 달러로 부풀려서 말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북한에 돈을 줬다"고 하면, 앞뒤 자르고 북한 정권 호주머니에 현금을 꽂아줬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일부가 '현금'으로 집계하는 금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교역, 위탁가공 등'입니다. 이건 우리가 북한에서 수산물이나 임산물을 수입할 때 북한에 수입 대금으로 건네는 돈이 포함됩니다. 또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과 통신비로 북한에 넘어가는 돈도 '현금'으로 집계됩니다.
● MB 정부 대북송금이 더 많았다? 7년 만에 뒤바뀐 진위
이번에 저희 보도 이후, 2010년 통일부가 공개한 데이터는 뭐냐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송금액'보다 이명박 정부 때의 '대북 송금액'이 많다는 데이터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숫자가 많아서 헷갈리는데, 이건 앞서 말씀 드린 현물과 현금의 총액이 아니라, 현금 즉 '대북 송금액'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 통일부 자료에도 '현금'은 따로 집계돼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 보신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2010년, 2013년 데이터로 제작된 그래프](http://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25/sbsi/20170425141505433abeq.jpg)
![정부별 대북 송금 및 현물제공 내역(2017년 2월 기준, 출처:통일부)](http://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25/sbsi/20170425141505646silt.jpg)
우선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액을 비교하면, 두 데이터가 다릅니다.
* 2010년 통일부 자료 13억 4,500만 달러
* 세부 항목: 금강산 관광 대금 4억 2천만 + 교역 대금 4억7,600만 + 현대의 사업 대가 4억 5천만 = 13억 4,500만 달러
* 세부 항목: 금강산 관광 대금 4억 2천만 + 교역 대금 4억7,600만 + 현대의 사업 대가 4억 5천만 = 13억 4,500만 달러
* 2017년 통일부 자료 17억 달러
* 세부 항목: 관광 4억 2천만 + 교역, 위탁가공 등 8억 3천만 + 기타(사업권, 이용료 등) 4억 5천만 = 17억 달러
* 세부 항목: 관광 4억 2천만 + 교역, 위탁가공 등 8억 3천만 + 기타(사업권, 이용료 등) 4억 5천만 = 17억 달러
두 숫자의 차이는 '교역 대금'과 '교역, 위탁가공 등'에서 나타났습니다. 올해 집계할 때는 2010년에 없던 4억 달러가량이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송금액이 김대중 정부 때보다 많았다"는 주장이 사실인 줄 알았는데, 올해는 갑자기 거짓이 되어 버린 겁니다. 통일부는 저희 취재팀에게, 2010년과 집계 액수가 달라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액도 두 숫자가 다릅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것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송금액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많았다"고 주장하는 게 사실로 주되었고, 문재인 후보도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와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내역을 2010년보다 6억 달러가량 높이면서, 문재인 후보는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셈이 됐습니다. 7년 만에 사실과 거짓이 바뀌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대북 송금액은 위의 그래프에 36억 달러라고 돼 있고, 올해 통일부 자료는 9,300만 달러로 집계돼 있습니다. 편차가 너무 심합니다. 하지만 통일부가 2010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1998년'부터의 대북 송금액 데이터고, 당시 보도도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할 뿐 김영삼 정부의 대북송금액은 보도된 바 없습니다. '36억 달러'라는 숫자의 출처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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