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J-20와 J-31, 일본 F-35A와 F-15, 러시아 SU-57과 SU-35, 미국 F-22와 F-35…. 동북아시아만큼 강력한 성능을 지닌 전투기가 모여있는 곳은 드물다.
이같은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다. F-22를 연상시키는 외형을 지녔지만, 잠재적 성능은 드러나지 않은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기종인 KF-21은 동북아 공군력 구도를 흔들 수 있을까.
◆중국 J-10C 등과 맞설 능력 있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공군력을 추구하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식 스텔스 기능을 갖춘 KF-21은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마카오의 군사 전문가 앤서니 웡은 “KF-21은 J-20, J-31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최신형 J-10의 훌륭한 적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밝혔다.
J-20과 J-31은 중국이 미국 스텔스기의 영향을 받아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4.5세대에 속하는 KF-21은 동체 외부에 무장을 장착하는 등 스텔스 성능이 제한적이고 미국산 F414-GE-400K 엔진도 5세대 전투기의 기동성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중국군이 2005년 배치한 J-10은 현재 최신형인 J-10C가 등장한 상태다. 음속의 4배 속도로 최대 200㎞ 떨어진 공중표적을 공격하는 PL-15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J-20과 더불어 중국이 기존에 운용중인 J-11B도 PL-15를 사용한다.
미국산 AIM-120을 탑재하는 한국 공군 F-15K, KF-16이 중국 J-10C, J-11B와 가시거리 밖에서 공중전을 하게 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면 첨단 항공전자장비와 미티어를 사용하는 KF-21은 J-10C, J-11B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개발중인 차세대 공대공미사일 AIM-260이 향후 한국 F-35A에도 탑재된다면, 한국 공군의 공중전 능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빈번하게 진입하는 중국 공군과 더불어 일본 항공자위대 전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80년대 미국산 F-15J 220여대를 도입했던 일본은 F-15J의 성능을 개량하고, 자국산 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강력한 대함 공격력을 갖춘 F-2를 미국과 공동개발했다. AAM-5 공대공미사일을 비롯한 항공 유도무기도 일부 국산화했다.
한국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대 기종과 비슷한 성능을 지닌 F-15K, KF-16이 핵심이다. 공군으로서는 F-15K에 장착하는 사거리 500㎞ 이상의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대표되는 지상 타격력은 일본보다 크게 앞서 있지만, 공중전 능력에서 일본에 확실한 우세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KF-21은 일본 F-15J와 달리 개발 단계서부터 AESA 레이더를 탑재, 항공전자체계의 종합적 성능을 F-15J 개량형보다 더 높게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미티어가 더해지면, F-15J나 F-2 등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본도 F-35A에 노르웨이산 합동타격미사일(JSM)을 탑재하는 등 지상·해상 공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KF-21도 공대함미사일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탑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축적 등을 위해 국내 개발을 추진하되, 제3국 항공무장을 도입해서 KF-21의 초도작전능력을 최대한 높인 뒤 국산 무장 개발이 완료되면 실전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산 항공무장 개발 ‘꿈틀’…중국·일본 능가할까
현재 국내에서는 KF-21에 장착할 국산 항공유도무기 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대공미사일과 대함미사일 개발을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했지만, F-15K 등 미국산 전투기와의 체계통합 문제로 항공유도무기는 연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비롯한 미국산 미사일은 많은 나라에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다. 신뢰성이 검증됐고 가성비도 우수하지만, 레이더 주파수 등을 비롯한 세부 성능이 노출된 상태다.
미국이 AIM-120을 대체할 AIM-260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국 공군에 배치될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개발이 거론되는 항공유도무기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ALCM) △공대함미사일 △500파운드급 레이저유도폭탄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전자기펄스탄 △극초음속 공대지미사일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대레이더 미사일 △500·2000파운드 GPS 레이저유도폭탄이다.
여기에 KF-21에 장착될 국산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등도 군 당국의 결정에 따라 연구개발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일부는 국산 무인공격기와 FA-50 경공격기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LIG넥스원 등을 중심으로 축적됐다는 평가다. 천궁과 신궁 지대공미사일, 해궁 함대공미사일, L-SAM 등을 만들면서 고체로켓 추진체, 지향성 탄두 등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다. 적기를 포착할 탐색기를 개발하면,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제작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다만 유럽과 이스라엘에서 이미 만든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은 국산 무기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 기존에 운용중인 것보다 우수해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덕티드 램제트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KF-21에 쓰이는 미티어와 동일한 방식이다. AIM-120보다 기동성, 비행거리 등에서 훨씬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미티어처럼 먼 거리에서 비행하는 적기에 미사일을 먼저 발사해 파괴하는 능력을 KF-21에 제공하는 셈이다.
문제는 개발 난도가 높다는 점이다. MBDA도 미티어를 개발하는데 10여년이 걸렸다. 미사일 개발이 성공해도 항공기-미사일 간 체계통합, 조준용 소프트웨어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신형 항공유도무기 장착은 적은 비용으로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3국의 항공유도무기를 도입하면서, 국내 기술을 활용해 KF-21과 FA-50 및 무인공격기에 사용할 수 있는 유도무기를 자체 개발하면 국방과학기술과 공군력을 동시에 키우는 효과가 있다. KF-21이 동북아 제공권 싸움의 ‘키맨’이 되려면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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