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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3, 2020

美언론 "코로나, 中경제 붕괴 촉매제"..4대 위기 닥친 중국

우한 '코로나19' 방역체계 미비
부채로 성장한 경제 '시한 폭탄'
미·중 무역합의 시작부터 난관
홍콩 민주화시위 금융손실 초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빚더미 위에서 성장한 중국 경제 붕괴의 촉매제(catalyst)가 될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비즈니스위크가 최신호(17일자)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미국발 금융 위기와 유럽발 재정 위기를 가까스로 견뎌온 중국의 위태로운(fragile) 경제가 이번에는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2일(현지시간) 올해 중국 성장률을 5.4%로, 지난달 발표한 6.0%보다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1년 뒤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오후 마스크를 낀 채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현장 방문에 나섰다. 장소는 최대 격전지 후베이성 우한이 아닌 수도 베이징이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에 중국 당국은 금리 인하를 비롯한 본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미·중 무역 전쟁의 후유증으로 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등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라서 부양 강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를 옥죄는 네 가지 리스크를 분석했다.
① ‘블랙스완’ 코로나19…‘엎친 데 덮친 격’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고성장하며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는 우려를 수없이 불식시키며,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에도 나름 선방했지만, 의외의 복병에 무너질 기세다.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black swan·예상하지 못한 돌출 사건)’은 중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시민들이 집밖에 나서지 않자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고, 노동자가 복귀하지 못해 생산 설비가 마비됐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3개월 만에 LPR을 인하하면서 4.05%로 고시했다. 당초 대출 기준금리(현행 4.35%)와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안 된다고 봤지만 결국 큰 폭의 인하를 단행했다. “대담하게 온건한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②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시한폭탄 째깍거린다
중국 국가부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제는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부양책으로 이미 막대한 채무를 쌓았다는 사실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45.4%로 전년 말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대규모 감세, 인프라 투자, 금리·지급준비율 인하 등 강도 높은 경기부양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비율도 55.8%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10년간 증가율인 3.5%를 뛰어넘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올해 말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최대 10%포인트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방 정부의 재정 사정에 큰 악재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다수 중국 지방 정부들이 경제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로 올해 재정수입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코로나19 방역과 피해복구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 재정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③ 아직 끝나지 않은 미·중 무역 전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중 무역 1단계 합의문을 들고 웃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무역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모처럼 성사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시작도 하기 전에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부채가 늘어나면, 미국과 약속한 농산물 수입 할당량을 채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합의가 취소되고 또다시 양국의 무역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은 내심 미국이 봐주길 바라는 눈치지만,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입장에서는 올 상반기 뚜렷한 경제 성과를 보여줘야 하므로 중국에 관대해지기 어렵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지난달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면서도 “이것이 중국의 올해 구매목표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먼저 선수를 쳤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합의문에는 자연재해 조항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해심이 있거나 너그러운 성향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④ 민주화 시위로 홍콩 ‘금융 허브’ 지위 위태로워
지난해 11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홍콩 경찰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
마지막 리스크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다. 지난해 홍콩 경제를 마비시킨 민주화 시위는 코로나19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반(反)중국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가 분노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시민들은 당국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수개월째 지속된 민주화 시위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홍콩 계좌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도 뜸해졌다. 홍콩이 흔들릴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홍콩이 중국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적인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중국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역내가 4450억 달러, 역외가 4190억 달러로 집계됐다. 역외에서 80%를 차지하는 3350억 달러(406조원) 규모의 상장이 홍콩 증시에서 이뤄졌다.
WSJ는 “중국 본토를 위한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기능은 절대적”이라며 “이런 우려 때문에 중국은 홍콩 시위대를 강경 진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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