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반대 집회 24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려
경찰은 집회 통제보다 원활한 집회 개최 도와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에워싸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에워싸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도심에서 사드 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24일 열렸다.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주변을 행진 대열로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행사를 벌였고 경찰도 유연한 대응으로 시민들의 준법시위를 보장했다.
옅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국에서 모인 3000여명의 시민들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모여 ‘사드 철회 평화 행동’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 사드 공사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방어를 위해 왜 한반도가 불덩이가 돼야 하는가. 한반도 사드배치는 백해무익하다. 사드를 도둑 반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법적 절차나 사회공론화도 없었다. 곧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에워싸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에워싸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날 집회는 처음으로 미국 대사관을 사람으로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행사가 합법적으로 열려 관심을 끌었다. 그간 미 대사관 앞 집회는 경찰이 국내 주재 대사관 100m 앞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11조4항을 들어 통상 금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시민단체(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가 서울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낸 미 대사관 앞 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번에도 법원이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를 취소시키면서 미 대사관 앞 집회가 합법적으로 열리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23일 “집시법 11조4항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허용된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며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날 경찰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59개 중대 47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했지만 과거와 달리 집회를 통제하기보다는 집회와 행진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교통 의경들은 집회참가자들이 원활하게 도로를 행진하도록 차량을 통제했고 무전기를 든 지휘관들은 교통 경찰이 행진 대열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이 없게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집회 대열 앞에는 ‘교통’이라고 적힌 연두색 조끼를 입은 교통 경찰이 우선 배치되었고 집회를 통제하는 기동대 소속 경찰부대는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광화문 골목 곳곳에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행진을 함께 하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찰차벽과 물대포가 보이지 않고 행진을 돕는 교통 경찰만 보이니 시민들도 경찰로부터 위압감을 느끼기보다 평화롭게 시위를 즐기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한 3000여명의 시위대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종각역 사거리를 거쳐 종로소방서 인근으로 행진했다. 오후 6시30분께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 주변에 도착했다. 행진 대옆 앞 트럭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집회를 주도한 한 참가자가 “여러분 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미 대사관 전체를 에워쌉니다”라고 소리치자 시위대는 환호성을 지르거나 나팔을 불며 환호했다.
시위대는 법원이 행진을 허가한 20여분 동안 “사드가고 평화오라”,“트럼프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 대사관 주변을 두바퀴 돌았다. 광화문 광장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미 대사관 앞 도로를 가득 뒤덮은 ‘사드반대 손팻말’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미 대사관 앞 인간띠잇기 행사가 진행된 것은 2002년 12월 효순이미선이 추모 촛불 집회 때 경찰병력을 뚫은 시민들이 대사관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은 이날 미 대사관 앞 2차선 도로 앞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찰 버스 6대를 동원해 간이 차벽을 세웠을 뿐 집회에 방해가 될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다. 방패를 든 기동대 일부는 미 대사관 앞 인도에 무리지어 서 만약의 돌발사태에 대비만 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50분께 자진해산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정희(57) 경남민중의꿈 대표는 “미 대사관 앞은 시위를 할 수 없는 금기시된 영역같은 곳이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집회를 하게 된 것이 꿈만 같다. 우리가 미국 앞에 당당해진 것 같고 역사가 한 발 짝 진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향해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행진하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향해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행진하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