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재건축빅뱅'이 온다①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빅뱅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나 지자체 등이 시행착오 없이 제대로 이끌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집값 불안과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도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 전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될 위기다. 분양가 산정 문제로 분양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조합내 갈등으로 조합장이 교체되고 이제는 시공사와 분쟁이 벌어졌다.
2일 머니투데이가 서울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조합이 총 70곳 달하고 이 가운데 52곳이 시공사를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52개 조합의 총 공사비는 19조3604억원이다. 공사비가 사업비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사업비는 약 2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재건축 사업 중 공사비 1조원이 넘는 조합은 4곳이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은 3조2000억원이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는 2조6000억원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와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도 각각 1조1277억원, 1조467억원의 '초대형 재건축 사업'이다.
민간 재건축은 안전진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3가지 규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올스톱' 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달라진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 규제 완화로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했다.
문제는 '제2의 둔촌주공'이 앞으로 계속 나올 가능성이다. 기껏 재건축 규제를 풀어봐야 둔춘주공 같은 사태가 계속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건축 사업의 진도가 더딘 이유는 규제와 인허가 절차의 문제도 있지만 비전문가인 동네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조합이 수조원의 사업을 이끌기엔 역량이 부족한 탓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의 조합장이나 임원이 되려면 해당 단지에서 직전 3년 거주하거나 5년 이상 소유해야 한다. 일부 조합은 재건축을 성공시킨 '스타조합장'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하지만 전문성 확보 효과보단 곳곳에서 '이권 다툼'만 벌어지고 갈등을 더 키웠다.
정부는 조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 도정법에 CEO조합장(전문조합관리인) 제도를 도입했다.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도시계획 및 정비사업 관련 종사자 등 전문가라면 조합원이 아니어도 조합 임원 자격을 부여한 제도다. 하지만 조합 분쟁 등 이례적인 경우에 한해 시군구청이 직접 선임하는 제도라 실제 사례는 드물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를 시행 중이다. 주민과 조합, 시공사간 갈등을 조율하는 전문가를 파견하는데 주로 분쟁조정 역할에 집중돼 있다. 법적인 효력도 없어 한계점이 많다. 지난해 도입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만 서울시가 일종의 컨설팅을 해준다. 일부 조합들은 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신탁사를 재건축 시행자로 지정하거나 위탁하지만 비용이 들고 활성화 속도도 더디다.
이 때문에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은 윤석열 정부가 조합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법적인 장치나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한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현 조합들이 전문성이 없다보니 정비업체, 용역업체에 자문을 구하고 그 업체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하면서 돈만 많이 받아가는 구조"라며"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집단을 필수적으로 구성하도록 법상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장은 "조합이 설립되면 초기부터 청약 전까지 전문가로 구성된 공적 혹은 그게 안되면 민간 기구라도 설립해서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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