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어린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16일, <연합뉴스>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25명으로 전 세계 224개국 중 219위로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는 곧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평균 1.25명이란 이야기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는 한국의 출산율이 꼴찌라고 합니다.
1. 세계 꼴찌 출산률
지금까지 출산률은 서구 국가들이 낮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프랑스 출산률이 2.08명, 미국이 2.01명이며 살기 힘들다는 일본은 1.40명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한국은 그보다 훨씬 낮은 1.25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출산률이 2.0보다 낮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층 인구는 감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1.25명이라니요, 이대로 한 세대가 지나면 젊은이들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버릴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던 1975년의 대한민국 출산률은 3.0에 육박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한민국 인구는 세대가 지날수록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었을 것입니다. 그 시절 대한민국에는 젊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고 우선 20-30대 노동력을 공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산아제한정책을 펼쳤습니다. 아이를 낳을 대신 공장에 나와서 일을 하라는 것이었죠.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으로 출산률은 1983년에 2.0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휘청거리자 이제는 국가가 출산을 제한하지 않아도, 출산률이 저절로 줄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강타했던 1997년, 한국의 출산률은 1.5명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취업이 안 되고 먹고 살기 어려워지자 다들 출산을 단념하는 것입니다. 갈수록 낮아진 출산률은 2000년 이후 1.3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급기야 1.25명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출산률 1.0을 향해 폭락하고 있습니다.
2. 아이 낳기가 정말 힘든 젊은 부부들
출산률이 낮다고 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이미 구조적으로 아이를 낳기 힘든 사회가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녀를 가지려면 최소한 3가지의 장벽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이 낳기가 대학시험보다 훨씬 힘든 시대가 된 것입니다.
첫째 장벽은 결혼입니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자녀를 가지려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을 하는 데에도 큰 돈이 필요합니다. 2014년,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대한민국에서 남녀가 결혼하려면 평균적으로 2억 4996만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신혼집을 장만하는데 평균 1억 8028만원이 소요되며 예식장을 마련하는데 1594만원, 예단이 1555만원, 예물이 1670만원 가량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혼수용품도 1411만원이 들어갔습니다. <듀오>는 이런 결혼비용을 신랑측이 평균적으로 1억 5598만원을 부담하고 신부측이 9398만원을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2억 5000만원을, 신혼집만 따지더라도 어떻게 1억 8000만원을 마련하겠습니까? 결론은 전세자금 대출입니다.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부모님의 대출로 이어집니다.
대학 학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취업하자마자 전세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면 젊은이들은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요? 중소기업 대졸 초임이 월 200만 원 수준입니다. 200만 원 월급으로 대출이자 갚고 월세 내고 나면 생활비가 없습니다.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이상 절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안정적인 결혼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2014년 대한민국의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59.4%에 불과했습니다. 취업에 실패한 청춘들은 취업재수를 하면서 결혼이 더욱 멀게만 느껴집니다.
둘째, 남녀가 결혼식을 올렸다고 자녀가 하늘나라 아기천사처럼 내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남녀도 눈이 맞아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조건이 매우 가혹합니다. 젊은 부부가 편히 잠들 여유도 없습니다. 2006년도 OECD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잠을 못 자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평균 7시간 49분이었습니다. 아기들과 어린이들의 수면을 합친 것이니 성인들의 수면시간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은 무려 하루 평균 8시간 50분을 자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8시간 38분을 자고 있었습니다. 먹고살기 고달프다는 일본인들조차 하루에 7시간 50분을 잡니다. 우리 한국 젊은이들은 진학과 취업을 위해 독서실과 고시원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취업한 젊은이들은 이어지는 야근과 잔업이 있습니다. 새벽이면 자기계발을 한다며 어학센터에 등록하고, 자격증을 준비합니다. 젊은이들 상당수가 종사하는 사교육 학원은 밤 10시가 되어야 비로소 수업이 종료됩니다. 출퇴근 시간이 맞지 않으면 부부가 얼굴보고 이야기 나눌 기회조차 변변치 않습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잠자리를 함께 할 여유도 없습니다.
셋째,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결혼생활에 익숙해져서 아기를 낳아보려 하면 출산연령이 너무 늦어버려서 아기 낳기가 주저됩니다. 반복되는 취업재수와 막대한 결혼비용은 우리 청년들의 결혼시기를 늦추는 주된 요인입니다. 청년들은 “내년에 취직하면 결혼하자.”고 다짐하지만 막상 취직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값에 “1년만 더 모으자.”, “1년만 더” 하고 결혼을 미룹니다. 그 결과 청년들의 결혼나이는 갈수록 늦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의 결혼연령은 남성이 31.9세, 여성이 29.1세에 달했습니다. 이는 10년 전인 2001년의 남성 29.5세, 여성 26.8세보다 2년 이상 늦어진 것입니다.
결혼이 늦어지니 출산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2012년에 31.6세였다고 합니다. 이는 10년 전 2002년의 29.5세보다 2년가량이 늦어진 것입니다. 결국 심각한 취업난, 경제난에 결혼연령이 2년가량 늦어버렸고,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출산도 2년가량 늦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늦어진 2년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평균적으로 29.1세에 결혼하는 한국여성이 31.6세에 아이를 가진다고 하면 이 때 남편의 나이는 대략 34.4세가 되어 버립니다. 한국아빠들이 대체로 평균 34세가 되어야 첫 아기를 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아기가 6살이 되어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아빠는 40대가 됩니다. 주말에 공원 등지에서는 50대 아빠가 초등학생 아이와 놀아주느라 땀 흘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가정에서 아기를 가지는 것은, 특히나 둘째를 갖는 것은 웬만한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첫 아기가 태어난 후 3년 뒤에 둘째가 태어난다고 하면, 엄마는 35세경에 아기를 낳게 되며 그 때 아빠는 37세가 되어버립니다. 내일 모레면 나이 사십인데 갓난아기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것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35세 이후 초산여성들을 노산이라며 고위험 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결혼이 힘들고, 직장생활이 힘들고,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 아이 낳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3. 대한민국은 보육전쟁 중
대한민국은 아기를 낳기도 힘들지만 아기를 키우는 것은 더욱 힘듭니다. 한국에서 육아와 교육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오죽하면 일선에서 물러난 연예인들이 자녀보육을 소재로 다시 스크린에 나타날까요? 육아의 스트레스가 젊은 층들의 깊은 공감을 얻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가끔 출근길에 염치불구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황급히 화장을 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십중팔구 아이 엄마, 이른바 직장맘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깨워서 아침먹이고 옷 입혀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길에 나서다보니 제 시간에 출근하기가 빠듯한 것입니다.
직장맘, 아빠들은 퇴근 후에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직장에서 녹초가 되었는데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데려다가 저녁을 먹이고 씻겨야합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집안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엄마와 떨어져 있던 아이가 보채기라도 하면 아이를 재우려다가 정작 본인은 세안도 못하고 잠들 때도 있습니다. 아빠가 도와주어도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싱크대의 설거지는 잔뜩 쌓였는데 아빠가 회식이라고 늦게 들어오면 그 날은 부부싸움이 폭발하는 날입니다.
한국의 예비엄마들은 이처럼 날마다 보육전쟁을 치르는 육아선배들을 보면서 긴장을 합니다. 그러니 출산율은 더욱 기형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는 육아, 교육비용이 정말 무섭습니다. 어린이집의 등원비용이 대체로 1달에 20만원을 넘습니다. 아이가 커서 유치원을 가면 유치원비는 월 40-50만원에 이릅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50%가 지원되며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이라 하더라도 이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사교육비가 본격적으로 숨통을 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은 빠르면 오후 1시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옵니다. 맞벌이하는 가정에서는 오후 1시면 집에 오는 초등학생을 돌볼 수가 없습니다. 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사교육계를 전전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자녀 1명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에는 평균 3억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는 월평균 119만원이 양육, 교육비로 지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녀 1명 당 3억원이면, 2명을 낳을 경우 6억원이 들어갑니다. 상황이 이러니 마음놓고 둘째 아이를 가질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러니 한국부모들은 둘을 낳아서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하나만 낳아서 최대한 지원해주자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둘째를 포기할 수밖에 없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구조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4. 온 국민이 질식할 초고령화 사회
이처럼 너도나도 아이 낳기를 기피한 결과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머지않아 머리에 흰 서리가 내린 노약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상황입니다.
고령화 사회는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18.3%가 65세 이상 노인인구입니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 어르신들은 전체 인구의 5.4%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출산률이 기형적으로 낮은 현상을 타개하지 못하면 30년 뒤인 2045년에는 전체인구의 53.6%가 65세 이상 인구가 되어버립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입니다. 그리고 75세 이상 인구의 비율도 18.9%에 달하게 됩니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연로해서 젊었던 시절처럼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젊은이들이 노인분들을 부양해야겠지요. 대한민국은 2008년에 이미 6.8명의 경제활동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 그 비율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2036년이면 경제활동인구 2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합니다.
한국경제는 수출에만 매달린 결과로 내수침체, 저성장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입니다. 대한민국의 노인빈곤률은 2011년에 이미 OECD평균의 3배인 45%에 달했습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 쪽방촌은 벌써 독거노인 분들로 빼곡하며 상당수 노인 분들이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계십니다.
이미 한국의 노인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강요받고 계십니다. 빈곤노인들은 분식점 김밥 1줄에 하루 식사를 연명하고 계시며 갖가지 약을 드시며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버티고” 계십니다. 61세 이상 노인자살자의 비중은 1989년에만 해도 전체의 10.3%에 불과하였는데 2008년에는 전체 자살자의 32.8%로 급등하였습니다. 대체로 자녀에게 짐이 되기 미안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입니다.
지금 6.8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 형국이라는데도 노인경제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제 2036년이 되면 일하는 사람 2명당 1명의 노인을 책임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 때가 되면 골목마다 빼곡한 노인분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층들에게 여생을 의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의 개념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한국사회가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에서 자녀에게 짐이 되기 미안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실 노인분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입니다. 평생을 돈에 쫒기다가 마지막 생을 돈에 쫓겨 마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30년 뒤의 그들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리들입니다.
대한민국이 그때까지 과연 국가의 형태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끝>
곽동기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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