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재홍 박상돈 이영재 기자 =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금융투자가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융지식이 부족한 탓에 `달콤한 유혹'에 빠져 퇴직금이나 연금을 날리는 금융사기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은퇴자 중에는 사회적인 경험이 풍부하다는 생각에 자신만만한 나머지 솔깃한 말에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 금융지식 없이 노후자금 불리려다 낭패
고령ㆍ은퇴자들의 금융사기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자금을 불리려는 욕구는 강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금융지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퇴직금이나 연금 등을 받아 유동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9일 통계청의 2011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3억911만원으로 50대(3억9천55만원) 다음으로 많았다. 30세 미만은 8천310만원, 30대는 2억733만원, 40대는 3억887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 고정수입이 없어지면 노후 생활자금을 불리기 위한 욕구가 커지게 된다. 갈수록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걸며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노후자금을 내줬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인 필라(FINRA)의 조사 결과, 금융사기 피해를 보기 쉬운 사람은 50대 후반의 기혼자이면서 자신의 판단과 금융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또 최근에 건강문제나 어려움을 겪은 사람, 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은행 예금금리가 낮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은퇴자금의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금융사기 60대 가장 많이 당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작년 10월19일~11월7일 서울 등 수도권과 전국 6대 광역시에 사는 만 25~64세 2천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사기를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는 응답은 60대가 27.9%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40대 24.4%, 50대 22.8%, 30대 18.9%, 20대 13.2%였다.
한국거래소에 접수된 분쟁신청 건수도 2005~2011년에 60대 이상의 신청건수가 총 150건으로 전체의 20% 수준에 달했다. 노인들의 주식 관련 분쟁신청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이는 60대 이상 노인의 주식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2010년 말 현재 60세 이상 주식투자인구는 78만3천명에 달해 전체의 16.6%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06년 50만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에 90만명선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노인들이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유자가 평판이 좋은 회사에 근무하거나 특별한 자격이나 경험을 갖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출처가 믿을 만하다고 강조하거나 유명인사가 이미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할 때도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전직 장관도 투자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장관님'하고 통화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희소가치를 강조하며 투자신청 기간이 지났는데 특별히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알기 전에 빨리 투자하라고 종용하는 수법이 동원될 때도 있다.
◇ 금융 사기에 취약한 노인들
노인들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금융사기가 주식 일임매매다. 일임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 직원에게 투자에 관한 결정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일임매매는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증권사 지점들은 이를 어기고 일임매매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 희생양은 노인들이 되기 싶다.
최근에도 한 노인이 증권사 지점 2곳에 돈을 맡겨 일임매매했다가 1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고 거래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지난 2009년에는 식당을 운영하던 70대 노인이 가까운 증권사 지점 직원들에게 아파트 부금을 맡겼다가 일임매매로 2천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거래소 증권분쟁 담당자는 "노인들은 주식 투자에 대해 잘 몰라 증권사 직원을 믿고 돈을 맡기기 쉽다. 증권사 직원은 이를 역이용해 과당매매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큰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60세 이상 노인이 신청한 분쟁조정 150건 중 일임매매 사건은 33건으로 부당권유(45건) 다음으로 많았다.
노인들은 노골적인 범죄에 걸려들기도 한다. 작년 7월에는 연료도 없이 돌아가는 발전기를 개발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노인들의 투자금 3억원을 유치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작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노인들이 후순위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일이 밝혀졌다. 저축은행들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닌 후순위채를 무분별하게 팔았고 노인들은 큰 낭패를 봤다.
금융당국은 노인들의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없다. 금융 관련 피해에 대한 통계도 연령별로 파악한 것이 없을 정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노인들이 금융 사기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노인대학 같은 곳에 강사를 보내 보이스피싱에서부터 다양한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주의를 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들에 대한 교육만으로는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jaehong@yna.co.kr
그러나 정작 금융지식이 부족한 탓에 `달콤한 유혹'에 빠져 퇴직금이나 연금을 날리는 금융사기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은퇴자 중에는 사회적인 경험이 풍부하다는 생각에 자신만만한 나머지 솔깃한 말에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 금융지식 없이 노후자금 불리려다 낭패
고령ㆍ은퇴자들의 금융사기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자금을 불리려는 욕구는 강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금융지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퇴직금이나 연금 등을 받아 유동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9일 통계청의 2011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3억911만원으로 50대(3억9천55만원) 다음으로 많았다. 30세 미만은 8천310만원, 30대는 2억733만원, 40대는 3억887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 고정수입이 없어지면 노후 생활자금을 불리기 위한 욕구가 커지게 된다. 갈수록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걸며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노후자금을 내줬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인 필라(FINRA)의 조사 결과, 금융사기 피해를 보기 쉬운 사람은 50대 후반의 기혼자이면서 자신의 판단과 금융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또 최근에 건강문제나 어려움을 겪은 사람, 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은행 예금금리가 낮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은퇴자금의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금융사기 60대 가장 많이 당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작년 10월19일~11월7일 서울 등 수도권과 전국 6대 광역시에 사는 만 25~64세 2천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사기를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는 응답은 60대가 27.9%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40대 24.4%, 50대 22.8%, 30대 18.9%, 20대 13.2%였다.
한국거래소에 접수된 분쟁신청 건수도 2005~2011년에 60대 이상의 신청건수가 총 150건으로 전체의 20% 수준에 달했다. 노인들의 주식 관련 분쟁신청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이는 60대 이상 노인의 주식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2010년 말 현재 60세 이상 주식투자인구는 78만3천명에 달해 전체의 16.6%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06년 50만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에 90만명선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노인들이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유자가 평판이 좋은 회사에 근무하거나 특별한 자격이나 경험을 갖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출처가 믿을 만하다고 강조하거나 유명인사가 이미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할 때도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전직 장관도 투자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장관님'하고 통화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희소가치를 강조하며 투자신청 기간이 지났는데 특별히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알기 전에 빨리 투자하라고 종용하는 수법이 동원될 때도 있다.
◇ 금융 사기에 취약한 노인들
노인들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금융사기가 주식 일임매매다. 일임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 직원에게 투자에 관한 결정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일임매매는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증권사 지점들은 이를 어기고 일임매매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 희생양은 노인들이 되기 싶다.
최근에도 한 노인이 증권사 지점 2곳에 돈을 맡겨 일임매매했다가 1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고 거래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지난 2009년에는 식당을 운영하던 70대 노인이 가까운 증권사 지점 직원들에게 아파트 부금을 맡겼다가 일임매매로 2천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거래소 증권분쟁 담당자는 "노인들은 주식 투자에 대해 잘 몰라 증권사 직원을 믿고 돈을 맡기기 쉽다. 증권사 직원은 이를 역이용해 과당매매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큰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60세 이상 노인이 신청한 분쟁조정 150건 중 일임매매 사건은 33건으로 부당권유(45건) 다음으로 많았다.
노인들은 노골적인 범죄에 걸려들기도 한다. 작년 7월에는 연료도 없이 돌아가는 발전기를 개발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노인들의 투자금 3억원을 유치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작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노인들이 후순위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일이 밝혀졌다. 저축은행들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닌 후순위채를 무분별하게 팔았고 노인들은 큰 낭패를 봤다.
금융당국은 노인들의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없다. 금융 관련 피해에 대한 통계도 연령별로 파악한 것이 없을 정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노인들이 금융 사기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노인대학 같은 곳에 강사를 보내 보이스피싱에서부터 다양한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주의를 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들에 대한 교육만으로는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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