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9일 재의요구권 행사할 듯
국회 임기 만료로 재의결 없이 '폐기''선(先) 구제 후(後) 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여당의 반대 입장이 명확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1번째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직전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공공 매입을 신청할 수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이를 매입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지난해 6월부터 전세사기특별법이 실시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피해자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는 판단에 보완 입법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 구제 후 회수' 실효성 문제 및 회수 가능성, 유사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윤 대통령은 29일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들이 납입한 청약저축인데 이걸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하는 건 본래 용도와 맞지 않고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본회의장 퇴장 직후 취재진에 "일방적으로 처리될 경우 당연히 재의요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본회의 재의결을 거친다. 다만 21대 국회 임기가 29일 끝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재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폐기된다. 앞서 2016년 5월 27일 19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해당 법안은 재의결을 거치지 않고 폐기된 전례가 있다.
정부는 야당 주도의 개정안과 별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안을 전날 부랴부랴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감정가보다 싸게 매입한 후, LH 몫인 장부상 이익만큼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인데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법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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