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전원일치 의견
정경심 교수 주심 대법관이 이번 사안 심리
표창장 위조 파일 나온 PC 증거능력 영향 주목
대법원. [대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수사기관이 제3자에게서 받은 임의제출물을 통해 또 다른 범죄 정황을 발견한 경우,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변호인 측에서 같은 사유로 증거 무효를 주장하는 정경심 교수 사건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학교수 A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피해자 B씨의 신체를 촬영하다 들켰다. 이후 B씨는 현장에서 빼앗은 A씨의 휴대전화 2대를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한 대에서 B씨가 찍힌 사진 등을 확보한 후, A씨의 참여 의사 등을 확인하지 않고 나머지 휴대전화를 탐색하다 1년 전 다른 제자들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출력했다. 검찰은 이를 증거로 B씨 사건과 1년 전 사건 모두 기소했다.
천대엽 대법관 [연합] |
이번 재판에선 피해자 등 제3자가 임의제출한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수 있는지와, 이를 압수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의자 개인이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돼 있다”며 “제한 없이 압수·수색이 허용될 경우 피의자의 인격적 법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해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제3자가 영장 없이 피의자 소유·관리물인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됐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했다고 해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경심 교수 [연합] |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심은 천대엽 대법관으로,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범죄르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교수 사건 주심 대법관이기도 하다.
정 교수 측 역시 임의로 제출된 자료의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다.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파일이 들어가 있는 동양대 PC를 학교 측으로부터 넘겨받았다. 학교 PC 관리 책임자들은 정보를 추출할 때입회하지 않겠다고 동의했고, 정 교수 측은 이 사실을 따로 통보받지 못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상고심에서도 이 점을 문제삼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원합의체 사건은 피의자 소유의 휴대전화에 관한 것이고, 정 교수 건은 동양대가 관리하던 PC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 교수 사건에서 검찰은 증거물 목록을 변호인에 통지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점이 위법하다고 보면서도 증거로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고 봤다.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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