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사흘 만에 13% 폭락
시스코, 2001년 80% 하락에 휘청 경험주가 향방 주목…시장선 엇갈린 전망
거침없이 고공행진하던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사흘 만에 주가가 13% 폭락,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 무너진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의 경험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주식과 미 증시의 향방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장 대비 6.68% 내린 118.11달러(약 16만3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19일(-10.0%) 이후 최대 낙폭이며 3거래일 만에 12.8%나 내렸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8일 135.58달러까지 오르며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20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엔비디아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2080억달러가 사라지면서 2조9055억달러를 기록했다.
끝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엔비디아 주가가 급격히 고꾸라지면서 시장에서는 엇갈린 관측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말부터 약 20% 하락했다가 상승 전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월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가가 급등한 만큼 현재 고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향후 12개월 매출 대비 2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S&P500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킹스뷰파트너스의 버프 도르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액면 분할과 시총 1위 등극 등 모든 호재에 이어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일부 비관론자는 엔비디아가 2000년대 닷컴버블 시기의 시스코 주가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시스코는 2000년 3월 엔비디아처럼 MS를 제치고 시총 1위를 찍었지만, 이듬해 거품 붕괴로 주가가 80%가량 폭락한 바 있다. 이 시기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버블 붕괴의 원인이 됐는데,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두 회사를 동일하게 볼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 당시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존 체임버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두 회사가 여러 유사점이 있긴 하지만, AI 혁명의 역학 구도는 이전의 인터넷 혁명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혁신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AI는 시장 기회의 규모 측면에서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합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변화의 속도도 다르고 시장의 규모도 다르고 (엔비디아가)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도달한 단계도 다르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