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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30, 2015

"노키아가 망하니, 핀란드가 살았다"="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였습니다. 한국 경제가 빙하기로 들어서는 징조로 보여집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섬유,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중심의 모방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60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모방 경제 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보다 모방을 더 잘하고 우리보다 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야합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혁신은 작은 기업, 특히 창업 기업에서 잘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창업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 외에는 없고 그것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창업이 활성화 되면 혁신 역량이 만들어지고, 이 혁신 역량을 대기업들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그런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대한민국은 창업을 기피하는 문화가 뿌리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고시 또는 대기업 입사와 같은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지 않고, 창업을 선호하게 만들면 대한민국은 또 다시 도약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창업 국가로 발돋움해야 할 때입니다. (필자)

위기의 한국 경제와 모방형 경제로부터의 탈출 

올 10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한 4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은 2013년 맥켄지 보고서에서 일찌감치 예측된 바 있다. 한국경제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성장 동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은 줄어들고 있고, 국내 300대 기업은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102명을 감원했고 한 해 동안 3만6000여 명이 구조 조정되었다. 이런 지표들이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한 방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내수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 침체 요인은 사회 양극화이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서민층이 형성되면서 내수 시장이 침체되어 가고 있다. 또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을 모방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모방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온 것이다. 삼성은 소니, 애플을 모방했고, 현대는 도요타를 모방했고, 한국의 모든 산업들은 대부분 일본, 미국, 독일의 기업들을 모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전략도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보다 더 빠른 추격자인 중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 산업들이 중국에 추월을 당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성장 전략인 빠른 추격자 전략은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다. 중국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포스코가 힘들어졌고, 조선업 3사인 현대, 대우, 삼성중공업도 모두 중국 때문에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자동차, 반도체 정도다.
 

이제는 모방이 아닌 창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창조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왔던 대기업들이 이제 혁신형 경제를 견인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대기업은 조직이 비대하고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현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먹고살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혁신 역량을 대기업에서 제값을 주고 사들이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부족한 혁신 역량을 외부에서 사들여서 본래 가지고 있던 세계적인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여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잘 만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GE(General Electronic)라는 회사는 에디슨이 120년 전에 전기를 팔려고 만든 회사다. 그런데 지금도 12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다. 

GE는 30년 전에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하던 회사다. 10년 뒤 소니가, 또다시 10년 뒤엔 삼성이 1위 자리를 빼앗았다. 그러나 GE는 현재 항공기 엔진, 핵발전소 터빈, MRI, CT같은 것을 만들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 GE가 어떻게 다른 대기업과 달리 12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성장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GE가 지난 10년 동안 회사 500개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1년에 회사를 40~50개 사들인 셈이다. 그러니까 GE는 내부에서의 혁신이 어려워질 때마다 외부에서 끊임없이 혁신 역량을 사들여서 성장 동력으로 키워온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잘 만든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장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혁신형 경제로 가려면 개방형 혁신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그 개방형 혁신 전략을 위해서는 우선 창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혁신형 경제의 핵심은 창업이기 때문에 창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혁신형 경제는 성립될 수 없다. 또 젊은이들이 창업을 해서 혁신 역량을 만들어 놓으면 그 혁신 역량을 대기업들이 사들여서 유통망, 마케팅 역량을 통해 성장 동력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형 경제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혁신형 경제의 걸림돌  

우리나라가 혁신형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지금 현재 정부의 전략은 모방 경제라는 숲속에 혁신형 경제라는 나무 몇 그루를 옮겨 심겠다는 식으로 보일 정도로 미흡하다. 실질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모방 경제라는 숲을 혁신형 경제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사회 전체가 모방 사회, 모방 문화에서 창조 사회, 창조 문화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잘못된 교육에서 시작된 사회 분위기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모방 경제 시대에는 남의 것을 베껴야 되는데 그러려면 지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국-영-수를 달달 외워서 그것으로 줄 세우는 교육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것을 베끼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이들이 창업할 수 있는 사회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조 사회에 걸맞은 창조 교육이 있어야 한다. 창조 교육으로 가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창업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을수록 창업으로 나서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유치원 때부터 창업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시키는데 나이와 시기에 맞게 교육을 시킴으로써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창업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다. 아이들이 실제로 중학교 때 창업을 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창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청년들의 꿈 중에는 창업이 빠져 있고 창업을 선호하기 힘든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젊은이들은 고시 합격, 대기업 취업을 인생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고 부모들 역시 자기 자식 창업은 반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한민국 대학 졸업생 55만 명 중 30만 명이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교육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뒤늦게 창업을 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혁신형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국민들 개개인이 모두 창조적 자원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5000만 국민들은 모두 다 창조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창조적인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유능한 사람, 우수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국-영-수를 잘하는 것으로만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요리를 잘하고, 음악을 잘하고, 머리를 잘 만지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데 이런 재주는 사회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 오로지 국-영-수를 잘하는 것만이 인정을 받고 나머지 다른 기능은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독일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개인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유치원 2년, 초등학교 4년 해서 6년 동안에 아이에게 공부, 목공, 요리, 음악 등 모든 것을 다 시켜 본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가 되면 부모와 학교 당국이 만나서 아이 재능에 맞춰 중학교를 결정한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더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내 키워나가는 것이 독일의 교육인 셈이다. 혁신형 경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잘하는 20~30% 외에, 나머지 70~80%의 재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다양성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과 같은 창조 교육을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점진적으로 창조사회로 갈 수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한국 사회의 혁신형 경제 생태계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혁신형 경제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전이다. 창업에서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창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창업에 성공하기까지 보통 3번 정도 도전해야지만 성공한다고 한다. 그만큼 창업은 어려운 도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업에 도전해서 한번 실패하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해 버린다. 왜냐하면 창업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개인이 융자를 통해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 10명 중에 9명은 실패하는데, 융자를 통해 자금을 만든 사람은 돈을 갚지도 못하고 신용 불량자가 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창업을 할 때 엔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다. 30만 명에 달하는 엔젤 투자자들이 창업한 젊은이들의 열정, 기술 아이디어만 보고 조건 없이 몇 천에서 몇 억씩 투자를 해주고 젊은이들을 멘토링, 컨설팅해주고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이런 엔젤 투자자들이 있어서 젊은이들이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창업을 해서 도덕적 해이 없이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를 하면 다시 또 투자를 해준다. 

미국은 이렇게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창업에 도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GDP 대비해서 엔젤 투자자가 1만 명은 있어야 하지만 500~6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엔젤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 투자에 대해서 소득 공제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정부가 이미 1500만 원까지 엔젤 투자를 해주면 100% 소득 공제해 준다는 제도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엔젤 투자가 벤처 기업에 된 경우에만 소득 공제가 가능한데 대다수 젊은이가 만든 초기 기업이 벤처 기업으로 인증이 나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에서는 문제를 알면서도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은 혁신형 경제를 내세우지만 부처에서 제대로 지원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새로운 융합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있어 시스템이 유연하지 못하다.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더라도 법과 제도가 기술을 받아주지 못해 산업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산업화를 이뤄내기가 쉽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네거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 몇 가지만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가능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능한 것을 명시해주고, 명시되지 않은 나머지는 모두 안 되는 것으로 분류한다. 혁신형 경제로 가려면 시스템을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회 안전망에 관한 문제이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사회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는 해고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예를 들어 여름에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가 겨울에 찐빵 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바꿔야 해서 여름에 채용한 사람들을 다 해고 해버리고 겨울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라다. 

한 번 채용하면 해고하기 힘든 우리나라에 비해서 덴마크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덴마크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에 비해 힘든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해고된 사람들은 정부의 고용안정센터가 받아서 기존 월급의 90%를 주면서 원하는 교육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대신에 1년 동안 재취업 교육을 시켜서 2년차에도 취업이 안 되면 월급이 80%로 삭감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심히 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가 기업 경쟁력 1위의 국가다. 우리나라도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회 안전망을 확충시켜야 한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사회 안전망 확충은 절실하다. 이대로 가면 2018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결국은 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결국은 혁신형 경제로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혁신형 경제를 촉진할 방법은 똑똑한 R&D 투자 

모든 대책이라는 것이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이 다 같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는 혁신형 경제 빼고는 없다고 하는 기조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예산 집행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정도만 관심과 열정을 쏟고, 나머지 부처에서는 큰 관심 없이 기존의 대기업 중심 모방 경제 시스템에 안주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와 분위기의 쇄신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예산 계획에 보다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단기적인 대책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단기적인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연구 개발(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이 1년에 18~19조 원이다. R&D 예산만이라도 적재적소에 잘 쓰면 미래의 성장 동력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R&D 예산의 경우 생산성이 매우 낮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R&D 예산은 대학, 연구소, 기업에 나눠주는 식으로 집행해 왔다. 실질적으로 산업화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현 정부 들어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 up,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창업 기업들에게 R&D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독일,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에서는 R&D 예산을 정부가 집행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서 시장이 주도해서 R&D예산이 쓰일 수 있게끔 노력하는데 참고할 만 하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20년 전부터 해온 시스템인데 정부가 직접 투자할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기업을 보고, 분석해서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회사에 함께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들은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하기 때문에 이것이 돈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욱 치밀하게 연구하고 감각이 발달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고, 그 뒤에 정부가 회사에 R&D 자금을 지원해주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주도해서 투자하는 것보다도 성공률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팁스다. 중기청에서 재작년부터 시작했다. 재작년에는 30억 예산으로 시작했고 올해는 약 200~300억 예산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창업을 해서 양산 제품을 만들기까지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3~4년을 버티기까지 투자금은 5~10억 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이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망한다. 이 시기를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이 기간을 넘어서 양산 제품을 만들어내면 그 이후에는 벤처 캐피탈(venture-capital)등 더 큰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주는 시기가 온다.

이 데스 밸리를 건너기 위해서 정부가 R&D 예산을 잘 써주면 아주 유용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제도가 없었고, 재작년부터 만들진 셈이니 이 제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정부에서 10억씩 1000개 회사에게 투자하면 1조이다. 1년에 1000개씩만 만든다면 10년이면 1만개 회사다. 1만개 중에서 3분의 1만 성공한다고 해도 3000개가 성공해서 1000억씩 매출을 올리면 300조다. 이것만 해도 이미 삼성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성공 사례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핀란드의 노키아라는 기업은 2009년도에 몰락을 했다. 그 당시 노키아가 핀란드 GDP의 20~25%를 차지했다.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경제는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2009년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8.3%였으니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12년도에 핀란드 경제가 3년 만에 다시 회복했다는 점이다. 2013년도에 핀란드 관료가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핀란드 경제가 기사회생했는지 물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2012년도에 핀란드 GDP가 +2.3%가 되는데 그 당시 유로 평균이 +1%였다. 정확히 3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관료의 답은 명확했다. "노키아가 망해서 좋아졌다"는 것이다.

더 들어보니 2009년도까지만 하더라도 핀란드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는 노키아를 들어갔었는데 노키아 안에서는 이 우수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했었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이 노키아가 망하고 4만 명 이상 해고되자, 많은 수가 창업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서 3년 만에 혁신과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클래시오브클랜이다. 노키아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세운 슈퍼셀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다. 2013년도에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 회사를 3조 원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사갔다. 불과 3년 만에 직원 100명도 안 되는 회사가 3조원 밸류에이션에 팔린 것이다. 핀란드의 성장 동력은 창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젊은이들이여, 안전한 길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안전한 길을 가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주로 창업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안전한 길이라는 게 있을까? 이제 안전한 길은 없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학 들어가고 직장 들어가면 평생 직장이 되고 은퇴해서 10년 살면 오래 산 것으로 여겼다. 1961년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51세였고 환갑이라는 것이 큰 잔치였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의 주류다. 자신들의 짧은 경험을 지금의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간의 수명은 엄청나게 길어졌고 세상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해졌다. 40~50대 되면 직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다. 사람들이 직장을 나와서 남은 50년을 더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20~30대에는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아서 이미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40~50대에 사회에 덩그러니 나오면 프랜차이즈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현실을 맞게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망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한 직장은 없다. 공무원도 이제는 안전한 직장이 아니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공무원 감원 중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는 파산했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이라는 것이 힘들지만 당신들에게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능동적으로 두발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워두면 어떠한 변화가 오더라도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해야 한다.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사회에서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새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경고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에서는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고등학교로 가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적으로 1년 기간의 애프터스쿨이라는 게 있는데, 이 시기는 나를 찾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잘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 개개인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절대적 노동 시간은 OECD 1위권인데 생산성은 많이 떨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창조 사회로 가려면 정부의 정책이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 모방 사회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엄친아'라는 말에 묻어나듯이 우리는 매일 남을 의식하고 살고 있다. 남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삶. 국가, 사회, 국민이 모두 이 기조로 변화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있을 수 있고,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산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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