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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12, 2011

'착한 가격'은 나쁜 가격이다!





대형 할인마트의 폐해를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어둡고 불친절하며 먼지 쌓인 동네 구멍가게를 일부러 찾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왕이면 싸면 쌀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품질의 좀 더 싼 상품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득이 늘어난 것 같은 효과를 얻는다. 착한 가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많지 않은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가격 파괴의 저주’, 이 책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값싼 가격은 값싼 노동과 값싼 에너지와 값싼 물류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이 책은 착한 가격이 실제로는 나쁜 가격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착한 가격은 우리가 상품의 가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같은 주제의 책, ‘월마트 이펙트’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만2천달러인 가구의 경우 식료품 구입비가 한 달에 500달러 정도 든다. 그런데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425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달마다 75달러를 아끼면 1년에 900달러, 1주일 급여와 맞먹는다. 식료품만 계산했을 때 100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누가 이걸 거절할 수 있겠는가.

월마트에 딱풀을 납품했던 리들렌이란 회사가 있다. 납품 가격은 50센트, 판매 마진은 5센트였다. 그런데 월마트가 납품 가격을 45센트로 낮추라고 요구하더니 이를 거부하자 거래를 끊었다. 당연히 이 회사는 결국 파산했다. 낸시 리들렌은 말한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월마트에서 물건을 사요. 월마트 때문에 우리 가족의 생계가 파탄났다고 생각하지만.”
‘가격 파괴의 저주’는 값싼 노동과 값싼 에너지, 값싼 물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값싼 가격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마법이 아니라 제품의 가격에 포함돼야 할 비용을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과 우리 다음 세대에 전가시킨 결과라는 사실을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이런 파괴적인 유통 네트워크가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월마트는 오이 피클을 1갤런, 5.4kg 분량을 2.97달러에 팔았다. 소비자들은 이 피클을 4분의 1만 먹고 버렸다. 피클이 많이 팔릴수록 공급사는 손해가 늘어났다.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월마트는 거절했다. 이 회사도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월마트의 규모에 중독되면 코카인에 중독된 것과 같아요. 자진해서 문제 상황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겁니다.”
월마트와의 거래량이 전체 거래의 10% 이하인 기업은 12.7%의 이윤을 유지하지만 자사 상품의 25% 이상을 월마트와 거래하는 기업은 7.3%의 이윤만 얻었다. 월마트와의 거래는 일시적이고 외형적인 성공일 뿐이며 독이 든 사과를 집어든 행위다. 월마트와 거래하는 최대 공급사들 중 50%가 파산했다.

월마트가 1997년에서 2004년 사이 4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을 때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310만개가 줄어들었다. 달마다 평균 3만7천명의 공장 직원들이 84개월 동안 연속으로 해고됐다는 이야기다. 2003년부터 상품을 제조하는 사람보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게 됐다. 제조업 일자리는 20%가 줄었는데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200%가 늘어났다.
월마트에 공급하는 바지 뒷주머니의 덮개를 재봉했던 16살 방글라데시 소녀 액터는 시간당 13센트를 받고 하루 14시간씩 일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감독관이 뺨을 때린다고 한다. 휴일은 1년에 10일이고 작업대에서는 물조차 못 마신다. “전 재를 묻혀 손가락으로 이를 닦아요. 칫솔이나 치약을 살 돈이 없거든요.“

칠레에서 양식 연어를 수입하는 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어는 바다에 사는 돼지라고 할 수 있죠. 돼지와 동일한 환경에서 서식하거든요. 물속에 산다는 것만 다르죠. 돼지 농장처럼 연어 양식 어장에도 연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요. 질병 예방 항생제도 많이 사용됩니다. 대량의 생선 폐기물이 일정 지역에 집중돼서 어장 주변의 바다에는 치명적이죠.”
오염을 정화하고 예방하며 오염 지역을 복원하려면 비용이 든다. 하지만 칠레산 연어 가격에는 그런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연어 가공 공장에서 생선의 위생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대우를 개선하려면 비용이 든다. 합리적인 임금과 적절한 장비를 지급해야 하고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 그런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 고든 레어드는 '가격 파괴의 저주'에서 가격 파괴는 유통 혁명이 아니라 비용의 외부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가정 주부.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값싼 가격의 시대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값싼 노동과 값싼 에너지와 값싼 물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이 파괴적인 가격 파괴의 역설이 한동안 지속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스스로 한계를 맞고 있지만 파국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지 않을까.)


중국 경제는 민주주의 없는 성장의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주며 급성장했다. 수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퇴직금도, 산재보험도 없이 잘 살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장을 돌렸다. 그들이 만들어낸 값싼 제품이 서구 소비자들의 높은 소비 수준을 떠받쳤다. 그러나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서 중국산 제품의 평균 가격은 2007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오일 샌드의 채굴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천연가스를 투입해 고가의 합성 원유를 얻어내 가격 차를 이용하는 것이 현재 오일 샌드 산업의 수지를 맞추는 방식이다. “우리는 오일 샌드에서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앨버타 가스를 이용한다. 이것은 100달러짜리 지폐를 촛불에 태워 저녁 식탁을 밝히는 것과 같다.”
글로벌 경제는 운송에 의지한다. 컨테이너 한 대를 동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 운송하는 비용은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세 배 올랐다.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향해 달려간다면 이 비용이 다시 두 배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때도 우리가 월마트를 값싼 물건으로 채울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공장이 월마트나 페덱스의 화물차로 대체됐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고 교역의 마술쇼이며 지리학의 속임수다. 신경제가 더럽고 오염을 발생시키는 낡은 경제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낡은 경제를 세계에 선전하고 확대시키며 재생산하며 퍼뜨린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은폐한다.”

“이것은 슘페터의 저주다. 어떤 경제 모델이든 혁신을 하면 할수록 더 빨리 한계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너화와 대규모 선박 같은 해법은 소비자와 글로벌 기업에 새로운 생산성과 가격 하락, 속도를 선물했다. 그러나 그런 해법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과 천연 자원, 더 많은 관리, 더 많은 공공의 희생, 더 많은 환경 파괴가 필요하게 된다.”

“소비 경제의 고갈, 무역에 대한 서구의 지배적 위치 잠식, 인구 성장, 에너지
민족주의, 식량 부족, 기후 변화 등을 보라. 쇼핑객들은 최근 몇십 년 동안 격렬한 가격 경쟁을 즐겼으나 이제 값싼 물건에 낚인 세계의 곤란에서 더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소비 지상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바로 이 때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20세기에 누렸던 혜택은 무역 불균형과 소비자의 신용 위기, 기후 위기 앞에서 결국 대폭 축소될 것이다. 이것은 시장에 의한 교정, 말하자면 고평가된 주가와 상품의 갑작스러운 폭락이나 붕괴가 아니다. 이것은 성장 자체에 대한 교정, 즉 값싼 생산품의 종말일 수 있다. 변화는 때때로 폭력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우리의 세계는 다시 둥글어졌다. 우리가 누
리는 번영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동과 교통, 에너지 그리고 소비자 부채에 위험스럽게 의존하고 있다. 값싼 물건을 찾는 우리의 행동이 21세기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다. 우리가 값싼 물건, 할인의 세계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의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할인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가 값싼 소비자 금융과 값싼 운송, 값싼 에너지, 값싼 해외 노동력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느냐는 궁극적으로 21세기 세계화의 운명연관돼 있다. 값싼 물건의 종말은 기후 변화, 자원 경쟁의 격화, 고질적인 저개발 상태 등의 문제로 인해 가까이 다가오고 이는 단순히 가격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월마트에 집중하고 있지만 물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순박한 대안이라면 대형 할인마트가 직접 납품업자들에게 노동조건과 환경기준을 제안하고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더라도 크게 비용이 치솟지 않을 거라는 게 ‘월마트 이펙트’의 주장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대안은 다섯가지다. 첫째, 물류와 교통 기반 시설에 쏟아붓는 보조금을 폐지하라. 환경 부담금을 늘려라. 둘째, 인위적인 경기 부양과 정부 재정 지출을 줄여라. 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려라. 셋째, 공공의 안전과 인권,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라. 넷째,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라. 교육과 건강, 주거 비용을 낮춰라. 다섯째, 새로운 세계화를 모색하라.

착한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는 가능할까. 비슷한 품질의 제품인데, 3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는 착한 제품이니 더 비싸게 사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당신들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느냐”고 비꼬았던 것 기억나는가. 지갑을 열 때 이념이나 윤리보다는 단 돈 100원의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착한 가격이 단순히 자본의 이윤 경쟁이 아니라 결국 노동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 결과라는 사실, 착한 가격이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착한 가격이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고 금융 세계화를 확산시켜 세계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똑바로 들여다 봐야 한다. 이게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비용의 외부화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도 필요하다. 언론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자본에 종속돼 있는 상황이라 이 역시 쉽지는 않다. 국경을 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소비자들)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필요할 거라고 본다.

세계화에 맞서 지역화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소비자들의 조직화와 함께 의식화 교육도 필요할 것이고 구조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협동조합과 지역화폐, 공정무역 등도 실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치와 가격의 격차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우리는 제 가격을 치르고 있지 않으며 누군가가 그 비용을 대신 치러야 한다.

가격 파괴의 저주 / 고든 레어드 지음 / 박병수 옮김 / 민음사 펴냄.
월마트 이펙트 / 찰스 피시먼 지음 / 이미정 옮김 / 이상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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