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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4, 2016

[단독]전두환 一海재단 판박이...재단법인 미르-스포츠 K 철저해부 '박근혜 각본, 최태민 딸 최순실 연출, 안종범 감독'...안종범 전화 한 번에 재벌들 알아서 기부

미르-스포츠케이는 차기 정권 청문회 1호 대기조

일해재단은 장세동…미르에는 안종범이 악역담당


정수장학회 망령이 박근혜정부에서 되살아나다.

지난주 선데이 저널이 보도한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모금내역 등을 상세히 점검한 결과 전두환을 백담사로 몰아넣은 일해재단과 보면 볼수록 판박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기업들이 기업자산순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기금을 출연하는가 하면 청와대 안종범 정책기획수석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해재단은 전체자금을 모으는데 3년이 걸렸지만, 재단법인 미르는 2개월만에 마무리돼 오히려 더 빨리 재벌들로 부터 자금을 갹출했고, 일해재단에 장세동이 있었다면 재단법인 미르에는 안종범이 있는 것이다.

일해재단이 재벌들이 출자했지만 이사회에서 배제된 것처럼 재단법인 미르 또한 출자자는 완전 배제되고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이사장을 차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재단법인 미르는 제2의 일해재단일 뿐 아니라 박정희 정권이 부산일보와 경향신문을 강탈해서 설립한 정수장학회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박정희정권의 부패 망령이 박근혜정권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문체부는 재단법인 미르의 이사를 국악방송 사장에 임명하기도 하는 등, 박근혜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번 선발한 인사를 지속적으로 산하기관장에 임명하는 등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재단법인 미르가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내역과 감사보고서, 웹사이트, 그리고 재단법인 K스포츠의 법인등기부등을 통해 가능한 객관적으로 모금내역과 활동상황 등을 샅샅이 파헤쳐본다. 박우진(취재부기자)

박근혜 각본…최태민 딸 최순실 연출…안종범 감독


재단법인 미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436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단 2개월만에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재벌들로 부터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재단법인 미르의 활동을 가장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미르가 국세청에 보고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서류이다. 미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지난 4월 29일 관련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했고, 국세청은 이를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에 공시했다.

이 서류가 수박 겉핥기로 나마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서류다. 486억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됐지만 우리가 그 재단이 어떤 식으로 돈을 모았고, 어떤 사업에 얼마의 돈을 쓰는 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국세청 공시서류열람이 고작이었다.

이 서류에 따르면 재단법인 미르는 지난해 10월 27일 설립됐으며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활동내역 등을 담고 있다. 이 재단의 대표자는 김형수 연세대교수였으며 공익사업의 유형은 문화, 주무관청은 문화체육부였으며 기부금 유형은 지정기부금형태였다.

두리 뭉글한 사업내용과 목적 반복

이 재단은 민법 32조와 문화체육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설립됐으며 이사는 6명이며, 고용직원이 10명, 자원봉사자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 재단의 고유목적사업은 첫째, 한국전통문화가치 발굴사업, 둘째 한국전통유산 정착사업 및 전통유산의 글로벌사업, 셋째, 한국전통문화 지원 및 교육사업, 기타 한국문화홍보 및 발굴관련 사업이다. 재단법인 미르가 열거한 고유목적사업에서 알 수 있듯 3가지 목적을 들었지만 똑같은 말들만 반복됨을 알 수 있다. 같은 말을 반복, 반복하면서 목적사업이 많은 듯 줄줄이 늘였다.

그것도 세련되게 표현했으면 나았을 텐데 같은 말만 반복함으로써 행정능력도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업내용은 예술, 문화, 스포츠이며 국내 주요사업지역은 서울로만 표시했고, 국외주요사업지역은 유럽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가 보유한 총자산가액은 484억원상당이며 이중 은행에 이중 은행에 예치된 금융자산이 482억여원, 기타자산이 2억여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언제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재단이 설립된 것이 지난해 10월 27일인데, 지난해 전체 기부금이 무려 486억원에 달했다. 대한민국 전체 공익법인중 모금실적이 23위, 문화재단 중에서는 단연 1위를 기록했다. 공시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 366억2천만원, 지난해 12월에 119억8천만원을 모금, 단 두달만에 486억원을 모금했다. 2015년말 대한민국에서 문화재단이 설립 2개월만에 486억원을 모금하는 기적이 펼쳐졌던 것이다.

미르재단 기부

그렇다면 과연 누가 기부금을 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공시서류 중 출연자, 즉 기부자 명세서를 통해 확인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재벌기업 30개가 출연자였다.

본보가 이 공시서류에 기재된 30개 기업체 기부내역을 재분류해 본 결과 30개 기업은 16개 재벌기업군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16개 기업에서 486억원을 냈지만, 전체 기업수는 30개인 것이다. 이는 각 재벌그룹이 무언의 압력 하에 자신들에게 할당된 기부금을 채우기 위해 각 계열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각 기업에서 돈을 갹출하다 보니 16개 재벌그룹이지만 그 회사가 30개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삼성 4개 계열사 통해 125억 출현

이들 30개 기업 해부결과 삼성그룹은 4개 계열사가 125억원을 출연, 기부금 1위였고, 현대자동차그룹은 3개 계열사를 통해 85억원, SK그룹은 1개 계열사를 통해 깨끗하게 68억원을 질러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또 엘지그룹은 2개의 계열사를 통해 48억원, 롯데는 1개 계열사를 통해 28억원을 기부했다.

즉 1위부터 5위까지의 기부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엘지, 롯데의 순이었다. 그리고 포스코가 30억원,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GS는 할당을 채우기 위해 무려 8개 계열사를 동원 26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에스의 뒤를 이어 한화가 15억원, 한진이 10억원, 두산이 7억원, 케이티가 11억원, CJ가 8억원, LS가 10억원, 대림이 6억원, 금호아시아나가 7억원, 아모레 퍼시픽이 2억원을 냈다. 그래서 486억원이 된 것이다.

재미난 것은 2016년 자산기준 재벌순위 20위권 내 기업 중 공기업을 제외한 14개 기업 중, 현대중공업은 12위 기업이지만 경영난 때문인지 단 한 푼도 출자하지 않았고, 신세계도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20위권내 재벌기업중 공기업을 제외하고 12개 기업이 기부금을 냈다. 사실상 20위권내 기업이 새로 생겼으며, 이름조차 알 수 없고, 사업목적조차 오락가락하는 ‘듣보잡’ 문화재단에 많게는 100억이상에서 적게는 10억까지 일사분란하게, 도 최대한 신속하게 기부를 한 것이다.

20위권밖의 기업들도 앞 다퉈 기부를 했다. 10억원을 낸 LS는 22위이며, 6억원을 낸 대림은 25위, 7억원을 낸 금호아시아나는 28위, 2억원을 낸 아모레 퍼시픽은 55위 기업이었다. 25위권 기업 중 기부금을 내지 않은 기업은 21위인 부영, 24위인 대우조선해양, 2개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2조원이상의 분식회계가 적발돼 자기 앞가림조차 못하는 부실덩어리다. 자산이 24위로 기록됐지만 이 자산총액조차 믿을 수가 없는 기업이다.

시장통 배추장사 장부보다 못한 기업이다. 따라서 자산기준 25위이내의 기업은 모조리 ‘눈물 나게 아름다운’ 기부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일까, 분노의 눈물일까. 25위이내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참여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 기부에 강제성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기부자 명세서가 기부자들이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기부대열에 참여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재벌 순위 따라 기부금 책정된 듯

특히 이 재벌들의 기부액은 자신들의 재계순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 자산액수에 따라 정밀하게 할당됐음이 드러난다. 자산기준 재계서열 1위인 삼성 125억원을 기준으로, 삼성자산에 대비한 각 기업의 자산비율에 따라 기부금이 정해진 것이다.

2015년 자산총액이 351조원인 삼성은 125억원을 냈고 자산총액이 194조원으로 삼성의 55%정도인 현대차그룹은 삼성기부액의 69%정도인 85억원을 냈다. 또 자산이 152조원인 SK는 삼성자산의 43.3%정도였지만 삼성기부액의 54%정도인 68억원을 납부했다.

삼성 기부액을 기준으로 2위 재벌은 자산기준보다 15%정도, 3위 재벌은 자산기준보다 10% 정도를 더 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 기업의 기부금액은 마치 누가 정한 것처럼 재벌순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재벌들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입김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그 같은 증언이 없더라도 이 기부자 리스트의 기부순위만 봐도 누군가가 ‘얼마를 내라, 그리고 얼마를 내는 기준은 자산순위 등에 따른 것으로 매우 합리적이다’ 등의 이유를 대며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기부금을 받아 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장면에서 ‘데자뷰’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금의 현실이 과거 어디에선가 본 것과 똑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전두환의 일해재단 모금 방식이다. 5공비리 청문회 결과 일해재단은 1984년 3월 5일부터 1987년까지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3년간 509억5천만원을 모금했다. 당시 전두환 지시아래 장세동이 나서 경제단체를 쪼이고 정주영 전경련회장, 정수창 상공회의소회장등이 기업들의 외형을 기준으로 기부금액을 할당해 돈을 끌어 모았었다. 모았다기 보다는 반강제적으로 뜯어냈다는 것이 정확하다.

당시 5공청문회에서 정주영 현대회장의 증언은 아직도 회자된다. 정회장은 ‘아웅산 유족지원금 23억원을 자진해서 날아갈듯이 냈고, 1차년도 재단기부금 모금은 취지에 찬동해서 냈고, 그 다음부터의 일해재단 기부금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것이 편안하다는 생각으로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냈다’고 밝혔다.

편하게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것이다. 장치혁 고려합섬 회장도 ‘84년도 2억은 자진해서 냈으나 한번 내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니까 부담을 느꼈고 강요는 아니지만 내키지는 않았다’. 또 전두환은 자신이 2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으나, 조사결과 10억원은 신동아건설, 10억원은 대림산업에서 낸 돈이었지만 이 돈을 자기 마음대로 익명처리한 뒤 자신이 낸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정수장학회 망령이 박근혜정부에서 되살아나다

전씨는 1988년 11월 23일 백담사로 떠나는 날 발표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경제인에게 무언의 압력이 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었다. 국민들은 지금 1-2년 뒤 전두환의 백담사 데자부와 맞부딪힐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끌어 모은 돈은 어떻게 쓰였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두 달간 급여만 6260만원이 지출됐다. 복리후생비 2백여만원을 포함하면 6500만원에 달한다. 상근근로자가 10명이라고 했으므로 이들의 1개월 인건비가 325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한달 월급이 325만원상당, 연봉이 3900만원에 달한다. 전경련이 조사한 2016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연봉이 3281만원이며 중소기업 평균연봉은 3363만원이다.

하는 일없이 3억6천만원 경비처리

통상 문화재단 등은 자선단체이므로 돈이 없어 쩔쩔 매며 임금도 비정규직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탄생한지 1년도 안된 재단법인 미르의 직원들은 우리나라 임금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미르는 회의비로 818만원, 여비교통비로 2255만원, 수선비로 3486만원, 사무용품비로 3340만원, 지급수수료, 즉 회계나 법률자문에 대한 수수료로 534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수수료가 무려 5340만원에 달하는 것은 매우 이채로운 일이다. 이래서 2개월 동안 지출한 돈이 3억6천만원, 그래서 486억원을 모아서 2개월간 하는 일없이 3억6천만원을 지출, 남은 자산은 482억여원이 된 것이다.

▲ 재단법인 미르 공시서류
▲ 재단법인 미르 공시서류

그렇다면 이 재단의 이사는 누구일까? 이 공시서류에는 이사가 6명, 기타가 1명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사는 김형수, 김영석, 조희숙, 송혜진, 이한선, 장순각등이며 기타가 채미옥으로 기재돼 있었다. 과연 이 이사들은 이들 법인의 등기이사일까? 본보는 재단법인 미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서류인 법인등기부등본을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한국시간 8월 24일 발급받았다.

이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정식명칭은 재단법인 미르이며, 설립인허가 연월일은 2015년 10월 27일, 자산총액은 100억원이었다. 이 등기부상 이사는 김형수, 김영석, 송혜진, 조희숙, 이한선, 장순각, 추광호였다. 김형수씨는 연세대 교수로 이 법인이사장이며 등기부등본에는 이사 김형수외에는 대표권이 없다고 기재돼 있었다. 또 김영석이사와 송혜진이사는 지난 7월 21일 사임했고, 추광호이사가 7월 20일 취임했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5명의 이사가 있는 것이다. 애당초 추광호이사는 없었으며 당초 6명의 이사는 모두 문화계인사였다. 486억원의 기부금을 출연한 재벌그룹 관련인사는 단 1명도 없는 것이다.
허수아비로 내세운 6명의 이사들의 면면들

공익법인은 공익사업을 위해 정관을 정해 기금을 모으고 재단운영을 맡을 이사진을 선임, 재단을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재단은 곧 이사회 그 자체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설립한 일해재단은 재벌기업들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거금을 냈지만 한 푼도 출연하지 않은 전대통령 측근이 이사장을 맡아 재단을 마음대로 운영하고 그나마 부족해서 재단 이사진 선임도 전씨 마음대로 함으로써 사실상 공익법인의 취지를 벗어났었다. 재단법인 미르도 마찬가지다. 돈을 낸 사람측에서는 단 한사람의 이사도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미르측은 지난달 20일 부랴부랴 추광호 전경련 사업본부장을 구색 맞추기로 이사로 밀어 넣은 것이다.

▲ 송혜진 미르 전이사(현 국악방송 사장), 장순각 미르 이사, 조희숙 미르 이사, 추광호 미르이사(전경련 산업본부장)
▲ 송혜진 미르 전이사(현 국악방송 사장), 장순각 미르 이사, 조희숙 미르 이사, 추광호 미르이사(전경련 산업본부장)

이사들 면면을 확인한 결과 김형수씨는 이미 알려진 대로 연세대 교수, 김영석씨는 ‘전통한복 김영석’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복전문가, 조희숙씨는 중앙일보 홍석현회장의 부인이 설립한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식문화전통음식연구가로 활동했던 전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교수, 송혜진씨는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 장순각씨는 파리건축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였으며 이한선씨는 그 직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재미난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등을 싫어해 장관을 임명할 때 이미 장관 등을 역임한 인사를 돌려받기를 하듯, 문체부도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이는 문체부장관의 코드인사로, 자기 사람만 계속 좋은 자리에 보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초대 이사로 활동하다 지난달 20일 이사직을 사임한 송혜진씨는 그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문화체육부에 의해 임기 3년의 국악방송 사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연세대 교수).
▲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연세대 교수).

송씨는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으로 10여년간 근무했으며 국악방송은 국악의 보급 및 진흥을 위해 2000년 출범한 방송으로 문화체육부가 그 대표 임면권을 갖고 있다. 송씨는 486억원 자산을 가진 재단법인 미르 이사를 지내다, 문체부 장관에게 뽑혀 국악방송 사장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재단법인 미르는 그동안 어떤 사업을 했을까? 지난해에는 사업이 전무했고, 올해 사업내용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그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올해 사업은 단 1건, 그것도 실제로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MOA 즉, 합의각서 체결이 전부였다.

재단법인 미르는 지난 4월 22일 김형수 이사장이 파리를 방문, 요리학교인 에꼴페랑디와 ‘한식 DNA를 품은 글로벌 세프양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르는 에꼴페랑디는 프랑스의 명문요리학교로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요리교육과정으로 한식 정식 커리큘럼을 도입하기로 합의했으며, 한국 내 페랑디-미르 학교를 공동설립, 프랑스 내 인턴십 등을 주선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운영된다는 디테일은 없다. 정규 9개월과 단기 3개월과정이 있다고만 주장하고 어떤 방식으로 언제 입학할 수 있는지등은 없었다.

또 안타깝게도 에꼴프랑디 웹사이트의 파트너십 체결현황에는 미르가 파트너사로 기재돼 있지 않았다. 단지 미르가 4월 22일 김형수이사장이 파리를 방문한 사진을 바로 그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반면, 에꼴프랑디는 이 같은 사실을 웹사이트에도 알리지 않고 있다. 미르의 요청이 있었던 때문인지 한달여가 지나서야 사진을 올려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486억원의 기부금을 거둬들인 재단법인 미르가 유일하게 추진한 사업이 이 MOA였지만 이마저 사실상 보여주기식 사상누각인 것이다.

마사지 전문 치료사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에

재단법인 미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다고 알려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380억원상당을 모금했다고 알려졌지만 올해 1월 13일 설립된 탓에, 아직 국세청에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인이다. 내년 4월말 2016년치를 보고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인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법인등기부등본이 유일했다. 380억원상당의 자산을 가진 이 법인등기부 기재사항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동구씨가 대표권을 행사하는 사람, 즉 대표이사, 이사장이었으나 법인설립 불과 한 달 보름만인 2월 26일 사임했고, 지난 5월 13일 정동춘씨가 신임대표이사로 취임할 때까지 법인대표가 2개월 보름간 공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동춘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이사장 저술책자
▲정동춘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이사장 저술책자

380억원 짜리 재단의 대표가 1개월 만에 사임하고 새 대표는 5월 13일 취임함으로써 사실상 이 재단이 4개월간 헛돌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재단 또한 전경련 회원사는 물론 중소기업까지 반강제적으로 돈을 출연, 380억원상당을 모아줬지만 재계인사는 단 한명도 이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니 돈 한 푼 안낸 것은 물론 자질도 검증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이사로 취임한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설립과 동시에 대표를 맡았던 정동구씨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선수가 해방 후 처음으로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딸 때, 국가대표팀 레슬링코치였으며 한국체대교수를 역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K스포츠가 체육진흥을 목표로 한 만큼 정대표는 자격이 입증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대표가 모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 재단설립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재단이 움직이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1개월 만에 사퇴했다.

그래서 5월13일 다시 대표를 맡은 사람이 정동춘씨, 알고보니 정씨는 스포츠 맛사지 전문가였다. 정씨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운동생리학박사로 지난 2004년 ‘머리맛사지’, 2005년 ‘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등 외국인이 저술한 스포츠 마사지책자를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했던 사람으로 확인됐다. 이들 책에서 정씨는 자신의 약력을 한사랑병원 운동처방과장,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 등으로 기재했다. 한때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선수들의 맛사지를 담당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신체기능회복센터로 알려진 맛사지,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재단법인 미르 홈페이지 활동사항
▲ 재단법인 미르 홈페이지 활동사항

전두환 일해재단 불법모금 과정 판박이

과연 스포츠 맛사지 전문가가 380억원짜리 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맛사지 전문가라고 해서 재단을 제대로 운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맛사지샵 정도를 운영해 본 사람이 중소기업보다 더 큰 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이 재단은 웹사이트조차 없다. 공익법인은 웹사이트 등을 만들어 그 활동을 알리도록 돼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무슨 활동을 평가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재단법인 스포츠케이의 활동은 평가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스포츠케이의 모금액은 8백70억원상당. 재벌들의 팔을 비틀어 강제적으로 돈을 거뒀을 개연성이 증언을 물론, 공시서류등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단언컨대 이 2개 재단은 청렴을 강조하는 박근혜정권의 결정적인 비청렴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 모금과정에서 불법성이 감지된다. 5공비리 청문회를 통해 일해재단비리가 낱낱이 드러났듯, 박근혜 정권이 끝나는 동시에 국회차원의 청문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이번 두 개의 재단을 주도한 인물이 최태민 목사의 5번째 딸이자 박대통령의 비밀 보좌관으로 권력서열 1위라고 불리는 최순실씨가 막후에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안종범 수석은 돈 각출만 담당했다는 청와대 내 소문이 나돌고 있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스포츠K는 차기정권 청문회 1호 사례로 청문회대기조인 셈이다.

선데이 저널 USA  박우진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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