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 물질인 ‘LK-99’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검증위원회도 조만간 재현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검증위가 검증을 끝내기까지는 앞으로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일부 연구진의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료) 수급이 문제가 됐던 황산납이 다음 주 초 확보돼 대략 2주 정도면 재현 시료(샘플)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샘플이 확보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속하게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성 측정에는 7~10일, 분석에는 3~5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검증위는 LK-99 샘플 재현에 6개 대학 연구실이 참여하고, 이 샘플의 상태·수량에 따라 실험 종류와 순서, 실험을 수행할 복수의 측정 그룹, 3자 입회 여부 등을 정한다고 말했다. 측정 그룹은 전기저항·자기·상전이 특성, 외부 자기장 반응성, 성분 및 구조 분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2~4주 후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LK-99 원작자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이날까지 다른 추가 연락이 없었다고 검증위는 덧붙였다.
최근 일부 해외 연구진이 ‘LK-99가 상온 초전도성을 지닌 것 같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검증위는 “전체적으로 LK-99의 상온 초전도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라면서도 “검증위는 교차 측정 및 재현 실험이 완료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해외 연구진의 검증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NPL) 연구진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샘플을 재현한 영상을 공개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공개했던 LK-99와 동일하게 영구자석 위에 물질이 수직으로 서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연구진 측은 “이 물질이 강자성(자기장을 없애도 자기화가 남는 성질)을 띄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복잡한 자석이지만 초전도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베이징대 물리학과 교수팀(ICQM)도 “LK-99 샘플에서 초전도성은 없지만, 소량의 강자성(자기장을 없애도 자기화가 남는 성질)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저항성이 매우 낮은 저품질 소재”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초전도체의 특징으로 꼽히는 ▶전기저항 ‘제로’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는 효과) 등이 모두 불충분하다는 게 연구진들의 공통 의견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날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님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면서도 “LK-99 사건은 전례없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특정 과학적 발견에 대한 대중들의 과학적 사고를 진화시키고 즉각적인 반응을 볼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LK-99 연구자들 간 분쟁으로도 비화했다.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관련 논문을 올린 게 시초였다. 당초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의 저자로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등 3명만 등재돼 있었는데, 2시간 20분후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논문엔 이 대표와 김 소장을 비롯해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 6명이 저자로 올라있었다. 권 연구교수가 다른 저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올렸다는 게 다른 연구진의 주장이다.
고려대는 이날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권 연구교수의 논문 발표가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본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비조사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예비조사 없이 본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검증 절차에 따르면 위원회는 6개월 내 본조사를 마무리해 연구부정 행위를 판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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