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한 서울대 교수 단독 인터뷰
부지 조사→실시설계→공사 개시에 '최소' 7년'빨리빨리'만 찾다 졸속 마무리 우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추진하자 용산공원 조성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직접 브리핑을 하며 용산공원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바람을 피력했지만 즉각 "임기 내 첫 삽도 못 뜬다"는 반론에 직면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월간 '환경과 조경' 회의실에서 만난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의 생각도 단호했다. 그는 "임기 안에 용산공원 조성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배 교수는 정부가 처음 용산기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힌 2005년부터 조경 전문가로 용산공원 구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정부가 고시한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변경안' 연구에도 책임자로 참여했다. 용산공원 계획 과정을 가장 오랫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전문가다.
"임기 내 집착하면 공사 졸속으로 이뤄질 수도"
배 교수는 "용산공원은 설계조차 아직 안 끝났다"며 "300만㎡ 규모로 여의도만한 공원인데 설계에만 앞으로도 2년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실시설계와 함께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절차도 남아있다. 이후에야 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종합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이 기간만 최소 7년이 걸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군기지 반환 시점이다. 부지가 다 반환돼야 토양오염 조사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반환된 부지는 전체의 10% 정도.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부지의 4분의 1 반환을 목표로 잡았다. 배 교수는 "윤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부지 반환과 공원 조성이 조금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교수는 윤 당선인이 임기 내 공원 완성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에 집착해 '빨리빨리'만 찾으면 졸속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부분반환 부지 조기 착공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재작년 반환된 소프트볼 경기장도 본격적인 공사를 할 수 없어 간단히 정비해 임시 활용만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尹 조감도 합참과 국방부 거리 과장...조감도도 '빨리빨리'?
윤 당선인의 구상인 국방부 앞 공원 조성에도 배 교수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국방부 부지에 건물들이 남아 있고, 부지에 인접한 용산공원 계획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 교수에 따르면 국방부 일대는 주변보다 고도가 높아 공원에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해서는 공원 계획도 조정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이 최근 발표한 국방부 앞 공원 조감도에 대해 배 교수는 "매우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국방부에서 합참까지 50m밖에 안 되는데 거리가 과장됐고, 다른 부속 건물들은 그냥 지웠다. 사람으로 치면 얼짱 각도로 찍고 녹색으로 화장한 것과 같다." 그는 "설계한 다음 조감도가 나와야 하는데 1, 2년 걸려야 나올 그림을 며칠 만에 그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용산공원 중앙에 있는 국방부, 편입 시 공원 활용도 올라가
배 교수는 국방부가 용산공원 용지로 편입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연구 과정에서 거론됐지만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사안이다. 그는 "용산공원이 한반도 지형을 닮았는데 국방부가 딱 수도권 위치"라며 "가장 좋은 자리라 편입되면 상가가 밀집한 용산역과 남영동 쪽에서 방문객들이 쉽게 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로 가로막힌 공원 서측이 개방돼 공원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어떤 경우라도 용산공원 조성에 가장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15년 이상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서 사회적 동의를 이룬 게 지금의 기본계획이다. 졸속 추진이 아닌 용산공원의 비전과 방향을 지켜야 한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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