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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 검사 전원 섹스…. 6년 10개월 동안 매월 2회 현금 제공,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식사 및 향응을 접대한 검사가 지검 검사의 1/3이 넘는다….'
'스폰서 검사'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헤이맨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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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스폰서 검사'들의 행태를 폭로한 부산 지역 건설업자인 정 아무개씨는 검찰청 등에 낸 진정서에서 "의리 하나 없었고 모두 자기들 체면이나 생각하고 승진에 누가 될까, 출세에 누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추한 모습에 배신감과 함께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자신이 향응을 제공한 검사들의 이름과 연락처, 당시 직책, 당시 썼던 수표 번호와 장소 등을 문서에 자세히 기록했다. 정씨가 폭로하면서 주목되었지만 사실 검찰의 '스폰서 문화'는 뿌리가 깊고도 넓다. 지난 4월21일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일을 겪으며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이 터지면서 검찰은 초토화된 분위기이다. 예상보다 안팎으로 파장이 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의 문화 풍토가 그런 부분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실토였다. 그만큼 '스폰서'는 검찰에 일상화된 것이었다. 정씨의 폭로 이후 기자는 서울 지역에서 검사들을 '스폰'해 온, 평소 친분이 있는 한 인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는 실태를 증언하며 많이 줄기는 했지만 지금도 스폰을 받는 검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인근에서 근무했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터졌지만 '스폰 검사'는 검찰 전반에 퍼져 있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때 "스폰서가 없는 검사가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단순히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이러한 스폰 문화 전반을 혁신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에서 스폰서 소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검사와 스폰서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 4월20일 MBC < pd첩 > 을 보았다는 이 인사는 "과장된 보도라고 느끼지 않았다. 사실을 전달하는 절제된 보도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상태였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에 스폰서 문화가 만연하게 된 배경을 술 문화와 관련해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스폰서가 많고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라는 것이다. 술을 많이 먹다 보면 룸살롱에서 모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종의 '조폭 문화' '군대식 문화'이다. 그만큼 수직적 관계에서 위계질서가 강하다. 좋게 보면 선배가 후배들을 챙기는 것이고, 다르게 보면 거대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기 쉽다. 이 인사는 "검사들은 믿을 만하다 싶으면 스폰서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최초에 어떤 거물 인사를 만났느냐에 따라 스폰서의 검찰 인맥이 형성된다. 선배가 후배들을 술자리에 데리고 나와 소개해주는 문화이다 보니 선배 검사와 스폰서를 중심으로 검찰 인맥이 짜여진다"라고 설명했다. "나와라"라는 선배의 '명령'에 따라 후배 검사들은 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는 다른 후배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씨 사건에서 부산·경남 지역을 거쳐간 검사들 상당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검사들을 향한 스폰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선 술을 사는 것이다. 물론 장소는 대개 접대하는 여성들이 있는 룸살롱 같은 고급 술집이다. 성상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앞서의 인사는 "소주집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싶어도 룸살롱 같은 곳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가면 서운해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번째는 행사가 있을 때 돈을 내는 것이다. 정씨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체육대회나 등산대회 등에 경비를 지원하는 경우이다. 단위는 보통 몇백만 원 선이다. 이른바 '명절 떡값'이나 택시비 등도 있다. 이 인사는 "술을 먹은 뒤 그냥 가는 검사를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차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액수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라고 했다. 물론 검사를 스폰하는 이들도 공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 특별히 이권을 취할 것이 없었던 이 인사는 "주변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을 두고 싶은 것이 내가 검사들을 스폰하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인맥을 쌓거나 이권이나 사건 청탁 등과 관련해 도움을 받기 위해 검사를 스폰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정씨가 검사들을 스폰한 시기는 주로 2002년에서 2008년이다. 특히 2004년까지가 많다. 즉, 지금 현재가 아니라 몇 년 전 일이 대부분이다. 정씨가 검찰 등에 낸 진정서에는 검사들에게 향응이나 돈을 제공한 것 외에 성상납을 한 기록들이 여럿이다. '스폰 검사'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부른 데에는 특히 이 부분이 감성대를 자극한 면이 있다. 이것은 이례적인 경우일까.
< 시사저널 > 에 증언한 이 인사는 "(몇 년 전만 해도 룸살롱에서 술을 먹고 성상납을 하는 것은 스폰 검사들의) 관행이었다. 당연한 코스였다. 단, 지금은 '스폰서 검사'가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정도로 줄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검찰에 이러한 스폰 문화가 만연한 데는 검찰 특유의 조직 문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검찰의 권력이 막강한 것도 한 이유이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고 경찰의 수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검사와 관련된 사건인 경우 첩보가 올라가면 구체적인 정보를 가져오라며 시간을 끌다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정보를 가져가면 검찰이 사건을 가져가 흐지부지 끝낸다. 검사는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조사를 받는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검찰 출신들이 정치권이나 행정부 등 사회 각계의 요직에 포진해 있으니 '권력'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힘이 센 집단이니 이런저런 사람들이 줄을 대서 후원을 하거나 배경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가 자꾸 생긴다.
스폰 문화는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조사를 받는 사람이 검사의 약점을 잡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이다. 최근 검찰에 의해 불구속된 한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당 검사가 업자와 공짜로 골프를 친 사실 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때가 되면 폭로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지영 / young@sisapress.com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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