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박근혜 비대위' 출범과 함께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한나라당 재창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승덕 의원에 의해 제기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그 촉매제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양심선언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당 전체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돈 봉투 사건을 지난 2004년 `차떼기 사건'과 견준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이은 대형 악재로, 한나라당은 `결정타'를 맞은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한나라당이 저주의 대상이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를 의식해 `박근혜 비대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지만, `돈봉투 정당'이라는 오명을 단시간 내 씻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치르기 힘들며 `재창당'이라는 극약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 과제에 재창당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쇄신파 핵심 의원인 정두언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이 바닥인가 싶으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고,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창당을 주장해온 원희룡 의원은 "돈 선거를 비롯해 잘못된 정치 관행, 이에 젖은 조직 구조 및 사람들과 단절하고 재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지금 상황은 기존 관행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자기희생을 하고 과거의 껍질을 완전히 벗지 않고는 헤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의원은 "이름ㆍ운영시스템ㆍ문화ㆍ정책 모든 것을 다 바꾸는 재창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김용태 의원도 "국민적 신뢰의 기본이 무너진 사태이므로 재창당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쇄신파 의원들이 지난해 12월14일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이후 손을 뗐던 `재창당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창당에 부정적이었던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의 동조가 감지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상황이 수습이 안 된다면 재창당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재창당'이라는 형식보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질적ㆍ내용적 쇄신'에 방점을 찍고 있어 비대위가 쇄신 과제로 채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비대위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겠지만, 형식적 재창당이 아닌 내용적 재창당을 공감대로 해 비대위가 출범했다"며 즉각적인 재창당 논의 착수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재창당이 이뤄지려면 당 해산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다, 자칫 `한나라당이 옷만 갈아입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그 역량을 쇄신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 봉투 사건'이라는 충격적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채 비대위가 출범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등에 따른 여론 향배에 따라 `박근혜 비대위'가 재창당을 검토 대상에 넣을 수도 있다.
반대로 박 비대위원장이 재창당론을 거듭 일축할 경우 `재창당 논란 제2라운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지난해 말 재창당 논란 과정에서는 쇄신파인 정태근ㆍ김성식 의원이 탈당하기도 했다.
다만 쇄신파와 비대위의 협력관계, 비대위의 쇄신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쇄신파가 재창당 입장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다 하더라도 `비대위 흔들기식'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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