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 대형 R&D(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시작한 양자기술 프로젝트의 예산이 1년여간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며 약 3250억원 수준으로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요구 예산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규모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4월 제1차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 사업'의 요구 예산이 원안에서 제시됐던 9960억원(국고 9456억원, 민자 503억원)에서 3250억원 규모로 대폭 줄었다. 예타 조사는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사업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대표격' 대형 R&D 프로젝트다.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동안 양자컴퓨터·통신·센서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양자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12월 IBM이 1121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 칩 '콘도르'를 내놓은 가운데, 다소 출발이 늦긴 했지만 선도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게 목표였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 큐비트 수가 많을수록 양자컴의 성능이 높다고 본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1년여의 평가 기간을 거치는 동안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의 예산은 3200억원 규모로 줄었다. 프로젝트는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 센싱 등 3개 분야로 나뉘는데 당초 계획에 따르면 양자컴퓨팅에 4000억원, 양자통신에 3000억원, 양자 센싱에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축소된 예산안은 양자컴퓨팅에 1250억원, 양자통신과 양자 센싱에 각각 1000억원을 투자한다. 모든 분야에서 절반 혹은 절반 이상 줄었다. 양자컴퓨터 플랫폼 단위로 들여다보면 초전도 양자컴퓨팅과 중성원자 양자컴퓨팅에 각각 470억원과 780억원을 투자한다는 안이다. 다만 예타 조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만큼, 최종 투자액은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예타 조사는 총액 기준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실시한다. 초전도 양자컴퓨팅만 떼어놓고 보면 사실상 예타 면제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예산이 줄어들면서 양자기술 개발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해당 관계자는 "세부 분야의 예산 규모를 조정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축소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획 및 조사를 위해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만큼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허탈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국가 핵심기술 R&D에 예타를 면제하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치열한 속도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양자, 바이오, AI(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R&D 예타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은 금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조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축소된 예산이 확정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계속해서 자료를 보완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중"이라며 "결과 발표 시기는 당초 계획했던 올해 상반기보다 2~3개월 늦어질 전망이지만 최대한 정확한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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