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20대 모시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등장부터 '파격'이었던 한나라당 이준석(27) 비상대책위원의 거침없는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고, 한나라당은 올해 총선에서 20~30대의 지역구 공천을 37%까지 확대하기로 5일 결정했다.
20대 표심잡기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이 비대위원의 영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자, 민주통합당은 아예 "20대 국회의원을 모시겠다"며 20대 영입은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질세라 지난 4일 30세 인사를 3~4급 행정관급인 '세대공감팀장'에 발탁하는 등 젊은피 수혈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비대위, '보통' 20대는 없었다
연일 '파격 인사'를 선보이며 나름대로 순항하는 듯 보이던 한나라당 비대위에 기어코 일이 터졌다. 비대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표철민(27) 위자드웍스 대표가 3일 위촉 하루 만에 '초광속 사퇴'를 한 것. 처음부터 자문위원직을 거절해왔다는 그는 "저는 20대의 대표성이 없다"는 말만 남긴 채 결국 물러났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벤처 사장'만 10년째 해온 그가 취업난과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 20대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취업난 등을 직접 경험한다고 해서 그 본질을 해결한다거나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인 한 명에게 세대 전체의 대표성을 지우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소위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20대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먼저 영입된 이준석 위원의 경우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해 하버드대를 거친 벤처기업 대표로, 표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펙'이다. "20대의 고통에 공감하겠다"던 한나라당이, 결국 연령에서만 '파격'이었지 내용적으론 결코 파격적이지 않은 인물만 골라서 영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통' 20대는 한나라당 비대위에 없었다.
이준석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두 가지 시각
물론 "한나라당의 들러리를 설 생각은 없다"는 그의 취임 일성대로, 이 비대위원의 거침없는 '입' 역시 연일 화제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라"고 '훈수'를 두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난(蘭)을 치워버렸다", "디도스 국민검증위원회에 <나는 꼼수다> 김어준 총수를 모시겠다" 등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자체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의 거침없는 태도 외에도 집권여당의 '최연소 비대위원'이라는 조건 자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때문인지 당내에선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완장 찬 20대 비대위원'이란 한 의원의 비아냥처럼, 자신감에 가득 찬 이 20대 청년이 현재까지 '정치적 발언' 외에 애초 공언했던 정책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가 처음으로 제시한 등록금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무산됐고, 강용석·전여옥 의원과의 논쟁도 그저 '입씨름' 수준이었다.
그를 '홍위병', '소년 급제의 비극'에 비유하며 27살 '아이'를 집권여당의 최고위원급에 올려놓은 것을 통탄하는 일부 의원들의 지극히 '꼰대스러운' 시각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20대를 영입하면 20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안이한 태도에 있다.
'20대 모시기'에 급급한 한나라당,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물론 20대 끌어안기에 전전긍긍한 한나라당의 절박함이야 이해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20~30대 지지율은 20%를 밑도는 상황이다. 최근엔 20대의 10명 중 6명이 한나라당을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격했던 한나라당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교육과 보육은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게 맞다"고 말을 바꾼 것 역시 그런 불안감을 방증한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비대위'의 모습은 세대공감이라기 보다는 트위터 스타나 성공한 20대를 영입하는 또 하나의 '스타 만들기'에 가까워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선 '파격'일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1%'만으로 채워진 비대위의 모습은 보통의 20~30대들에겐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준석 비대위원의 사생활까지 캐물으며 '제2의 안철수'라고 떠드는 언론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트위터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 자신의 멘션을 RT(리트윗)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남의 글을 RT하진 않는다. 내 글을 남들이 RT하라는 식이다. SNS는 동등해야 하는데, 그걸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지난 4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한나라당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한 발언이다. 인재영입 방안을 논의한다는 이날 워크숍엔 많은 전문가들이 초청됐지만 정작 기자들만 자리를 채울 뿐,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모습이 지금 현나라당의 현주소다.
박근혜 위원장이 20대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안 되는 화법으로 SNS에 무작정 매몰되거나 20대 인사를 영입하는 것보단, 차라리 한 때 그랬던 것처럼 20대와 직접 만나는 게 낫다. 물론 '한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은 애써 피한다거나 보여주기 식 만남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건 20대 '스타 만들기'가 아니라 20대와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게 바로 '꼰대'와 '멘토'의 차이다.
20대 표심잡기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이 비대위원의 영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자, 민주통합당은 아예 "20대 국회의원을 모시겠다"며 20대 영입은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질세라 지난 4일 30세 인사를 3~4급 행정관급인 '세대공감팀장'에 발탁하는 등 젊은피 수혈에 뛰어들었다.
▲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영입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왼쪽)과 하루만에 비대위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뉴시스 |
한나라당 비대위, '보통' 20대는 없었다
연일 '파격 인사'를 선보이며 나름대로 순항하는 듯 보이던 한나라당 비대위에 기어코 일이 터졌다. 비대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표철민(27) 위자드웍스 대표가 3일 위촉 하루 만에 '초광속 사퇴'를 한 것. 처음부터 자문위원직을 거절해왔다는 그는 "저는 20대의 대표성이 없다"는 말만 남긴 채 결국 물러났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벤처 사장'만 10년째 해온 그가 취업난과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 20대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취업난 등을 직접 경험한다고 해서 그 본질을 해결한다거나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인 한 명에게 세대 전체의 대표성을 지우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소위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20대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먼저 영입된 이준석 위원의 경우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해 하버드대를 거친 벤처기업 대표로, 표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펙'이다. "20대의 고통에 공감하겠다"던 한나라당이, 결국 연령에서만 '파격'이었지 내용적으론 결코 파격적이지 않은 인물만 골라서 영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통' 20대는 한나라당 비대위에 없었다.
이준석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두 가지 시각
물론 "한나라당의 들러리를 설 생각은 없다"는 그의 취임 일성대로, 이 비대위원의 거침없는 '입' 역시 연일 화제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라"고 '훈수'를 두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난(蘭)을 치워버렸다", "디도스 국민검증위원회에 <나는 꼼수다> 김어준 총수를 모시겠다" 등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자체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의 거침없는 태도 외에도 집권여당의 '최연소 비대위원'이라는 조건 자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때문인지 당내에선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완장 찬 20대 비대위원'이란 한 의원의 비아냥처럼, 자신감에 가득 찬 이 20대 청년이 현재까지 '정치적 발언' 외에 애초 공언했던 정책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가 처음으로 제시한 등록금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무산됐고, 강용석·전여옥 의원과의 논쟁도 그저 '입씨름' 수준이었다.
그를 '홍위병', '소년 급제의 비극'에 비유하며 27살 '아이'를 집권여당의 최고위원급에 올려놓은 것을 통탄하는 일부 의원들의 지극히 '꼰대스러운' 시각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20대를 영입하면 20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안이한 태도에 있다.
'20대 모시기'에 급급한 한나라당,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물론 20대 끌어안기에 전전긍긍한 한나라당의 절박함이야 이해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20~30대 지지율은 20%를 밑도는 상황이다. 최근엔 20대의 10명 중 6명이 한나라당을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격했던 한나라당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교육과 보육은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게 맞다"고 말을 바꾼 것 역시 그런 불안감을 방증한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비대위'의 모습은 세대공감이라기 보다는 트위터 스타나 성공한 20대를 영입하는 또 하나의 '스타 만들기'에 가까워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선 '파격'일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1%'만으로 채워진 비대위의 모습은 보통의 20~30대들에겐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준석 비대위원의 사생활까지 캐물으며 '제2의 안철수'라고 떠드는 언론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트위터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 자신의 멘션을 RT(리트윗)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남의 글을 RT하진 않는다. 내 글을 남들이 RT하라는 식이다. SNS는 동등해야 하는데, 그걸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지난 4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한나라당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한 발언이다. 인재영입 방안을 논의한다는 이날 워크숍엔 많은 전문가들이 초청됐지만 정작 기자들만 자리를 채울 뿐,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모습이 지금 현나라당의 현주소다.
박근혜 위원장이 20대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안 되는 화법으로 SNS에 무작정 매몰되거나 20대 인사를 영입하는 것보단, 차라리 한 때 그랬던 것처럼 20대와 직접 만나는 게 낫다. 물론 '한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은 애써 피한다거나 보여주기 식 만남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건 20대 '스타 만들기'가 아니라 20대와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게 바로 '꼰대'와 '멘토'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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