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쌍방울 대납 알았단 증거? 또 눈속임
공소장에 이화영 출장 경기도 문건 두 가지 섞어
중국 출장 전 '계획보고서'와 출장 후 '결과보고서'
이재명이 결재한 '계획보고서'엔 쌍방울 내용 전무
쌍방울 흔적 담긴 '결과보고서'는 이재명 안 거쳐
검찰, 두 문건 구분 않고 "이재명 다 보고받아" 적시
결재 여부 상관없이 '대북 송금' 경기도 문건 없어
다수 언론은 공소장만 받아써 '물적 증거'로 보도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과 만찬을 하는 사진 등이 첨부된 '이화영 중국 출장 보고서'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에게 보고되었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해당 보고서는 이재명 지사가 결재하지 않은 문건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검찰 공소장에만 기대어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대북 송금을 인식했을 만한 정황이 담긴 물적 증거'라는 취지로 보도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공소장(제3자 뇌물 혐의)에서 검찰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피고인 이재명은 2019년 1월 하순경 중국 출장에서 복귀한 피고인 이화영으로부터 '중국 출장에서 쌍방울 그룹 관계자와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및 이보다 더 확대된 농립복합형 시범마을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도지사가 기업고찰단의 방북에 동행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에 '중국 내 한국기업 간담회', '참석자 : (경기도) 평화부지사, 평화협력국장, (북측) 송명철 부실장, 조정철 참사, (기업) 쌍방울&TRY그룹 관계자', '주요 내용 : 도-국내기업 간 북한 공동진출 방안 협의'라는 내용과 그 바로 아래 이화영 및 신명섭, 김성태, 안부수, 북한 송명철 등이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며 만찬을 함께하는 사진이 첨부된 문건을 보고받는 등 김성태의 대납 약속과 그에 따라 경기도의 지원·보증 하에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였다."
그러나 <리포액트>가 확보한 경기도 공문을 보면, 당시 이화영 부지사의 보고서는 중국 출장 전에 작성한 계획보고서와 출장 후 작성한 결과보고서 두 종류가 있었다. 이중 ▲도지사 방북 협의 등 내용이 담긴 '출장 전 계획보고서'는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되고 결재까지 이뤄졌지만, ▲쌍방울 관계자 등과 만찬이 이뤄진 사실을 담은 '출장 후 결과보고서'는 이화영 부지사에게까지만 보고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재명 지사가 보고받고 결재했다'고 주장한 문건은 이재명 지사에게까지 올라가지 않고 이화영 부지사 선에서 결재가 이뤄진 '출장 후 결과보고서'였던 것이다.
출장 계획보고서는 2018년 10월 18일 이재명 지사에게 상신돼 실제 결재가 이뤄졌다. 문건에는 "이화영 부지사가 5박 6일간 북경, 평양 등을 방문해 남북교류협력 사업 6개항 등 전반적 사항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경기도지사 방북을 위한 관계자 협의 ▲황해도 농림복합형(스마트팜) 시범 농장 (지원) 사업 등의 내용이 이 문건에 적혔다. 쌍방울에 관한 언급은 일절 담기지 않았다(첨부 사진 참조).
그러나 출장 결과보고서는 2019년 1월 23일 이화영 부지사까지만 결재가 이뤄졌다. 문건에는 "중국 심양, 북경에서 2019년 1월 17일~20일 3박 4일간 도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북한 공동 진출 협의" 등이 적혔다. 이 문건에 검찰이 주장하는 '김성태 회장 등과의 만찬 사진'이 담겨있는 듯 보이지만 이화영 부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거나 'OO 기업이 참석했다'는 식으로만 기재돼 있다. 쌍방울 기업 이름은 가려진 채 문건이 작성됐다(첨부 사진 참조).
검찰은 이 두 보고서를 뒤섞어 공소장에 기재해 모두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된 문건인 것처럼 '눈속임 전략'을 취한 듯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 공소장에 두 문건에 대한 자세한 구분과 설명을 담지 않았다. 당시 중국 출장에 동행한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리포액트>와의 통화에서 "'출장 전 보고서'는 방북 추진 등 중요 내용이 담겨 이재명 지사에게까지 결재가 이뤄졌지만 막상 출장 당시 별다른 성과를 낸 게 없어 '출장 후 보고서'는 이화영 부지사에게까지만 보고가 되었다. 사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부지사 전결까지만 진행되는 문건들도 많았고 지사에게 보고되지 않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관계자 등의 흔적이 담긴 '출장 후 결과보고서'를 이재명 지사가 결재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재명 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을 인식했다"는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이재명 지사의 결재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이 확보한 경기도 문건 어디에도 대북 송금 등의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김성태 회장의 주장 외에는 쌍방울 대북 송금을 이재명 지사가 인식했다고 볼 만한 물적 증거는 없는 셈이다.
한편, 이화영 부지사가 중국 출장을 가서 북한 간부 등을 만나고 온 시기와 김성태 회장이 중국 출장을 간 시기가 겹친 것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쪽은 "안부수 씨가 그렇게 일정을 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 당시 안부수 씨는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으로서 경기도의 대북사업에도 개입하고 나노스(쌍방울 자회사) 이사로서 쌍방울의 대북사업도 주도했다. 북한 고위급 간부를 중국으로 두 번씩 불러내기 곤란한 안부수 씨가 2019년 1월 중순 중국으로 북한 간부를 불러내 김성태 회장과 이화영 부지사를 차례대로 만나게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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