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서명을 마치자 수석비서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서명을 마치자 수석비서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관제’ 청년희망펀드 시동

박 대통령 구두지시 닷새만에
5개 시중은행 통해 전격 모집
종교계·정치계 인사들 기부 약속
구체적 목표액·사업계획 없고
“국가 책임 국민에 전가” 비판도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의 뜻을 이어가자”며 제안한 ‘청년희망펀드’ 모집이 21일 주요 5개 시중은행을 통해 시작됐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고용을 위해 노력하자”며 펀드 조성을 제안한 지 닷새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인 목표액이나 사업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다, 국가가 정책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관제펀드’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정(위원회)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 뜻을 같이 하고자 그동안 많은 분들이 청년희망펀드에 기부를 약속해 주셨다”며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기부를 약속한 이들을 일일이 거명했다. 박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달라”고 거듭 당부한 뒤, “단순히 (청년들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청년 기술교육과 자격증 취득, 해외파견 근무 등 후속조처를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일시금 2000만원과 매달 월급의 20%(340만원)를 기부하는 내용으로 서명했다고 민경욱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펀드가입 신청서에 서명하면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심각한 청년 일자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기부한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기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년희망펀드는 공익신탁(특정 공익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것) 형식으로 추진되며, 청년희망재단(가칭)이 이를 바탕으로 청년구직자와 불완전취업(비정규직으로 1년 이상 취업) 청년 등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대상이나 방식, 사업계획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펀드 목표액이나 모금 시한 역시 정해진 바 없으며, 다만 “청년고용 절벽이 해소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됐을 뿐이다. 사업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케이비(KB)국민, 신한, 우리,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일제히 기부에 나서면서 “강제적 모금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청년 일자리의 책임은 정부와 수백조원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에게 있는데, 노동시간 단축이나 법인세 인상, 청년 고용 할당제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무시한 채 국민에게 기부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노사정이 사회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청년들의 아픔을 해결하는데 함께 나서자는 취지”라며 “전적으로 국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