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가 최근 발생한 우크라이나 연결 철로 파괴 공작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끝에 러시아 영사관 한 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북부 도시 그단스크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의 운영 허가 철회를 결정했다”면서 몇 시간 내로 러 측에 공식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이전에도 자국에서 발생한 방화 등 각종 파괴공작을 러시아가 꾸몄다며 포즈난·크라쿠프 등지의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한 바 있다. 그단스크 영사관까지 문을 닫으면 폴란드 내 러시아 공관은 바르샤바 대사관 1곳만 남게 된다.
이번 대사관 폐쇄는 지난 15~16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와 우크라이나 인접 도시 루블린을 잇는 철로에서 파괴 공작으로 의심되는 시도가 적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바르샤바-루블린 구간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를 실은 화물열차가 많이 운행하는 철로다.
바르샤바 남동쪽 미카 철로에는 폭발물이 설치됐고, 이곳에서 약 20km 거리인 푸와비에서는 철제 클램프가 철로에 부착되는 등 열차 탈선을 유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폭발물이 제대로 터지지 않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폴란드 당국은 현장에 확보한 지문과 휴대전화 유심칩 정보 등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국적 용의자 2명을 특정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 벨라루스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이는 단순한 파괴 행위가 아니라 인명 피해를 의도한 국가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드레이 오르다시 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대리는 “우리는 건설적 태도를 가진 나라들과 관계 개선 같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있다. 폴란드는 그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공작 의혹을 부인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내 폴란드 외교·영사 기관을 축소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가 배후 지시한 파괴 공작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다수 발생한 것으로 서방 국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러 정보기관이 유럽에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자 소위 ‘일회용 요원’에게 돈을 주고 파괴공작을 의뢰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폴란드 국방부는 다음달 성탄절 시즌이 파괴 공작의 적기일 수 있다며 대응 작전에 병력 1만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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