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2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한국과 미국 등 14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러시아와 북한 등 5개국에 불과했다. 중국과 인도 등은 기권했다.
유엔총회 결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140개국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만큼 러시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유엔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및 철군 요구 결의안이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과 같은 중요 안건은 193개 회원국 중 표결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된다.
북한은 전날 예고한 대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북한 외에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러시아, 시리아 등 5개국에 그쳤다. 그밖에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 이란 등 35개국은 기권했다.
앞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막히면서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해 총회 차원의 결의안 추진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 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의 핵무력 태세 강화 결정을 규탄한다”고 했다.
또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벨라루스의 불법 무력사용에 대한 개탄 등의 내용도 명시됐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거의 100개에 가까운 나라가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사흘간의 긴급특별총회 기간 중 발언을 신청한 100여개국 중 대다수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철군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유엔대사는 “그들(러시아)은 우크라이나에서 존재할 권리 그 자체를 빼앗아가려고 한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단순한 점령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이번 침공이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거듭 했다.
결의안이 채택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엔총회의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고 총성을 멈추며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특별총회가 열린 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유엔 역사상 11번째다.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는 한국전쟁 때 소련(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채택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