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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달라지는 경조사비
직장인 김예림(35·여)씨는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교 동창이나 회사 동료한테서 수없이 청첩장을 받았지만 두 차례만 갔다. 옆 부서 선배 결혼식 초대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고, 축의금도 보내지 않았다. 그 후로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 김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친척 결혼식에 갈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인사하는 게 재미없었어요. 스무 살 넘어선 ‘이런 데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었고요. 영혼 없이 손뼉 치고, 똑같은 뷔페 음식 먹고…. 틀에 박힌 30분에 감흥이 없었어요.”
[이슈분석] 달라지는 경조사비
직장인 김예림(35·여)씨는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교 동창이나 회사 동료한테서 수없이 청첩장을 받았지만 두 차례만 갔다. 옆 부서 선배 결혼식 초대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고, 축의금도 보내지 않았다. 그 후로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 김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친척 결혼식에 갈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인사하는 게 재미없었어요. 스무 살 넘어선 ‘이런 데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었고요. 영혼 없이 손뼉 치고, 똑같은 뷔페 음식 먹고…. 틀에 박힌 30분에 감흥이 없었어요.”
직장인 박모(37)씨는 지난해 검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부모와 신랑·신부의 절친 두세 명씩만 초대했다. 축의금은 받지 않았다. 박씨도 10년 전부터 경조사에 거의 안 갔고, 돈도 안 낸다. 박씨는 “경조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은 돈 낭비, 시간 낭비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청첩장이 줄을 잇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5~1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2030세대 36명을 무작위로 심층 인터뷰했는데, 이들의 상당수에게서 경조사에 대한 달라진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요컨대 ▶내키지 않으면 굳이 참석하지 않는다 ▶주고받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30 복세편살 … “직장생활 10년, 결혼식 딱 두 번 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https://img4.daumcdn.net/thumb/R430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00906314ibkd.jpg)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모(28·여·서울 마포구)씨는 웬만한 경조사엔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딱 두 번 갔는데 모두 친척 장례식이었다. 부의금으로는 3만원씩 냈다.
그는 “결혼식은 거의 가지 않는다”면서 “우선 결혼 계획이 없고, 축하하는 마음 없이 기계적으로 돈만 내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의 장례식엔 추모하는 마음에서 참석하지만 부의금을 많이 내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경조사비 송금이 급증하자 ‘축결혼’ ‘부의(賻儀)’ 등을 겉면에 표기하는 ‘송금 봉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페이]](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00906458zkki.jpg)
직업군인인 그의 아버지는 달랐다. 지인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일찍부터 모바일 청첩장을 공유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반응이 없는 회원에겐 개인 톡으로 연락했다”며 “부조금을 낸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인 듯했다. 내 생각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 방식을) 부정하지도,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3년 차 직장인 권소영(26·여)씨 역시 “청첩장을 주고받는 게 축하해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축의금이 오가는 과정으로 보일 때가 많다”며 “별로 가깝지도, 자주 연락하지도 않는 사이인데 청첩장을 내밀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부선 “사람 얻는 방법” 적극 부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https://img4.daumcdn.net/thumb/R430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00906571otwy.jpg)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80~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끈끈한 연대보다 각자도생을 먼저 경험한 세대”라며 “경조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연대를 재확인하는 성격이 짙은데 그것이 사라졌음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2030은 스스로 살기 위해 ‘나’를 믿는 세대다. 본인의 필요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이걸 뭐라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30은 부조금을 뿌려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돌려받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의 만혼·비혼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https://img4.daumcdn.net/thumb/R430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00906726snrs.jpg)
중앙일보는 지난 15~1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 7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59.5%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조금 43.2%, 많이 16.2%). 60대 11명 중 8명(72.7%)이 부담을 호소했다. 다음으로 40대, 20대 순이다. 남자(56.7%)보다 여자(61.4%)가 부담을 느끼는 비율이 높다.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2030세대는 ‘시간을 빼앗기고 장소가 멀기 때문’(47.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경조사비와 교통비가 부담돼서’(36.1%)였다. 50대 이상은 비용 부담(47.8%)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설문에 응한 74명 중 25명(33.8%)이 가장 부담스러운 경조사로 환갑을, 22명이 돌잔치를 꼽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정모(42) 부장은 “청첩장·돌잔치 소식과 부고가 ‘세금 고지서’ 같다. 5월에 반드시 가야 할 결혼식·돌잔치가 4개”라며 “우리 애 돌 때 7만~8만원이던 한 돈(3.75g)짜리 금반지가 지금은 20만원이다. 5월이 괴롭다”고 말했다.
이상재·김태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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