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
후보 시절 “MB, 댁으로 가셔야”김경수 前지사 ‘선거사범’ 고려
野 구심점 부상 가능성 감안도
강운태 등 9명 ‘정치인’ 명단에
김기춘 前실장은 ‘공직자’ 분류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여야 정치인을 두루 사면하면서 통합을 강조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면과 관련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치인의 경우 여야 균형을 고려해 명단을 정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여권 인사가 많아 균형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직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전 지사도 ‘공직자’로 명단에 포함됐으며, 이 전 대통령과 함께 8명이 ‘정치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김성태·이병석·이완영·최구식 전 의원 등 4명은 여권 인사로, 신계륜·전병헌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홍이식 전 화순군수 등 4명은 야권 인사로 분류됐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일찌감치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에도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본다”며 사면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사면됐지만, 내년 5월까지인 잔여 형기만 면제됐을 뿐 복권은 되지 않았다. 당장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은 것이다.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선 기간 불법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실상의 선거사범인 점과 재판 지연으로 도지사 임기를 일부 채워 정치적 불이익이 덜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김 전 지사 본인이 사면과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상황에서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판단도 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신년 특사 키워드를 국민통합으로 맞춘 것은 최근 두드러지는 국정 지지도 상승세에 동력을 더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광복절 특사에서 정치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는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정치인 사면에 따른 부정적 여론 악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 청산’ 수사 지휘를 통해 재판에 넘긴 인사도 대거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문재인정부 초중반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경우 대부분 형기가 만료돼 이미 석방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복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면은 김 전 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에서 발생한 댓글 여론 조작과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과거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라는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고 하나로 통합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정수행 과정에서 직책·직무상 관행에 따라 범행에 이른 주요 공직자들을 사면했다”며 “치열한 선거 과정 국면에서 저지른 범죄로 처벌받은 정치인 등에게 국가발전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규모 선거사범 사면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나 정파와 관계없이 수배·재판 중인 자, 벌금·추징금 미납자, 공천 대가 수수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일괄 제외해 일관성 있는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란 선동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에 대한 사면은 애초부터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 사면도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