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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8, 2015

[지구의 밥상](7)육식의 종말?

ㆍ채소·콩 요리가 기본인 인도 식단…“채식하면 새로 태어난 느낌”
ㆍ소 12억마리가 지구 곡물 3분의 1 꿀꺽…“소가 인간을 먹는 셈”

미국의 초원에서 버펄로가 사라지고 식육용 소들이 그 자리를 채운 뒤로 세계는 ‘쇠고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고기를 많이 얻기 위해 소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입하고, 항생제에 동물성 사료까지 먹여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다. 몇 해 전 유럽에서는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만든 햄버거용 ‘말고기 패티’가 들통나 난리가 났다. 소득이 늘고 쇠고기 소비가 증가한 중국에선 지난해 유통기한이 지난 쇠고기를 쓴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닭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슴살을 공급하기 위한 ‘살코기 기계’가 돼버렸다. 식용 닭의 근육분포를 조작해 ‘스모선수 체형’으로 만든 닭들이 밀집사육시설이라 불리는 양계장에서 대량 생산된다. 프랑스의 ‘미식’은 옛말이고,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다리를 잘라 모양틀에 넣어서 ‘성형’한 인조 햄들이 슈퍼마켓에 깔린다.

세계의 밥상을 고기가 지배한 지 오래다. 신흥경제국들이 성장하면서 고기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식육 생산시스템의 부작용에 대한 반발로 채식을 고민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 가정을 방문,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먹는지 들여다봤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많다. 인구의 3분의 1이 채식을 한다는 통계도 있다. 뉴델리 아래에 있는 구르가온은 신흥도시다. 마천루가 들어서고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외국자본과 다국적기업들이 집중된 세계화의 현장이기도 하다. 맥도널드, 피자헛, KFC의 간판이 곳곳에 보인다. 이들 매장에서도 고기로 만든 음식을 팔지만,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모든 매장에 채식 메뉴가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직원들은 주문대에 선 손님에게 먼저 “베지(Veg·채식)냐, 논베지(Non Veg·비채식)냐”고 묻는다. 상당수가 ‘베지’라고 답하며 고기 대신 감자와 양파 등이 들어간 버거나 피자를 받아든다. 인도에서 채식은 특별한 게 아니라 아무데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단의 일부였다.

■채식주의 자이나 교도의 식탁

인도의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델리무역관에서 일하는 샐리쉬 젠(47)은 채식주의자다. 아내와 두 딸, 칠순 넘은 어머니도 그렇다. 지난 6월 이 가정을 찾았다. 오랫동안 채식을 해온 사람들이 고기를 거부하는 이유와 육식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샐리쉬 가족은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그렇듯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한다. 이들은 기원전 9세기 이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자이나 교도다.

채식해도 몸집 큰 식구들 샐리쉬 젠(오른쪽 위)이 아내와 어머니가 만든 저녁 식사를 두 딸과 함께하고 있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 체구가 큰 편이다.


샐리쉬는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자이나 교도의 5대 원칙을 먼저 설명했다. △비폭력주의 △거짓말하지 않기 △도둑질하지 않기 △욕심 없이 검소하게 지내기 △순결을 유지하기다. 그는 “우리는 모기 같은 해충조차 죽이지 않을 정도로 생명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자이나교의 스승들은 행여 길을 가다 벌레를 밟는 일이 없도록 빗자루로 길을 쓸면서 걷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도 지금껏 한번도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아이들에게도 말로 훈계할 뿐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이나교의 문양이 걸린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갔다. 어두운 조명의 거실은 한눈에 봐도 검소했다. 가구는 단출했고 벽에 걸린 그림 몇 개가 장식의 전부였다. 2층에 있는 딸들 방도 아주 심플했다. 다섯 식구 모두 우유와 치즈는 먹었지만 고기는 물론 생선, 계란도 입에 대지 않았다. 샐리쉬는 “우유와 치즈는 소의 부산물이지만 계란은 생명 자체다.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식구들 모두 “고기는 먹어본 적 없고 먹고 싶었던 적도 없으며 먹어보라고 권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아내 가리마(44)과 어머니 스네티라타(73)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식탁에 차렸다. 물론 모두 채식이었다. 함께 자리한 샐리쉬의 동료 자야 자야르는 “인도 음식에는 채소요리 1개, 콩요리 1개가 기본적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식탁이 딱 그랬다. 아욱과의 채소인 오크라로 만든 ‘빈디’가 한복판에 놓였다. 오크라는 끝이 뾰족해 ‘여성의 손가락(ladies’ finger)’이라고도 불리는데, 비타민과 아연, 철분,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인도식 콩요리는 ‘달’이라고 통칭된다. 샐리쉬 가정이 내놓은 것은 ‘달 마카니’다. 껍질 벗긴 렌틸콩에 양념을 넣고 끓인 것으로 여기에 빵을 찍어 먹거나 밥에 비벼 먹는다. 단백질이 많으면서도 소박한 음식이다. 인도인들의 주식은 밥과 빵이다. 이날 테이블에도 여러 종류의 빵이 올랐다. 하나는 한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난’이다.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뒤 종이처럼 얇게 밀어 구운 빵이다. 인도인들이 즐겨 먹는 또 다른 밀가루빵 ‘자파티’는 발효 없이 구웠다는 게 난과 다른 점이다. 거기에 ‘샤히 투크다’라는 빵을 특별히 내놨다. 밀가루 반죽을 우유에서 나온 ‘기’라는 버터로 구운 것이다. 샤히 투크다는 ‘왕족이 먹는 것’이라는 뜻으로,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라고 했다.

빵도 기름진데 거기에 우유와 치즈까지 더해졌다. ‘파니르’는 치즈 덩어리를 잘게 빻은 토마토, 양배추 등에 넣은 것이다. 기름에 튀긴 렌틸콩 가루 경단에 요구르트를 부어 만든 ‘다히 바다(커리볼)’도 나왔다. 인도요리 특유의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 입맛에는 좀 느끼한 듯했다.

햄버거 가게의 채식 버거 구르가온 맥도널드 매장. 직원들은 주문대에 선 손님에게 먼저 “베지(Veg·채식)냐, 논베지(Non Veg·비채식)냐”고 묻는다. 원 안의 메뉴가 토마토 등 채소로만 만든 버거로 가격은 55루피(약 990원)다.


■“채식하면 새로 태어난 느낌”

다이어트를 위해 육식을 피하는 이들이 많지만, 샐리쉬 집안 사람들은 뜻밖에도 모두 몸집이 컸다. 설탕과 유제품을 많이 먹기 때문으로 보인다. 큰딸 묵다(21)와 작은딸 리야(18)는 “버거, 피자, 탄산음료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묵다는 “최근에는 기름, 설탕, 향신료를 적게 먹는다”고 덧붙였다.

샐리쉬 가족은 신체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정원 관리와 세차, 빨래 같은 일을 하는 하인 5명을 쓰고 있다.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는 인도에서 높은 계급의 사람들은 허드렛일을 꺼린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면 자신들의 신분도 낮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트라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인도 도시 인구 중 40%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도시 여성들은 다소 뚱뚱한 반면 시골 여성들은 대체로 많이 마른 편이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도시에 집중된 데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시골 여자들은 농사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샐리쉬네 식탁 한쪽에는 작은 접시에 담긴 ‘처트니’라는 반찬이 몇 개 있었다. 망고, 양파, 레몬 따위로 만든 피클인데 메인 요리의 달고 느끼한 맛을 상쇄하기 위해 조금씩 먹는다. 

신도시의 중산층 집이지만 인도의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 상수도는 없었다. 그래서 집에 정수기를 두고, 지역 공동 물탱크에서 내려온 물을 정수해서 마시거나 생수를 사다 마신다. 식재료는 거의 다 동네 시장에서 사왔다. 곡식과 향신료는 30년 단골가게에서 사온단다. 전업주부인 가리마는 “채소는 월요일마다 들어서는 채소시장에서 산다”며 다섯 식구의 한 달 식비가 1만5000루피(약 26만7000원) 정도이고 그중 절반이 채소 구입 비용이라고 말했다.

고기를 안 먹어도 건강상태는 다들 좋아 보였다. “보험이 없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지는 못하지만 아픈 데도 없고 당뇨도 없다”고 했다. 샐리쉬의 어머니 스네티라타는 “고기 먹는 친구들은 나보다 건강하지 못하다”며 웃었다. 

샐리쉬는 나름의 채식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몰라도, 채식을 하면 난폭성이 줄어들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믿는다”며 “채식을 해보면 새로 태어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딸도 ‘음식 외도’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고등학생 리야는 “고기를 먹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게 싫지는 않지만, 함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했다.

보기 드문 ‘야간 고기시장’ 야간 고기시장의 한 상인이 그 자리에서 산 닭을 잡아 부위를 나누고 있다.


■29개 주 중 24개 주 ‘쇠고기 금지’

육식을 하는 인도인들은 주로 닭고기와 양고기를 먹는다. 돼지고기 요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쇠고기 대신 물소(버펄로) 고기로 만든 음식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힌두교도들은 소를 숭배한다. 소가 길을 건널 때면 차를 멈추고 경적도 울리지 않은 채 소가 지나가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대형 마트에서도 고기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동네 시장에서도 닭고기가 들어간 밥이나 국수를 파는 곳은 있었지만 고기 요리를 파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운 좋게 늦은 밤에 허름한 골목의 야간 고기시장을 볼 수 있었다. 어른 종아리만 한 크기의 생선과 살아 있는 닭이 있었다. 상인들은 그 자리에서 닭을 잡아 내장과 고기를 나눴고 생선의 배를 갈라 팔았다. 큰 칼은 서슬이 퍼렇고 길바닥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시장 한쪽에 생선과 닭을 튀겨 파는 상점이 있었다. 먼저 생선과 닭을 약간 튀겨놨다가 손님이 오면 다시 한번 튀겨 내는데, 위생은 확신할 수 없었다. 가이드 타라찬드는 “인도에는 물이 오염된 곳이 많아 생선도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도는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대륙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을 듯싶었다. 헤아릴 수 없는 언어, 인종, 종교, 계급, 문화, 기후, 정치성향 등이 한데 섞여 ‘모두의 인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태어난 구자라트주는 올 초 쇠고기와 주류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경제도시 뭄바이가 있고 무슬림이 많은 마하라슈트라주도 상황이 비슷하다. 29개 주 중 24개 주에서 소 도축과 판매가 법으로 규제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 소속이며 인도 인구 중 80%가 힌두교도다. 하지만 쇠고기 도축·판매 금지는 비힌두교도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부 지역은 오랜 기간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제외한 육류가 다양하게 쓰이며, 향신료를 넣어 끓이거나 튀긴 음식이 많다. 반면 정통파 힌두교도가 많은 중남부 지역 주민들은 채식을 주로 한다. 중남부에서는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쌀과 콩, 과일을 많이 재배한다. 인도는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쌀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서쪽의 웨스트벵갈주는 바다와 접해 있어 생선을 많이 먹는다. 웨스트벵갈보다 더 동쪽에 있는 8개 주는 거의 모든 음식을 먹는다. 

종교 때문에 ‘쇠고기 금지’ 인도 인구 중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소를 자유롭게 놔둔다


■세계 곡식의 3분의 1은 소 사료

인도는 세계적인 농축산물 수출국이다. 땅은 세계에서 7번째로 넓고, 다모작을 할 수 있는 기후에 토지도 기름지다. 이 나라가 쇠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은 지구에 엄청난 축복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늘면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만과 혈관질환, 당뇨 같은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가축의 방뇨로 수질이 오염되고, 소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도 엄청나다. 소에게 곡물 9㎏을 먹여 얻을 수 있는 고기 양은 450g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이를 가축의 ‘단백질 전환율’이라고 부르는데, 소의 단백질 전환율은 돼지의 절반, 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은 1인당 연간 98㎏의 육류를 먹는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인들이 모두 미국인처럼 고기를 먹을 경우 지금의 곡물 생산량으로는 26억명만 부양할 수 있다. 반면 세계가 인도인들의 수준(1인당 연간 5.4㎏ 정도)으로 고기를 먹는다면 95억명도 먹여살릴 수 있다. 

인도인들은 재배한 곡물의 90%를 식재료로 쓰지만, 지구상에서 재배되는 곡물 상당량은 소 사료로 쓰인다. 브라질 아마존 숲도 소 사료용 콩 재배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1990년대 중반 사료용 콩 수입을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는 ‘콩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고기를 생산하는 ‘육류 공장’의 무자비한 사육과 도축 방식, 대량생산을 위해 첨가·변형하는 사료, 부자 나라의 사료 공급처로 전락한 빈국의 식량 부족, 농경지 사막화 등 지나친 육식으로 인한 문제점은 이루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쇠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아르헨티나(1인당 41.6㎏)였고 이어 우루과이(37.9㎏), 브라질(27.0㎏) 순이었다. 돼지고기는 중국(32.0㎏), 유럽연합(30.9㎏), 베트남(28.9㎏)에서 많이 먹는다. 가금류의 대표적인 소비국은 이스라엘(63.0㎏)과 미국(44.5㎏)이다. 한국은 돼지고기(24.4㎏), 가금류(15.4㎏), 쇠고기(11.6㎏) 순으로 조사됐다. 돼지고기를 제외하고는 OECD 평균치보다 적게 먹는 셈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8000만마리 소들이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며 지구에서 생산된 곡물의 3분의 1을 소비한다”며 “인간이 소를 먹는 게 아니라 소가 인간을 먹어치우고 있는 셈”이라고 적었다. 

그는 “축산단지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경작지를 사막화한다”며 “육식을 끊는 행위는 모든 대륙의 자연을 회복시키는 생태적 르네상스의 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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