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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18, 2016

<디지털스토리> '평균 4조원의 돈잔치'..올림픽 '쩐'의 전쟁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동임 인턴기자 =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Le Citus, Altius, Fortius)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고대 올림픽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듯싶다. 바로 "더 비싸게"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9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1964년 이후 열린 역대 올림픽에서 개최국이 쓴 비용을 포스팅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계 올림픽의 경우, 개최시 평균 52억 달러(약 5조 7천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동계올림픽은 이보단 적은 31억 달러(약 3조 9천억원)이 든다. 동·하계 도합 평균 41억 달러(약 4조 5천억원)이 훌쩍 넘는다.
보름간의 스포츠 제전을 만들기 위해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돈'을 통해 올림픽을 풀어 봤다. 가장 비싼 올림픽은 언제였는지, 초기 예산과 잘 맞아 떨어진 편인지 말이다. 서울 올림픽은 어땠을까. 무엇보다 내후년 열릴 평창 올림픽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러니까, 이건 올림픽 얘기다.
◇ 시작하기에 앞서
여기서 예산 범주에 포함된 것은 두 가지다. 운영 비용과 직접 비용이다. 운영 비용이란 대회 준비 과정과 행사 중에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만을 말한다. 교통, 노동비, 운송 수단, 보안, 음식 공급, 의료 시설, 부대 행사 등이 그 예다. 직접 비용은 선수촌이나 국제 중계 센터, 취재석 등의 방문 국가를 위해 투자한 것을 말한다.
1988 서울 올림픽 개막식 전경
1988 서울 올림픽 개막식 전경
간접 발생 비용은 제외한다. 가령 항공, 철도 등의 사회 기반 시설이나 올림픽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타 사업에 대한 투자가 그렇다.
장애인 올림픽은 포함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동·하계 올림픽까지만 분석 범주에 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진행 중이기에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따라서 지난 1월 29일 리우 조직위원회에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른다.
옥스퍼드 대학교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화폐 가치 및 단위는 2015년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단, 1968년 멕시코 시티와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 등은 제외했다. 당시 대회 전후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정확한 화폐 환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 비용도 보고서에서 누락됐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낸 자료로 보완했다.
범위는 1960년부터 이번 리우 올림픽까지다.
◇가장 비싼 올림픽부터 저렴한 올림픽까지
보통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비용이 덜 드는 편이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틀어 최다 비용을 들인 대회는 동계에서 나왔다. 바로 2014년 소치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이후 3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대회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퍼부었다. 무려 220억 달러(약 24조 3천억원)이다.
이는 지난 12번의 동계올림픽(1988 사라예보 제외)에서 쓰인 비용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33억 달러나 더 많은 것이다. 소치는 모든 면에서 '역대급'이었다. 우리나라의 안현수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일류 선수들을 귀화시키는 등 최다 종목(98개)에 최다 참가 선수(2천780명)까지 기록을 세웠다.
소치의 위엄은 2위인 2006년의 토리노와 비교하면 극명히 드러난다. 당시까지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토리노는 비용면에서 소치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2012년 열린 런던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150억 달러(약 16조 6천억원)다. 하계 올림픽 평균보다 3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 돈이면 2004 아테네 올림픽을 5번이나 치를 수 있다. 진행 중인 리우와 비교해서도 3배 넘게 들인 것이다.
우리에겐 황영조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2위다. 97억 달러(약 10조 6천억원)으로 당시로써는 역대 최대 금액을 들인 대회였다. 바르셀로나는 여러모로 이름을 남겼다. 이전 올림픽과 비교해 역대 최다 종목, 최다 참가 선수 등의 타이틀을 가졌다. 특히 투입 비용의 경우 런던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20년간이나 최고 자리에 머물렀다.
가장 경제적인 하계 올림픽은 1964년의 도쿄다. 2억 8천200만달러(약 3천 95억원)만 썼다. 단순히 초기 대회라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8년 뒤 열린 뮌헨은 10억 달러(약 1조 1천억원), 그 다음 대회인 몬트리올은 60억 달러(약 6조 6천억원)를 넘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6년 만에 다시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어떨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장소만 같을 뿐 절약 정신은 이어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초기에 추산된 개최비용은 약 70억 663만 달러(약 7조 7천500억원)였다. 그러나 최근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개최 비용이 200억 달러(약 22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스조에 전 도쿄지사는 한술 더 떠 "300억 달러(약 32조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상이 맞는다면 첫 도쿄올림픽과 비교해 수십배에서 많게는 백배 가까이 뛸지도 모른다. 비용이 불어난 원인 중 하나는 유치 당시에 비해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4억 3천억 달러(약 4천800억원)이 들어가는 '신국립경기장' 건축 비용도 도쿄가 부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제안한 야구 등의 5경기, 18종목이 추가되면 비용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 예상과 엇나갔던 올림픽
물론 올림픽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초기 예상 비용보다 최종 지출이 훨씬 더 많이 불어나는 결과는 빈번한 일이다. 그러나 예산 초과는 최근 올림픽의 공통점이다.
1960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대부분 대회 중 예산 이상으로 돈이 나가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동ㆍ하계 평균 156%의 초과 비용이 발생했다.
특히 1976년의 몬트리올 올림픽은 초기 예산보다 720%나 더 썼다. 조사 범위 내 최고 기록이다. 이를 기점으로 하계 올림픽의 초과 지출 비율은 조금씩 떨어졌다. 2008년 베이징의 경우 딱 2%만 더 썼다.
그러나 베이징이 경제적인 대회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예상 지출에 딱 맞춘 비결엔, 애당초 예산을 넉넉히 잡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대회의 개최 비용은 약 68억 달러로 이전 대회 중 바르셀로나에 이은 2위다.
(소치=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14년 2월 24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소치는 올림픽에서 초기 예산보다 289%를 더 썼다.
(소치=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14년 2월 24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소치는 올림픽에서 초기 예산보다 289%를 더 썼다.
신뢰성도 문제다. 보고서는 독일의 재무차관인 카이오 코흐 베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내놓은 경제 리포트는 신뢰도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예산 초과율은 이번 리우(51%)를 훌쩍 넘는다. 289%의 초과율을 보이며 1980년 레이크 플레시드(324%)에 이어 동계올림픽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런 올림픽의 상상을 넘는 예산 초과 결과는 개최국의 경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대형 국책사업 분석 전문가인 벤트 플라이버그 덴마크 전 알버그 대학 교수는 2011년 펴낸 보고서를 통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예산 초과는 2007~2016년에 발생한 경제 금융 위기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올림픽과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에서 당초 예산보다 50% 이상 비용을 초과하면, 이를 메우기 위해 기존보다 수십년 간 더 많은 세금 부담이 지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리서치 전문가이자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지역 경제 정책 박사인 앤서니 비고 등이 2004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720%의 초과 지출을 보인 몬트리올 올림픽의 경우,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국민은 30년이나 허덕여야 했다.
◇ 올림픽과 국책사업, 뭣이 중헌디?
리우 올림픽 개막을 한달 보름 앞둔 6월 17일, 리우 주지사는 "심각한 경제 위기로 재정이 고갈됐다"며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밝혔다. 공무원 월급이 몇 달째 밀리고 있고, 일부 주는 운영난으로 일시적으로 폐쇄할 정도로 심각했다.
시의 곳간이 비는 것과 반대로 올림픽의 예산은 뛰고 있다. 올해 초 브라질 언론은 올림픽 예산이 종전보다 10%가량 늘어난 123억 달러(약 11조 5천7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개최가 결정된 2009년 당시보다 44%가량 불어난 액수다. 유념할 점 하나. 올림픽은 진행 중이고, 비용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거란 사실이다.
이처럼 올림픽은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 비해 예산이 쉽게 불어난다. 미국계획협회(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APA)에서 2002년 펴낸 '국책사업 예산이 적게 책정되는 이유'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은 초과율 면에서 철도, 도로 등의 교통사업이나 IT 등 주요 사업을 능가한다.
156%의 초과율은 90%의 IT나, 45%의 철도 사업 등을 압도한다. 또한 다른 항목과는 달리 매번 예산을 넘은 유일한 사업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곧잘 예산을 초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해진 기한' 때문이다. 다른 국책사업의 경우, 완공 예정 날짜를 임의로 늦출 수 있지만, 올림픽은 그렇지 못하다. 개막일은 몇 해 전에 결정 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설사 어떠한 비용이 더 지급되더라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과 비용의 크기는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9년을 기점으로 전후를 비교할 때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1999년 이전에 열린 10번의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평균 비용 초과율은 230%다. 반면 이후 열린 9번의 평균은 75%에 그친다. 특히 1999년 이후 열린 대회 중 소치를 빼면 100%가 넘은 대회는 없다.
◇ 우리의 위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모두 3조 3천 826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중 직접 사업비는 1조 1천 84억원이다. 당시 달러 시세로는 약 10억 달러. 2015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20억 달러다.
서울 올림픽은 효율성 면에서 여러모로 중간 이상은 가는 대회였다. 20억 달러란 개최 비용은 이전 대회인 LA 올림픽에 비해 3배가량 많은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1980년 모스크바와 1976년 몬트리올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다음 대회인 바르셀로나와 비교하면 5분의 1. 특히 당시까지 역대 최대 참가인원(8천397명), 역대 최다 종목(237개)이라는 대규모 행사임에도 이뤄낸 성과다. 실제로 모스크바 대회의 경우, 종목당 평균 금액은 3천100만 달러, 참가 선수당 금액은 120만 달러다. 서울은 어떤가. 같은 부문에서 850만 달러, 24만 달러에 그친다.
평창은 어떠한가. 지난 5월 당시 올림픽 관련 예산은 104억 6천600만달러(11조 5천968억원)다. 여기서 비용은 계속 불어나고 있는 상태다.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과 하키센터가 영구 시설로 전환이 결정됨에 따라 200억원이 추가됐고,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도 사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변경하면서 사업비가 367억원 가량 늘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도 IOC가 요구하는 조명을 설치하려면 250억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공사 한창인 강릉 올림픽 파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종목 경기장이 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왼쪽부터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아이스하키경기장의 모습이다. 2016.6.22     yoo21@yna.co.kr
공사 한창인 강릉 올림픽 파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종목 경기장이 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왼쪽부터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아이스하키경기장의 모습이다. 2016.6.22 yoo21@yna.co.kr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나가는 돈은 더 많아진다. 지난 7월 감사원에서 실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실태' 결과에 따르면 대회 사업비는 2억 252만 달러(약 2천244억원) 부족하다. 기념주화 제작 및 판매 등 5개 사업에서 1천억원 이상 적게 책정해서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매체에 따르면 조직위는 올림픽 예산 5억 4천만 달러(약 6천억원) 가량 증액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IOC는 1999년 예산 초과 방지 및 효율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올림픽 지식 관리 프로그램(Olympic Games Knowledge Management Program)을 만들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예산 초과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IOC는 289%의 예산초과 비율을 보인 소치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앞으로 열릴 2~3차례의 올림픽에서 세자릿수가 넘는 예산 초과율을 보이는 대회가 나온다면 IOC의 노력이 허사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창은 서울이 될까, 소치가 될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반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준비로 강원도는 3천억원, 강릉은 600억원, 평창은 370억원 가량 빚을 졌다. 그러니까, 이건 올림픽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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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한창인 동계올림픽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쇼트트랙 경기장이 22일 지붕 공사가 한창 이뤄지는 등 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2016.6.22     yoo21@yna.co.kr
공사 한창인 동계올림픽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쇼트트랙 경기장이 22일 지붕 공사가 한창 이뤄지는 등 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2016.6.22 yoo21@yna.co.kr
shlamaz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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