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치솟은 주택 가격과 공시가격 간 격차를 줄이는 '현실화' 작업에 나서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가 12년 만에 최다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를 꾸준히 추진하되, 점진적으로 진행하며 보유세·건강보험 제도 등도 손질해 공시가 상승에 따른 시민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의 주요 타깃은 서울의 시세 9억∼15억 원짜리 아파트였습니다.
국토교통부가 30일 공개할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5.24%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작년(5.02%)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서울에서는 14.02%가 올라 12년 전인 2007년(28.4%) '부동산 버블'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공시가격이 뛰었습니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과천(23.41%)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서울 용산(17.98%), 서울 동작(17.93%), 경기 성남 분당(17.84%), 광주 남구(17.77%)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과천은 재건축아파트 분양과 갈현동 지식정보타운 개발, 용산구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동작구는 흑석·노량진 뉴타운 사업, 분당은 신분당선 연장과 GTX 성남역 개발, 광주 남구는 봉선동 지역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로 오른 시세를 공시가격에 반영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가격대별로는 시세가 12억 원을 넘고 15억원 이하인 아파트(12만 가구)의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이 가격대 공시가 상승률은 17.9%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 9억∼12억 원(24만2천 가구) 17.43% ▲ 15억∼30억 원(15만 가구) 15.23% ▲ 6억∼9억 원(66만7천 가구) 14.96% ▲ 30억 원 이상(1만2천 가구) 13.1% 순으로 공시가 상승 폭이 컸습니다.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공동주택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연립주택(68억 6천400만 원)으로, 14년째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55억 6천800만 원),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 아파트(53억 9천200만 원), 청담동 '마크힐스웨스트윙' 아파트(53억 6천800만 원),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 아파트(53억 4천400만 원)도 공시가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상위 10개 공동주택의 경우 의견 청취 기간 이후에도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서울 등 일부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뛰자, 이의신청도 줄을 이었습니다.
국토부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시가격안(案)에 대한 공동주택 소유자의 의견을 접수한 결과, 모두 모두 2만 8천735건이 '공시가격이 적당하지 않다'며 조정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의견 청취 건수(1천290건)의 무려 22.3배에 이르고, 2007년(5만 6천355건)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은 대부분(2만 8천138건) 공시가격 하향조정을 원했습니다.
소유자들이 공시가격 변동에 민감한 것은, 공시가격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 건강보험료의 산정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국가장학금이나 복지급여 수령 자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공시가격이 올라간 경우, 정도에 차이가 있더라도 집주인은 더 많은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을 물어야 합니다.
성남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전용면적 143㎡)의 경우, 공시가격이 작년 6억 6천600만 원에서 올해 7억3천만원으로 9.6% 오르면서 보유세도 172만 2천원에서 196만 원으로 23만 8천원(13.8%) 더 내야 합니다.
건강보험료(종합소득 509만 원·승용차 3천800㏄ 1대 보유) 역시 22만 5천원에서 23만 원으로 5천원(2.2%) 오릅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3가 시세 6억∼9억짜리 아파트(전용면적 84㎡) 주인(종합소득 142만 원, 승용차 3천㎡ 1대 보유)도 1년 새 공시가격이 4억 1천700만 원에서 4억 5천900만 원으로 10.1% 인상됨에 따라 보유세와 건강보험료가 각 10%(88만 5천원→97만 3천원), 2.6%(15만 5천원→15만 9천원) 늘었습니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건보료·복지 수급 변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현금납부 여력이 부족한 납세자가 재산세를 나눠 낼 수 있는 분납 기준을 현재 5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낮추고, 건강보험료도 필요하면 11월 전까지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담 완화 방안을 찾을 방침입니다.
공시가격 변동으로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서민·중산층이 늘어나지 않도록 국가장학금 제도 역시 내년 초 2019년도 공시가격이 적용되기 전까지 손질될 예정입니다.
동세호 기자hodo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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