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 잇따른 설화에 지지율 4%p 급락
배재정 "단순 실언 아니라 철학 빈곤에서 나온 것" 쓴소리이종훈 정치평론가 "패싱 논란 계속되면 국민의힘 지지층도 돌아설 것"
[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한 주 만에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28.3%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4.0%p 떨어진 수치다.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나타났다. 6일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6%p 하락한 19%에 그쳤다.
그는 지난주만 해도 국민의힘으로 합류하며 ‘입당 컨벤션 효과’를 누렸다. 7월31일 KOSI 조사에선 5.4%p 급상승했다.
그러나 지지율 오름세가 꺾이며 한 주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을 유지하던 동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지지율 거품도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패륜·배신 소리를 듣든 말든 자신이 몸담았던 문재인 정권을 마구 때리기만 하면 반문재인 정서로 인한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반대와 분노의 정치에만 골몰했을 뿐, 자신만의 국정운영의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유독 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할 때 말실수가 터져 나왔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후쿠시마 원전’,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대구 민란’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지지율이 빠지자 전통적 지지층 표심을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특검 수사팀이)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메타버스 최고위원회의에서 “2019년 4월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 정지를 신청했을 때 수형생활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면서 허가하지 않았던 최종결정권자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며 “그분이 정치인이 돼서 지지율이 땅을 뚫고 내려가자 자신이 수장인 검찰 조직에 책임을 떠넘겨 친박의 표를 구걸하는 모양새”라고 비꼬았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9일 “비겁하다”며 “국민의힘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스스로 짓밟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이 다 됐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고 일갈했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윤 후보의 언급은 스스로를 부정할 뿐 아니라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쓴소리했다.
윤 후보가 잇따른 설화에 휩싸이자 윤석열 캠프는 말실수를 막기 위한 의도로 특단의 대책까지 세울 계획이다. 이른바 ‘레드팀’이다. 윤 후보 캠프의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지난 6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논란이)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면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레드팀’을 만들어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레드팀’이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될지는 물음표가 제기된다. 말실수를 막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돌파구라는 지적이다.
이낙연 캠프 측 배재정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아무리 유능한 레드팀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윤 후보가 가지고 있는 사고와 인식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며 “윤 후보가 그동안 했던 망언들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 능력 부족,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 부족과 철학의 빈곤에 따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가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콘텐츠를 가진 인물로 많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의 앞길이 쉬울 것 같지 않다. 야권에서 내년 3월9일에 누가 후보로 올라있을 것인가는 아직 유동적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당 지도부를 ‘패싱’하고 독자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입당 전부터 말실수로 구설수가 계속 있었다. 그런데 관리가 잘 안 되니까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당을 하면 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줄 것이라 기대해서 들어갔을 텐데 들어가자마자 당 지도부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보호해주기 난감할 것”이라며 “입당 효과를 계속 누리려면 지도부에 방어를 요청해야 한다. 계속 분란을 일으키면 국민의힘 지지층도 등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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