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새누리도 매크로' 보도 뒤
특정ID 댓글 '무더기 삭제' 잇따라
네이버 2차례 개선대책 내놨지만
포털들 매크로 막는데 한계 있어
"선거 여론조작 처벌 강화해야"
특정ID 댓글 '무더기 삭제' 잇따라
네이버 2차례 개선대책 내놨지만
포털들 매크로 막는데 한계 있어
"선거 여론조작 처벌 강화해야"
[한겨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2006년부터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한겨레> 보도 이후, 네이버 정치 기사에 달린 댓글이 무더기로 삭제되고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 역시 매크로나 댓글알바에 의한 여론조작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가 네이버에 송고된 ‘용산 건물 붕괴사고’ 관련 기사 가운데 10건을 임의로 뽑아 분석해보니, 전체 댓글 3289개 가운데 611개가 자진 삭제돼 자진 삭제율이 1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크로 활용 등 문제가 될 것 같은 댓글을 집중적으로 삭제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특히 동일한 아이디로 여러 개의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한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johi****’ ‘alsr****’ ‘choh****’ 등 복수의 아이디가 같은 기사에 복수의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했고, 여러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한 아이디도 여럿 있었다.
실제로 ‘용산 건물 붕괴사고’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은 유독 편향적으로 여당 쪽을 공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을 싸잡아 비하하거나, 뜬금없이 ‘안철수-김문수 단일화’를 촉구하는 댓글이 수백개씩 빗발친다. 그런 댓글들 사이로 “오늘도 알바들이 애쓴다”는 자조가 가끔 뒤섞여 있다. ‘드루킹 사건’ 이후 네이버가 두차례나 뉴스 및 댓글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뉴스 댓글창은 여전히 진흙탕이다.
포털 관계자들은 “(댓글) 매크로를 막는 것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회수를 바탕으로 광고영업을 하는 포털의 속성상 매크로 같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들은 “동일 아이피(IP)에서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가 있을 때 제어하고, 기능을 제한하는 조처를 늘리고 있다”지만 정당까지 매크로를 쓰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매크로 규제 규정 자체가 없어 ‘입법 공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거 기간 중에 유독 인터넷 공론장에서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독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정당과 후보들이 온라인 공간을 점령의 영토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술의 진화로 손쉬운 방법들이 도처에 있으니 유혹은 더 강렬해진다.
해법은 원천 차단이다. 불법적으로 인터넷 여론 조작을 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차원에서 매크로 등 여론 조작을 한 게 드러나면 당선을 무효로 하거나 그 당의 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운동 행위에 대한 규제는 풀어주되, 매크로 등 댓글 조작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완 박준용 기자 funnybone@hani.co.kr
이슈 새누리·한나라당 여론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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