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이 어닝쇼크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미국 은행주를 담았던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은행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미국 은행 ETF(상장지수펀드) 등도 약세를 보였다. SVB 사태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해 미국 은행 관련 종목들을 대거 사들였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진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은 전거래일 대비 49.37% 하락한 8.10달러(1만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다. 전일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데다 뱅크런으로 예금잔액이 급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퍼스트리퍼블릭의 1분기 순이익은 2억6900만달러로 전년대비 33% 급감했다. 매출은 12억달러로 13% 감소했다. 특히 지난 1분기 동안 약 1000억 달러의 예금이 인출되면서 예금잔액이 직전 분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파산한 SVB 이후 유동성 위기설이 돌며 다음 파산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주가가 90% 이상 하락한 바 있다.
서학개미들은 급락한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SVB사태 이후 지난 25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의 퍼스트리퍼블릭 순매수 규모는 9513만 달러(1271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종목 4위다. 이 기간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31.21달러(3월 13일 종가)에서 8.1달러로 약 4분의 1토막 났다. SVB 파산 직후 12달러 대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16달러로 반등했지만 은행 리스크 재부각으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불안은 다른 지역, 중소은행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고 관련 ETF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주요 은행 주가를 세 배로 추종하는 ETN(상장지수증권) BMO MICROSECTORS US BIG BANKS INDEX 3X LEVERAGED ETN, 러셀 1000 금융 지수를 세 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REGIONAL BANKS BULL 3X SHS ETF' 다우존스 지방은행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REGIONAL BANKING ETF 등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최근 늘어난 종목들도 약세를 보였다. 이들은 각각 7.8%, 12.43% 4.21%씩 하락했다.
SVB 사태 이후 미국 정부의 빠른 대처 등으로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지만 당분간 큰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퍼스트리퍼블릭 예금 감소 사태는 미국 은행권 위기가 조기에 종식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를 계기로 추후 중소형 은행 뿐 아니라 대형 은행까지 뱅크런 우려가 수시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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