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사저 경호 인력-이태원에 뺄 수 없었나 묻지도 못하나
"무책임한 선동, 역대정부 경찰이 경비" 빈집 경호한 건 맞나엔 답변 없어
국민의힘 "이재명 추종 집회, 추모 아닌 추태, 선동이 생업"
민주당 "입에 담기에도 끔찍한 참사의 정치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비어있던 대통령 관저에 대규모 경찰 인력을 배치하느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통령 경호처가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전현직 원내대표들도 “추모 촛불 집회가 아니라 이재명 추종 집회”, “타인의 죽음마저 정쟁의 자원으로 소비하는 운동업자”라며 '촛불 선동론'을 적극 펼쳤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이 날조이고 선동이냐며 정당한 의문과 울분을 고발하려면 하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입에 담기에도 끔찍한 말로 참사를 정쟁화한다”며 “참사마저 자기 출세의 기회로 악용하는 참사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6일 돌연 '한남동 관저 경비 관련한 무책임한 선동에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는 서면 입장을 내어 전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제기한 이태원 참사당일 한남동 관저 경비 인력에 관한 의혹을 두고 “명백한 허위이며 사실을 날조왜곡한 선동이자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와 경비는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원인으로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사고의 아픔을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삼는 무분별한 선동정치”라고 평가했다.
경호처는 대통령 관저를 역대 정부에서도 경찰 인력이 경비업무를 수행했고, 다양한 시설과 장비가 들어선 한남동 관저도 경찰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해 경비 임무를 수행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정이 이럼에도 국가 안위에 관련된 경비 임무를 '빈집 지키기'로 매도하고, 경찰 인원 숫자 부풀리기로 왜곡해 거짓 선동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어 “정치적 잣대로 폄훼하거나 자의적으로 왜곡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여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에서 “경찰이 대통령을 지키느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며 “이태원 참사 당일 대통령 부부가 차일피일 입주를 미뤄 '빈집'인 대통령 관저를 지키기 위해 200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고 썼다. 안 상근부대변인은 대통령 부부의 서초동 자택에도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점을 들어 “빈집인 한남동 관저부터 서초동 자택, 대통령실까지 대통령 부부를 지키느라 경찰이 꼼짝도 못하는 동안 압사 위험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는 빗발쳤다”며 “윤 대통령은 뭐라고 해명하실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경호처의 법적 대응 방침에 민주당은 황당하다며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저녁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지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임 대변인은 “비어있는 대통령 관저 지키는 것이 국가 안위인가”라며 “관저 인근에, 대통령실 인근에 배치된 경찰 인력 중 일부를 뺄 수는 없었느냐”고 재차 되물었다.
임 대변인은 “왜 이태원에 경찰이 배치되지 못했는지 물었을 뿐인데 무엇이 날조이고 무엇이 왜곡이며, 무엇이 선동이고 정치공세냐”며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통령실, 대통령 자택, 대통령 관저로 나뉘며 늘어난 경비 부담,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단속 인력 배치 등이 참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임 대변인은 “국민의 의문을 대신 물은 것이 고발당할 일이라면 고발하라”며 “진실을 밝히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MBC도 6일 저녁 '뉴스데스크'의 ''빈집 경비' 비판에 “왜곡 선동” 반발'에서 “경호처가 이 같은 거친 표현을 마다않고 입장문을 낸 건 본격적인 정치권 책임 공방을 앞두고 대통령실로 논란이 번지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이 '빈집 지킨 것은 사실인 것인지', '대통령 관저와 사저에 매일 2개 기동대가 배치되는 것인지', '경찰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못한 요인과 경찰 인력의 대통령실 경비와는 무관한 것인지', '불똥이 대통령과 대통령실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는 MBC 등의 해석에 어떤 의견인가' 등을 질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김수병 대통령 경호처 공보관은 SNS메신저에서 이 같은 질의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추종 집회” 김기현 “추모 아닌 추태” 권성동 “촛불은 영업 선동은 생업”
이밖에도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를 이재명 추종 집회라고 비판했고, 전직 원내대표들은 “선동가들의 추모가 아닌 추태”(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촛불은 영업이고 선동은 생업인 자들이 악용하고 있다”(권성동 전 원내대표)라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조선일보 보도 등을 빗대어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에 민주당 조직이 동원된 정황이 언론보도 등에 드러났다”며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의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이었던 대표가 운영하는 '이심민심'이 이태원 사고가 벌어지자, 지난 5일 대통령 퇴진 집회를 추모 집회로 바꿔서 열자고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도 보도로 알려졌다”고 썼다. 양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슬픔과 비극마저 정쟁과 정권 퇴진 집회에 이용하려는 것인지, 충격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추모는 추모이지, 결코 추종의 기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7일 논평에서 “겉으로는 추모를 외치며 뒤로는 대통령 퇴진을 속삭이는 촛불집회에 민주당 조직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라는 정치집단은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마치 호재라도 잡은듯이 정치선동의 제물로 삼고 있다”며 “겉으로는 추모하자고 하지만, 하는 행동은 '추모'가 아니라 '추태'”라고 비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권력에 기생해 빨아먹던 단꿀이 사라지자 금단현상에 빠져 추악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촛불행동이란 단체를 두고 “지난주까지 집회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던 단체”라고 소개했고, “심지어 이재명 캠프 출신이 대표를 맡았던 '이심민심'이라는 단체는 집회를 예고했다가 과거 경력이 들통나자, 부랴부랴 취소했다”고 비난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이런 단체들은 사고를 겪자마자 타인의 비극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기 위해, 현수막을 바꿔 단 채 감히 '추모'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다”며 “타인의 죽음마저 정쟁의 자원으로 소비하는 운동업자에게, 비극은 산업이고 촛불은 영업이고 선동은 생업”이라고 썼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야말로 패륜과 추태의 주범이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들이 (입으로) 옮기기에도 끔찍한 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려 한다”며 “추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주장하는 국민의 울분은 주권자로서 너무나 정당한 목소리”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국회와 정치권이 오히려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집권여당의 차기 당권주자는 서로 뒤질새라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죽음을 자기 출세의 기회로 악용하려는 참사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임오경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김기현, 권성동 국민의힘 두 전직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 참여 국민들에 대해 막말을 쏟아냈다”며 “참사에 분노한 민주당원과 국민의 자발적 활동을 침소봉대해 정치공세를 퍼붓는 것이야 말로 패륜”이라고 반박했다. 임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국민을 적으로 돌리겠다면 여당은 73.1% 국민의 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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