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당신도 같은 핵심 멤버” 비판
10월26일치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 논설위원 칼럼(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24일치 칼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0월26일치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 논설위원 칼럼(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24일치 칼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최근 칼럼이 화제다. 원색적인 내용과 표현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감싸온 칼럼들과 뚜렷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김 위원은 4년 전 박 대통령 당선 직후 ‘5·16과 51.6%’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죽은 아버지가 살아있는 딸을 지켜줄 것”이라는 박상범 전 국가보훈처장의 말을 빌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대해 ‘국가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평한 바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엔 ‘무조건 박근혜 공격하는 냉소세력’(2014년 12월3일치)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싸고돌았다. 김 위원은 “냉소세력이 부실한 문건에 집착해 ‘대통령 성공’엔 관심없고 끊임없이 트집잡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로 돌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끊임없이 트집잡아 공격한다”고 비난하기에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는 너무 강력했던 것일까. 10월26일치 ‘아버지, 지지자, 국가에 상처를 준 박근혜’ 칼럼은 엉뚱하기까지 하다. 1974년 아내 육영수를 잃은 박정희가 재혼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박근혜라며 그가 새엄마에게 퍼스트레이디를 양보하지 않아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여인들과 어울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당선 직후엔 “죽은 아버지가 살아있는 딸을 지켜줄 것”이라더니, 시민들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자 ‘아버지의 실패(혹은 죽음)마저도 욕심많은 딸 탓’이라는 투다. 문제의 칼럼에서 박근혜는 더욱 비참하게 지워진다. 보수세력이 헌신적으로 박근혜를 지원한 주요한 이유도 그저 박정희의 딸이어서란다. 김 위원은 이렇게 썼다. “박근혜는 평생 아버지에게 빚만 졌으며 대통령이 된 것도 결정적으론 아버지 덕분이다. (…) 박정희 딸이어서, 진보·좌파 정권을 막아야 하기에 보수세력은 헌신적으로 박근혜를 지원했다.”
칼럼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더욱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박근혜는 결국 에베레스트가 됐다. 보수의 원로·언론인·학자·운동가에게 무심했고 보수세력의 충고도 듣지 않았으며 대신 이상한 사람들만 열심히 챙겼다. 정치인 시절 세상물정을 잘 몰라 이미 국가에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 잘못된 고집불통은 집권후 더욱 심해졌다”고 깎아내렸다. ‘보수세력’은 늘 옳고, 그래서 열심히 충고를 했는데도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아 이 지경이 됐다는 논리다.
누리꾼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중앙일보> 누리집 김 위원 칼럼에는 하루 만에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비판 댓글이 대부분이다. 한 누리꾼은 “지금까지 보여준 김진씨 같은 분의 입장이 불통과 오만의 박근혜씨를 있게 한 밑거름이기도 합니다. 그런 걸 반성하시라는 얘기입니다”(@pe***)고 썼다. “그걸 이제야 알았고 그때 후보시절에는 몰랐었다는 말인가요? 몰랐다면 참 어리석은 것입니다. 그때 알았어야 했고, 그때 그걸 지적했어야 했고, 그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았어야 했습니다”(@bamb****) “티브이에 나오면 박근혜 대변하고 물타기 하느라 전임 대통령 끄집어내서 시청자들 혹세무민하지 않았냐”(@th***) “건전하고 상식적인 비판조차 안하며 말도 안되는 옹호를 했던 당신도 같은 핵심멤버”(@Taeh***) 같은 댓글도 달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이 칼럼을 26일치 ‘오늘의 유감보도’로 선정했다. 민언련은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시점에 고작 ‘아버지 재혼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궁정동 안가에서의 전횡에 대한 책임을 딸에게 돌렸다”고 선정 이유로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