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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17, 2024

[초전도체 LK-99 1년] 정체불명 유령 논문과 테마주만 남았다

   이종현 기자2024. 7. 18. 06:01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주장한 LK-99

작년 7월 논문 공개되며 전 세계적인 논란 일어
초전도체 확인 못해, 연대는 협업 중단
주식시장 테마주 득세…유령 논문에 주가 들썩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 선포식에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 사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세대는 현재 퀀텀에너지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중단한 상태다./연합뉴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23년 7월 22일 상온·상압 초전도체(超傳導體)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 2편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학술지의 심사를 거쳐 정식 출판되지 않고 연구진이 인터넷에 먼저 공개한 것이다. ‘LK-99′라는 이 물질은 이후 전 세계에서 진위 여부를 두고 엄청난 논란을 유발했다.

논문이 사실이라면 거리 상관없이 무손실 송전(送電)이 가능해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고성능 전자석도 만들어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비즈가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찾아간 7월 27일 아침까지만 해도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해외 과학기술 커뮤니티에서 회자됐고, 일부 해외 매체에 기사가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LK-99나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존재를 전하는 기사가 없었다.

조선비즈는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찾은 날 오후 연구진의 인터뷰를 담은 LK-99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마른 논에 불이 붙듯 LK-99를 둘러싼 논란은 빠르게 번졌다. 며칠 뒤 다시 찾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석배 대표의 얼굴을 다시 본 건 반년이 지난 올해 1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선포식 때였다. 지난 1년 동안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테마주가 움직였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하의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이런 공중부양은 초전도체의 대표적인 특성이다./로체스터대

◇1년 전 ”해외 유명 대학에서 연구 제안” 큰소리

지난해 7월 23일 찾은 빌라 지하의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무실은 한 눈에 봐도 열악했다. 노벨상감인 엄청난 연구 결과가 탄생한 곳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칠판과 커다란 책상, 컴퓨터 3대만 있었고 실험실은 그 옆 작은 방에 있었다. 이석배 대표는 “이 곳에서 오랜 실험 끝에 LK-99를 발견했다”며 실험실 기기들을 보여줬다. 금속을 고온에서 굽는 장비와 다양한 화학물질이 담긴 유리병이 눈에 들어왔다. 실험을 진행한 결과물인 듯 곳곳에 탄 자국이 있는 금속 조각도 보였다.

간단한 실험실 소개가 끝나고 이 대표와 함께 사무실에 있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폭풍전야를 예고하듯 사무실에는 전화가 계속 걸려 왔고, 다른 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 대표에게 LK-99가 진짜 상온 초전도체가 맞는지, 맞다면 왜 동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렸는지 물었다.

그는 “원래 네이처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의 초전도체 논문 진위 논란 영향으로 네이처가 논문 게재를 부담스러워했다”고 답했다. 이후 갈등을 빚은 권영완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를 언급하며 “연구에 큰 역할을 하지 않은 다른 교수가 멋대로 자기 이름을 달아서 논문을 올리는 바람에 아카이브에 논문 2편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점심 시간이 됐다. 이 대표는 도시락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미국 프린스턴대나 영국 케임브리지대 같은 유명 대학에서 LK-99 연구를 함께 하자는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세계가 자신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에너지공대 “시료서 초전도체 확인 못해”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걸 말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는 초전도선을 활용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든다. 양자컴퓨터도 초전도체가 기반이다. 수많은 미래 기술이 초전도체에서 탄생하고 있다. 문제는 초전도 현상은 지금 기술로는 극저온 상태에서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1911년 처음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것도 섭씨 영하 269도였다.

이후 과학계의 관심사는 초전도 현상을 더 높은 온도에서, 심지어 상온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은 초고압으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온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초고압 환경에서 영상 7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15도에서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데이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논문은 모두 철회됐다.

이런 와중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처음 납을 이용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산구리를 고온에서 구운 뒤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었고, 이후 납을 기반으로 하는 아파타이트(apatite) 구조를 얻었는데, 여기에서 초전도 현상을 관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K-99는 오래 가지 않아 주류 과학계의 신뢰를 잃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한 검증실험에서 모두가 LK-99 재현에 실패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꾸린 ‘LK-99 검증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냈다. 검증위는 작년 12월 “공개된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결과를 종합해 고려했을 때,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검증위에 참여한 8개 국내 기관, 그리고 검증위가 권위가 있다고 본 14개 해외 연구진이 모두 같은 결론을 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중심이 된 'LK-99 검증위원회'는 작년 12월 백서를 발간하고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LK-99 검증위원회

더 이상의 논란이 무의미해질 때쯤 LK-99와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소식이 들렸다. 연세대가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손을 잡고 LK-99 공동 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세대는 양자컴퓨터 도입을 앞두고 양자산업융합선도단을 출범시켰는데, 이 연구단 차원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손을 잡고 LK-99 공동 연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석배 대표는 올해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선포식에 직접 참석해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맞다”며 “상업화 연구를 위해 양자산업융합선도단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퀀텀에너지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난 9일 “여러 이유로 퀀텀에너지연구소와는 정상적인 연구가 어렵다는 판단에 더 이상의 협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LK-99 연구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너지공대)은 LK-99 논문이 공개되기 전인 작년 5월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아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공대는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직접 LK-99 시료를 제공받은 유일한 기관이다. 당초 에너지공대는 올해 초쯤 LK-99 샘플 분석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에너지공대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는 찾았다고 밝혔다. 박진호 에너지공대 총장직무대행은 17일 “LK-99 샘플의 초전도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K-99 샘플을 직접 받아 분석한 기관이 초전도체는 아니라고 확인한 셈이다. 다만 에너지공대는 LK-99가 소재로서 가치는 있다고 했다. 박 대행은 “에너지 소자용 소재로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지금 특허 출원 중에 있다”며 “출원 완료되면 조금 더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수가 공개한 PCPOSOS의 부분 부양 영상. 앞서 공개했던 LK-99와 마찬가지로 샘플의 한쪽은 자석에 붙은 채로 일부만 공중에 부양하고 있다./X 캡처

◇주식 시장 밈으로 전락…연구진도 반목

LK-99 연구진의 새로운 초전도체 연구 결과도 나왔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함께 LK-99를 개발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는 지난 3월 4일 미국물리학회(APS) 구두발표를 통해 ‘PCPOSOS’라는 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에 발표한 LK-99에 황을 추가한 물질로 김 교수는 “부분 부양을 하는 타입2 초전도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발표에서 공개된 물질은 전기 저항이 10⁻²~10⁻⁴Ω(옴) 수준으로 초전도체로 보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초전도체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전기 저항이 10⁻⁹Ω 이하로 나와야 한다. LK-99 역시 전기 저항이 새로 발표한 ‘PCPOSOS’와 별 차이가 없었다.

과학기술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김현탁 교수의 발표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주식 시장은 달랐다.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몇몇 종목의 주가는 김 교수의 발표를 전후로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출렁거렸다. 씨씨에스, 신성델타테크 같은 종목이 대표적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APS 구두발표 이후에도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식 학술지가 아닌 빅스라(viXra)라는 해외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를 통해서다. 작년 7월 LK-99 논문을 처음 공개한 아카이브보다도 규모나 권위가 떨어지는 곳이다. 한 국내 연구자는 “viXra에 의미 있는 논문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대학원생 수준의 리포트나 페이퍼가 올라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지난 3월 10일 처음으로 viXra에 논문을 공개했고, 이후 3월 30일과 7월 6일에도 한 차례씩 논문을 더 올렸다. 모두 자신들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들이다.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체 불명의 데이터를 담은 논문이지만, 이 논문들이 올라올 때마다 씨씨에스나 신성델타테크 같은 초전도체 테마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했다.

작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R&D센터에서 열린 LK-99 관련 고려대 연구진실성 위원회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권영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LK-99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도 테마주에 합류했다. 씨씨에스는 작년 11월 LK-99 개발에 참여한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와 김지훈 전 퀀텀에너지연구소 리서치디렉터를 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권 연구교수가 작년 12월 11일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씨씨에스 관계자들이 회견장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초전도체 테마주가 코스닥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본다. 씨씨에스만 해도 지난 1년 사이 최대주주가 여러 차례 바뀌고, 세력 내부에서는 서로 고소·고발을 하고 있다. LK-99가 세상에 등장하고 1년이 지났지만, 남은 건 주식시장 밈과 테마주뿐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LK-99 연구진도 테마주처럼 반목했다. 논문에 참여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권영완 고려대 교수는 서로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권 연구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김현탁 교수가 LK-99 개발에 별 기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반대로 권 연구교수가 한 것도 없이 분란만 조장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금은 김현탁 교수와 퀀텀에너지연구소도 더 이상 협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석배 대표와 김현탁 교수, 권영완 교수 등 LK-99 논란의 주역들은 작년 말과 올해 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다시 자취를 감췄다.

참고 자료

LK-99 검증 백서(2023), https://www.dropbox.com/scl/fi/1qiq0wuq4m9y7aehcxj2d/LK-99-v1.1.pdf?rlkey=rlil98pucvg2y3uareho1ualv&e=1&dl=0

arxiv(2023), DOI : https://arxiv.org/abs/2307.12008

arxiv(2023), DOI : https://arxiv.org/abs/2307.12037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3), DOI : https://doi.org/10.1002/adfm.202308938

arxiv(2023), DOI : https://arxiv.org/abs/2307.16892

arxiv(2023), DOI : https://arxiv.org/abs/2308.01192

viXra(2024), DOI : https://vixra.org/abs/2407.0051

viXra(2024), DOI : https://vixra.org/abs/2403.0144

viXra(2024), DOI : https://vixra.org/abs/2403.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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