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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December 14, 2022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 파탄냈다” 윤 대통령 발언, 그 진실은

 [윤석열 정부][팩트체크]

3년 적자 뒤 2조8천억 흑자로 전환돼
윤 정부도 “재정 누수 2천억” 소폭 추산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했다”며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란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5년간 30조6천억원을 투자해 건강보험 보장률(건보 가입자가 지출한 총의료비 가운데 건보 부담금 비중) 70% 달성” 목표를 세우고,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하던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난이 사실인지 따져보았다.

 ‘문재인 케어’가 재정 파탄 초래?

윤 대통령은 문케어가 건보 재정을 파탄 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17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7천억원이었다. 문케어 시행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하다 2021년 2조8천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 시기 건보 누적 적립금도 2017년 20조7700억원에서 2020년 17조4천억원으로 줄었지만, 2021년에는 20조2400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이용이 줄면서 건보 지출이 줄었음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객관적 수치에서 보듯 재정이 파탄 난 상태는 아니다.

문케어로 재정 낭비가 아예 없는가? 그렇진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이미 같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 건보가 적용되자 당시 예상 지출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또 비급여 항목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또다른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 등으로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감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문케어로 인한 재정 누수 금액을 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한해 진료비로 지출하는 약 100조원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건보 재정 위협하는 진짜 주범은?

윤 대통령은 재정 누수와 낭비를 방지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중증 질환 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진짜 ‘주범’을 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과제는 △진료량을 늘려야 수익이 늘어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료 행위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 지급)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과도한 보장성 △병상 공급 과잉 등을 꼽는다.

다가올 큰 위협인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건보 개혁은 필수다. △행위별 수가제에서 질병에 따라 진료비를 정해놓고 지급하는 포괄 수가제 등으로 진료비 지급 제도를 개선하고 △민간 실손의료보험 개편으로 과잉·비급여 진료 확산을 억제하는 한편 △수도권 큰 병원으로 환자들이 집중되는 현재 의료전달체계 개선, 병상 증가 억제, 의사 증원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화살은 이런 개혁을 하지 못한 점에 꽂히는 게 온당하며, 이는 윤석열 정부가 힘써야 할 개혁 과제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보건복지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핵심 정책과제 개혁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책과제로 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 강화는 필요없는 정책?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작심하고 문케어를 비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놓고 “문재인 지우기”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낭비적 지출에 대한 체계적인 원인 진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케어에 대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고 혜택을 늘리는 보장성 강화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계속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기준 65.3%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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