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동시 장악을 노렸던 공화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이 부각됐던 선거 분위기가 최근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이슈로 덮이면서 판세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CBS방송이 유고브와 함께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22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권자 2126명을 대상으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다.
여전히 절반(218석)을 넘는 숫자지만 230석이 예상됐던 바로 전달 조사에 비해 줄었고, 공화당 일각에서 제시된 240석에 비해서도 훨씬 못 미치는 전망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하원 과반 의석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모두 100석인 상원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확히 50석씩 양분하고 있다.
435석인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221석을 차지, 간신히 과반을 점한 상황이다.
오는 11월 하원 의원 전체와 상원 의원 3분의 1 정도(35석)를 새로 선출하게 될 중간선거에서 이런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질 것으로 점쳐졌다.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과 견제의 성격이 강한 터라 집권당이 승리한 경우는 3번(1934·1998·2002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부터 최근 4번의 중간선거에선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올해 최악의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보수 성향으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을 투표소로 불러올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WP는 최근 뉴욕주 19선거구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팻 라이언 후보가 51.1%의 표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것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등 바이든 정부의 실정을 부각했던 공화당 후보에 맞대응하기보다는, 낙태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CBS 여론조사에서 대졸 이상 백인 여성 유권자 가운데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지난 6월 45%였지만, 이번에 54%까지 올랐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무단 반출과 마러라고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 문제가 부각된 점도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보도했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릭 타일러는 "높은 식료품값과 기름값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심판이었던 이번 선거를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국민투표로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름값이 다소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감축법, 최대 규모의 학자금 대출 면제 등의 조처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 역시 공화당에는 위기 요소다.
이번 CBS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율은 45%까지 올랐다. 지난 6월(42%) 조사보다 3%포인트 올랐고,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타일러는 "만약 공화당이 상원 선거에서 지고, 하원에서 근소한 차의 승리를 거둔다면 언론에선 '분열된 표심'이라는 해석이 나올 것"이라며 "이 경우 의회 장악도 못 하고 정권 심판도 못 하게 돼 공화당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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