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에 수거된 옷은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의류수거함은 자치구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2016년 '의류수거함 설치 및 운영관리 개선방안'을 만들어 이를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권익위에 따르면 서울시에 설치된 의류수거함은 약 2만개에 육박한다. 자치구는 보통 3~4개의 운영업체를 선정하는데 반드시 비영리단체여야 하는 건 아니다.
'어딘가 좋은 곳에 쓰이겠지'라는 시민들의 생각은 선정된 업체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맞게 되는 셈이다.
■ 의류수거함 수익, 일부 기부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의무화 아냐
의류수거함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헌 옷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처음 등장했다.
현재 대다수의 자치구는 장애인단체나 비영리단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운영업체로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는 업체를 선정하지 않아 개인사업자가 불법으로 설치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또 한 자치구는 업체로부터 1년에 한 번 운영비에 대해 보고를 받고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다른 자치구는 업체만 선정할 뿐 별다른 관리를 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실제로 모 자치구의 담당자는 수익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있냐는 질문에 "공공이익 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류수거함 관리 수익에 대해 보고 받지 않느냐고 되묻자 "최근엔 보고받지 않았다"며 "수익금을 반드시 기부에 사용하도록 의무화된 건 없다"고 답했다.
의류수거함이 공공이익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고 하지만 업계에서 수익 사업으로 통하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봉사단체라 하더라도 자치구에 연간 수백만원의 점용료를 내고 선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는 적어도 '본전치기'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의류수거함 관리자 "옷 넣는게 '기부'라는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의류수거함에서 수거되는 헌 옷의 가격은 kg당 300원 수준이다. 이는 폐지나 고철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업체 선정에 경쟁이 붙기도 하고 심지어는 '헌 옷 전문 도둑'까지 생겨난다.
약 3년간 의류수거함 관리를 했다는 A씨는 한 지역장애인단체의 회원으로 속해 있다. A씨는 의류수거함에 옷을 넣는 게 '기부'라는 인식은 편견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의 일부를 봉사비로 사용한다면서도 의류수거함 관리는 시종일관 '장사'라고 지칭했다.
A씨는 "우리 단체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봉사단체다. 국가로부터 일부 지원받고 있으나 사무실 운영비 등은 열악하다"며 "의류수거함을 통해 창출한 수익은 사무실 비품비나 식대, 다과비 등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봉사비로 쓴다"고 전했다.
그는 "의류수거함에서 수거된 옷의 90% 이상은 사용할 수 없는 옷"이라며 "시민들도 폐의류를 처리하기 위해 수거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나 나눔이라는 표현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수거된 옷이 쓸만하면 내수용으로 팔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아서 아프리카나 몽골 등 업자에게 판매한다"며 "어떨 땐 흑자가 나지만 적자가 날때도 많다. 장사라는 게 모두 그렇지 않나. 점용료를 내기 때문에 본전은 거둬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자치구에서 의류수거함 관리를 맡고 있는 B씨는 해당 작업의 웃지못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B씨 또한 장애인단체에 회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비영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의류수거함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건 모든 업계 종사자의 고충일 것"이라며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또 다른 시민들이 민원을 넣는데 그사이에 낀 관리자는 이를 처리하느라 골머리 썩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도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무슨 대단한 돈 벌자고 이거 하겠나. 1kg 당 300원 수준하는 헌 옷 모으는데 이 돈 때문에 의류수거함만 전문으로 터는 꾼들이 있다"면서 "가끔은 폐지줍는 할머니가 수거함에서 옷을 훔쳐가 경찰에 잡히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류수거함 관리는 지자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운영되는 사업"이라며 "수거함에 넣어진 옷은 우리 소유가 되기 때문에 이를 훔쳐 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실질적인 처벌을 하고 있진 않지만 인건비 들고 기름값 드는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윤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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