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지금까지 국내 연안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엄청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는데, 우리 바다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의도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과학에 기반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총리가 말한 대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바다의 방사능 농도는 어땠는지, 데이터를 직접 찾아 확인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습니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조사위원회(UNSCEAR)가 발표하는 <2020/2021 리포트>에는 당시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추정한 결과가 담겼습니다.
사실은팀은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을 기준으로 당시 유출된 양을 확인했습니다. 세슘-137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변 환경으로 나오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가장 많았을 뿐만 아니라, 중간 정도 크기의 감마선이 나와 비교적 손쉽게 측정할 수 있어서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좋습니다. 수산물 검사를 할 때도 세슘-137을 측정하는 이유입니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UNSCEAR)는 후쿠시마 폭발 직후 석 달 동안, 바다로 직접 배출된 세슘-137의 양은 3천 조~6천 조Bq 정도, 대기로 배출된 이후 바다 표면에 침전된 경우는 5천 조~1경 1조Bq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걸 합치면 8천 조~1경 7천 조 Bq 정도입니다.
이건 사고 당시에 배출된 세슘의 양이고, 그 이후에도 유출은 계속됐습니다. 2011년 6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지하수 등을 통해 바다로 직접 배출된 양은 6조Bq, 2015년 10월 유출 저감 조치 시행 이후에는 연간 0.5조Bq,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특정 지역에 퇴적된 뒤 하천을 통해 바다로 배출된 양이 매년 5조~10조Bq, 사고 이후 몇 주간 모래 해변 아래 지하수에 축적된 뒤 바다로 배출된 양이 연간 0.6조Bq 정도라고 UNSCEAR은 추산했습니다.
그만큼 사고 당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습니다. 그렇다면, 사고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바다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일단 정부가 우리 바다의 방사성 물질을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부터 우리 주변 바다의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측정해 왔습니다. 1년에 두 차례 21개~22개 지점을 대상으로 확인했고, 그 결과는 매년 펴내는 '해양환경방사능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연도 별 측정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KINS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 모두 1kg에 0.001Bq~0.004Bq 정도로, 큰 변화는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세슘-137 해양 방류 기준치는 1ℓ에 100Bq입니다.
정부는 현재 우리 바다 92개 지점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안선에서 6km 이내 가까운 바다 52개 지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그 이상의 먼바다 40개 지점입니다. 정부는 최근 조사지점을 200개로 확대하고, 주기도 현행 1~3개월에서 2주까지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담긴 세슘-137의 양은 5,341억Bq(6월 현재 오염수 13억 3,538만ℓ X ALPS를 통과한 오염수의 1ℓ 평균 세슘량 400Bq)로 추산되는데, 사실은팀이 계산해 보니, 사고 당시 3개월 동안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양의 0.003~0.007%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조사한 우리 바다 각 지점 별 조사 결과는 변화가 거의 없는 건 사실입니다. 한덕수 총리의 말은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과학적인 측정 값이 국민들의 불안을 완전히 상쇄 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시 잡힌 우럭은 크기 30.5cm, 무게 0.384kg이었는데, 이를 1kg으로 환산했을 때 1만 8,000Bq이 검출됐다는 얘기입니다. 우럭은 원전 1~4호기 앞쪽에 방파제로 둘러싸인 곳에서 잡혔습니다. 지난 4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기준치 12배의 쥐노래미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18,000Bq/kg X 384g/1,000g X 0.000013mSv/Bq(선량환산계수) = 0.09mSv
※ 흉부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우리 몸이 받는 방사선량 : 0.1mSv
다만, 후쿠시마현이 주기적으로 공표하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세슘 측정 값이 기준치에서 한참을 밑돌고 있음에도 이런 물고기가 잡힌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측정 값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보도는 계속 나올 겁니다. 보도를 볼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 문제에 늘 불안했고 예민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최근 오염수와 수산물과 관련한 괴담과 선동 수준의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고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며 힘주어 말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마냥 '괴담탓', '선동탓'이라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국민들을 괴담과 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화법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공격적인 정치는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비록 과학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먹거리 불안은 존중돼야 합니다. 우리는 늘 극단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상치'를 상정해 먹거리 대책을 요구했고, 그 덕분에 먹거리 안전의 '평균치'를 높여왔기 때문입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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