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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9, 2021

"대역 아냐? 완전 딴사람"..전두환, 몇 달 새 급격히 달라진 모습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재판 시작 20여분 만에 호흡 곤란 호소
9일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과 지난 2019년 3월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는 전두환 모습 비교.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못 알아보게 노화된 얼굴로 광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뒤 약 11시간 만에 귀가했다.

9일 오전 8시25분쯤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검정색 세단을 타고 광주로 출발한 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7시32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에 도착했다. 출발 전 차에 타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손 인사를 하던 것과 달리, 돌아와서는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의 모습은 불과 몇 달 새 많이 바뀌어있었다. 얼굴은 전보다 야위어 수척한 모습이었고, 주름도 깊어졌다. 지난해 11월30일 1심 선고 공판에 출발하며 '국민에 사죄하라'는 시민단체의 항의에 "말조심하라"고 호통치던 기력은 보이지 않았다.

약 8개월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외모 탓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전두환 대역이 아니냐" "완전 딴사람이다. 같은 사람 맞느냐"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 등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 모인 시민.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했다'고 증언해 온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쓴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이날(9일)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첫 출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그는 이름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을 잘 듣지 못해 헤드셋(청력 보조장치)까지 착용했지만 자신의 거주지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주소를 묻자 동석한 이순자 여사가 먼저 말하고 전 전 대통령이 따라 부르는 형태로 답변했다.

그는 재판이 시작된 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눈을 깜빡거리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고개를 꾸벅거리며 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후 재판 시작 20여 분 만에 그는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순자 여사가 "식사를 못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자,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호흡 곤란 여부를 묻고 약 10분간 법정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동을 나오자 1980년5월 당시 계엄군에게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원들이 "사죄하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발포 명령 인정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는 인정신문과 선고기일 등 모두 3차례 법정에 출석했으나,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에는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자 출석을 결정했다.

나예은 인턴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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