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SOS]
인천 남동공단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모(58)씨는 얼마 전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5년간 낸 세금에 대해 신청한 경정 청구가 받아들여져 세금으로 냈던 돈 2000만원을 돌려받아서다.
중소기업 청년 소득세 감면 대상에 경력단절여성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데다,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설비 투자금의 일부를 포함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한 식이다. 한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이 세금을 환급받았다고 자랑하기에 신청해봤는데 결과에 만족한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가뭄의 단비’”라고 말했다.
국내 조세의 대부분은 신고납부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납세자 스스로 과세요건을 살피고 세액을 신고·납부한다. 이 과정에서 더 냈거나 잘못 낸 세금이 적지 않다. 정부도 이런 틈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련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게 경정 청구제도다.
경정 청구제도는 1994년 12월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수정 신고와 함께 도입됐다. 내야 할 세금보다 적게 내서 추가 납부해야 한다면 수정 신고,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이 내서 환급받아야 한다면 경정 청구를 하면 된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과오납 국세 환급금은 7조원에 이른다. 이 중 경정 청구는 40여만 건, 4조원 수준이다. 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돌려받지 못했을 세금이다.
경정 청구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 없는 항목인 기부금이나 의료비·교육비 같은 영수증을 뒤늦게 발견했다면 홈택스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본인이 앓고 있는 병이나 장애가 있는 부양가족, 난임 시술 같이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 정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경정 청구하기도 한다.
홈택스에 접속해 ‘신고/납부’ → ‘종합소득세’ → ‘근로소득자 신고서’ → ‘경정 청구 작성’ 순으로 찾아 필요한 서류를 첨부하면 된다. 경정 청구는 지난 5년간 내내 세금에 대해서 신청할 수 있다. 올해 신청 가능 연도는 2017~21년이다.
기업은 사정이 좀 다르다. 세금 공제나 감면 관련 법률이 복잡하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금 감면과 관련된 법률만 960여 개에 이르고 대통령령‧시행령‧시행규칙 등에 환급 조건을 각각 규정하고 있어서다.
박종욱 세무법인 파로스 이사는 “회사 내 회계팀이나 외부감사를 맡긴 회계법인의 고유 업무 경정 청구는 업무 영역이 다르다”며 “세금 공제 관련 4500여개의 조문을 뒤져 맞는 조건을 찾아내야 하는 만큼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 인력 운용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부의 세금 혜택이 자주 바뀌고 다양해 놓치기 쉽다. 중소기업에서 고용 인원을 늘리면 고용증대세액공제와 중소기업 사회보험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략 1인당 1000만원 안팎의 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놓칠 수 있다. 2020년 12월 이후 통합투자세액공제 적용으로 중소기업은 투자금액의 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지만,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정 청구 전문업체에 맡길 경우 세무조정계산서 5년 치를 제출하면 된다. 이를 근거로 회계사와 세무사, 변호사 등이 일반적으로 7~20일 정도 검토하고 환급받을 세금이 있을 경우 통보하면 계약을 맺고 관할 세무서에 경정청구 신청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후 2개월 안에 환급 여부가 결정된다. 비용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의뢰 단계부터 비용을 받기도 하고 세무조정계산서를 검토한 뒤 환급받을 세금이 없으면 비용을 내지 않기도 한다. 수임료는 대개 환급액에 따라서 달라진다.
경정 청구를 하면 세무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경정 청구를 위해 제출한 자료는 세무조사 대상 산정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세무 조사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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