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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5, 2019

아베, 예고된 악재 줄줄이..경제보복 장기화땐 역풍 가능성

9월 미국과 무역협상 압박에
10월 소비세 2%p 인상 예정
수출·내수 경제 타격 받을 듯

반도체 수출 허가 시한 10월
거부땐 WTO 위반..신뢰도 저하
"시간 지날수록 일 기업도 타격
일 재계와 여론의 태도 변할 것"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 이후 한국 시민들의 ‘노(NO) 아베’ 항의집회 움직임에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4일 오후 도쿄 신주쿠 아루타 마에에서 ‘아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로 ‘경제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일 관계는 강 대 강 대치 속에 위기의 장기화로 향하는 듯 보인다. 한국 때리기를 밀어붙이는 아베 신조 총리와 측근 강경파들은 한국 산업에 타격을 주고 한국의 정치적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아베의 시간’에도 분명한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핵심 정치 자산은 외교와 경제다. 오랫동안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기와 혐오를 부추겨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북-미 협상과 중-일 화해로 이 카드를 쓰기 어려워지자, 한국 때리기 카드를 선택했다. 경제적으로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공격적 재정지출에 기댄 아베노믹스가 초반에 성과를 보이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에게 문제는 아베노믹스의 허상이 명확해지고 무역적자 증가, 노후 연금 문제 등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다. 미-일 무역협상은 9월께 큰 틀의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월 참의원 선거 뒤까지 협상을 미뤄준 만큼 농산물 시장 등에서 일본이 큰 양보를 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어 10월1일에는 일본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될 예정인데 이에 따른 내수 감소는 일본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강행 이후, 국제적으로도 일본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IT) 산업의 글로벌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7월4일 발표한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 제한 조처에 따라 한국에 이들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수출 허가 신청을 한 기업들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줘야 하는 시한(최대 90일)은 10월 초다. 만약 일본이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과 대외적 신뢰 문제가 커지게 된다. 9월 말 10월 초가 아베 총리에게 중요한 경제적 시한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상당히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듯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도 약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7월 초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북한, 사린가스 등을 근거로 거론하다 물러서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태도를 보인 것도 준비 부족의 방증으로 보인다. 강동국 나고야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한반도 주변 지정학적 틀을 바꾸기에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채, 국내·국제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며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10월 소비세 인상 전 한국에 대해 압도적인 경제적 우위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타격을 줘 ‘65년 체제’(한-일 청구권협정에 기반한 기존 한-일 관계)의 유지를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안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총리 관저, 외무성, 경제산업성이 다 제각각인 상황”이라며 “일본 외무성은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면 사태를 풀 수 있다며 외교적 해법을 얘기하지만, 총리 관저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경제산업성 내에서도 아베 총리 최측근으로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과 다른 관리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강동국 교수는 “초기에는 한국이 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요 수출 시장인 한국을 상실하는 일본 소재 산업, 한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기업 등도 타격을 받게 돼 일본 재계와 여론의 태도도 비판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대체재를 마련할 가능성이 명확해지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교섭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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