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세대란 전망과 정반대
보증금 못받는 '깡통전세' 우려도강남도 1억∼2억 이상 낮춰야 계약
서울 아파트 시장에 전세 매물은 쏟아지는데 거래가 뚝 끊겼다. 올 여름에 전세대란이 올 거라는 2년 전 전망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역전세난(전세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전세 거래가 실종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496건이다. 2년 전(1만5838건)보다 118%나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종로구는 최근 한 달 새 23.7% 늘었다. 마포구(20.8%), 구로구(19.4%), 광진구(17.7%), 관악구(16.8%), 강서구(14.8%), 성북구(13.5%)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생각에 급매로 내놨던 물량까지 전세 매물로 유입되고 있다.
반면 수요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시장에선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도입한 지 2년 되는 올해 여름에 전세대란이 불거진다고 관측했다. 집주인들이 그동안 제대로 올리지 못한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릴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금리가 변수로 등장했다. 시중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이 이사를 미루거나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역전세난’ 조짐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에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8.7로 일주일 전(90.2)보다 하락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다. 2019년 7월 다섯째 주(88.0)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전세 수요보다 공급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가격을 시세보다 1억~2억 이상 낮춰야 겨우 계약이 된다”고 말했다.
전세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872억원, 사고 건수는 421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도, 건수로도 모두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당분간 전세시장이 하향 안정되면서 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2년 전 비싼 시세로 계약한 세입자들은 ‘깡통전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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