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가해자 강력히 처벌하기 어려워
'층견(犬)소음'이란 신조어도 생겨..피해자들은 보복의 방법으로 앙갚음하기도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관리규약 정해 층간소음 피해 최소화
■'층견(犬)소음'까지 등장..외국은 어떻게 대처할까
'층견(犬)소음'이란 신조어도 생겨..피해자들은 보복의 방법으로 앙갚음하기도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관리규약 정해 층간소음 피해 최소화
#.주부 송서연(가명·45)씨는 층간소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윗집은 3세대 가정으로, 낮에는 아이들이 쿵쾅쿵쾅 뛰어다니고 저녁에는 어르신들이 청소를 하는데 그 소리가 고스란히 귀에 들린다. 새벽에는 출근하느라 분주한 윗집 부부의 소음 때문에 자동 알람이 필요없을 지경이다. 경비실에 민원 전화를 걸었지만 '전달했으니 기다려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 직장인 조윤호(가명·34)씨는 층간소음 보복을 겪고 있다. 며칠 전 아랫층에서 "시끄럽다"고 해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역으로 층간소음 피해를 당하게 된 것이다. 천장에 우퍼스피커를 달고 하루종일 음악을 틀어놓고 지내는 아랫집 가족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이를 명확히 처벌할 규정이 없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8일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층간소음 전화상담 건수는 총 12만7453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8795건에서 다음 해에는 1만8524건으로 늘었고, 이후 매년 약 2만 건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이웃집에 불을 지르고, 심지어 살인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인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에도 20대 남성 A씨가 층간소음을 이유로 대전 서구의 한 빌라에서 건물주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층간소음 관련 청원글이 무려 600건이나 게재됐다.
■강력히 처벌하기 어려운 층간소음, 보복으로 앙갚음하기도
층간소음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층간소음 피해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가해자를 인근 소란 죄로 파출소에 신고할 수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호에는 ‘(인근소란 등)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실상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어린이가 뛰거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음의 크기와 지속시간을 명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2012년부터 환경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제보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소음 측정 후 3만원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들은 보복의 방법으로 앙갚음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한 아파트 윗집 복도 벽에 새총을 쓴 5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범행 목적으로 길이 15㎝ 새총과 쇠 구슬을 인터넷에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야간과 새벽 시간대 층간소음이 있어 윗집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했지만 소음은 계속됐다"며 "6개월 이상 층간소음이 계속되자 '똑같이 당해봐라'는 생각으로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새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홍제동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을 때려 의식을 잃게 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층견(犬)소음'까지 등장..외국은 어떻게 대처할까
반려동물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도 층간소음 만큼 이웃을 힘들게 한다. '층견(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5~2017년)전체 민원의 약 8%가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려동물 소음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처벌하기가 어렵다.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주민들끼리 반려동물 관리규약을 정해 층견소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국은 층간소음에 대해 어떤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있을까.
미국의 일부 주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소음을 일으키면 강력히 제재한다. 뉴욕에서는 층간소음 발생시 초반에 관리사무소가 경고를 주며 3회 이상 누적될 시에는 강제 퇴거 조치를 명령한다. 독일은 층간소음을 일으키면 약 630만원의 과태료를 지급해야 한다. 실제 연방질서위반법에는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배출은 위법’이라고 명시돼 있다. 영국은 소음 유발자가 세입자일 경우 집주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소음법을 제정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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